(카이로=연합뉴스) 이집트 여성 약 1만명이 20일(현지시간) 오후 수도 카이로에서 자국의 진압 군인·경찰이 여성 시위대원을 폭행한 사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에 참가한 1만명가량의 여성들은 민주화 성지인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시내 중심 거리를 행진하며 이집트 과도 정부를 이끄는 군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한 이집트 여성이 최근 타흐리르 광장에서 이집트 군인에게 끌려가고 속옷이 드러난 상태에서 곤봉으로 맞거나 발길질을 당하는 사진을 들고 왔다.


이들은 군인들이 시위대를 보호하러 여기와 왔다고 해 놓고 셔츠가 벗겨진 무방비 상태의 여성 시위자를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군부의 즉각 퇴진도 요구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16일 진압 군경이 타흐리르 광장에서 군 최고위원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면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군인 2~3명이 여성 활동가인 한 시위자의 셔츠를 잡고 질질 끌고 가면서 옷이 찢어졌고, 군인들이 쓰러진 그 여성을 곤봉으로 때리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특히 이 여성이 속옷이 드러난 상태로 땅바닥에서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TV뉴스에 보도되고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자 군부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반(反)군부 시위와 이에 대한 군부의 유혈 진압이 이날로 닷새째 이어지면서 최소 14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이집트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여성 시위자에 대한 정부군의 폭력 행사가 충격적이었다며 군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집트 여성들은 불과 몇 달 전 그들이 목숨을 걸고 혁명을 이뤄냈던 장소에서 구타와 굴욕을 당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이집트 군부는 이날 시위가 끝나기도 전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신속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군부는 성명에서 "이집트의 위대한 여성에게 생긴 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여성의 인권을 "위반한" 관련자들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군부는 현지 치안과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어떤 방안이라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군부의 민정이양 시기를 애초 예정된 내년 6월에서 2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이 국내외에서 비등하자 이를 의식해 내놓은 회유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치러진 총선을 통해 당선된 이마드 가드 의원은 군부가 자신들에 대한 면책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약속대로 내년 6월까지 정권을 이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