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캐나다 토론토로 향하던 에어 인디아의 여객기 내에서 아기가 태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 캐나다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2일 인도 델리를 출발해 캐나다 토론토로 비행하던 에어 인디아 소속 보잉 777기에서 쿨지드 카우리 씨가 소아과 의사 승객의 긴급 도움으로 여아를 순산했다.


임신 37주째인 20대의 인도여성 카우리 씨가 심한 산통을 느낀 것은 항공기가 카자흐스탄 상공을 날고 있을 무렵. 인도인으로 캐나다 영주권자인 그는 고국에서 친지 방문을 마치고 거주지인 토론토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카우라는 300여명이 탑승한 만석의 기내에서 바닥에 누운 채 엄청난 통증에 시달렸지만 다행히 "의사를 찾는다"는 기내 방송에 소아과 의사 발빈더 싱 아흐자씨가 황급히 달려왔다. 아흐자는 인도 소아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로 분만실의 신생아를 다룬 적은 많았지만 분만 자체는 그의 분야가 아니었다.


더구나 기내에 분만에 필요한 의료 기기나 물품이 비치돼 있을 리 없었고, 모든 것을 임기응변과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우선 탯줄을 자를 가위로 여승무원의 바느질 도구를 대신 썼고 잘린 탯줄 부위를 감을 실도 바느질용 실을 사용했다. 가위 소독에는 위스키를, 아기를 감쌀 담요를 데우는 데는 기내 전자레인지를 각각 동원했다.


종이 상자 2개로 산부의 다리를 받치고 출산을 도운 끝에 45분 만에 2.8㎏짜리 여아가 무사히 태어났다. 아흐자는 "아기의 커다란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하느님에게 감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9시간 비행 끝에 토론토에 도착한 모녀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모두 건강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에어 인디아 측은 비행 중 기내에서 아기가 태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산모 카우라 씨 가족에 일등석 항공권을 선물했다.


이제 남은 관심은 아기의 국적. 아기의 부모는 인도 국적이지만 태어날 당시 영공은 카자흐스탄이고, 비행 목적지는 캐나다였기 때문. 아기가 캐나다 시민권을 갖게 하고 싶은 게 부모의 희망이지만 영주권자 신분으로 아기가 캐나다 시민권을 자동 취득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민부 관계자는 "흔치 않은 경우"라면서 법률 검토 후 수일 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