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정권과 가톨릭 교회가 과거 수십년간에 걸쳐 부모 몰래 아이들을 입양시켜왔다는 증언이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네스 페레즈(89세·여)씨는 BBC 국제 시사 프로그램 '디스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불법 입양의 실상에 대해 털어놨다.
페레즈씨는 1969년 당시, 마드리드 소재 산 라몬 병원에서 태어날 예정이던 여자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배에 두꺼운 옷을 넣어 임신부로 가장했던 경험이 있으며 이런 과정을 가톨릭 성직자가 도와줬다고 말했다. 후안 루이스 모레노씨 또한 아버지가 성직자에게 돈을 주고 갓난아이였던 자신을 사왔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아버지 본인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출산 직후 아기가 숨졌다는 말을 들었으나 아이의 시신을 보지 못했다는 여성들의 증언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도둑맞은 아이들'의 역사는 1990년대초까지 계속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39년 들어선 프랑코 정권은 반체제 인사들의 자녀를 납치해 다른 가정에 입양시키는 만행을 저질렀고, 병원이 어린이 입양을 주도했던 스페인에서는 1975년 프랑코 정권 붕괴 이후에도 가톨릭 교회 산하 병원들이 이런 폐습을 이어가며 불법 입양에 앞장섰다.
미혼모나 어린 여성이 낳은 아이는 주로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신실하게 종교활동을 하는 부부들에게 입양됐고, 출생증명서가 위조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정부가 어린이 입양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 불과 20여년 전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1960~1980년대 입양된 아이들 가운데 최대 15%가 친부모 몰래 입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불행을 겪은 이들 가운데 일부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혈육을 찾고 있지만, 스페인 정부가 국가 차원의 조사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서지 않고 있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핏줄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