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년 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일어났던 회개의 역사가 같은 시각 서울에서 다시 일어났다. 14일 서울 온누리교회 양재성전에서 열린 ‘북한을 위한 세계적인 금식과 회개의 날’에는 5백여명의 성도들이 60년이 넘게 핍박받고 굶주려 온 북한을 위해 눈물 흘리지 않았던 죄를 함께 엎드려 회개했다.

주선애 교수 “한국교회 배부르고 만족해하면 망해”

▲이날 주 교수는 탈북자들을 외식과 교만으로 대했던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며 ‘눈물의 간증’을 했다. ⓒ최우철 기자
회개의 엎드림은 주선애 교수(장신대 명예교수·탈북자종합회관)의 ‘눈물의 간증’에서 시작됐다. 주 교수는 탈북자들을 외식과 교만으로 대했던 자신의 잘못들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와 열심히 신앙생활하는 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다 저렇지’ 하며 업신여기고 교만한 마음으로 이들을 대했다”는 주 교수는 “이제 눈물이 말라버렸다. 회개기도를 해도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며 가슴을 쳤다.

주 교수는 이어 한국교회를 향해 “출애굽기 이후 레위기가 있는 것은 구원받은 자들은 ‘성결’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한국교회는 구원에 대해서는 열심히 얘기하지만 그 이후 거룩한 삶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돈 벌어야 하고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며 “한국교회는 회개를 떠나버렸다”고도 했다. 성도들은 하나둘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주 교수는 “십자가 없는 한국교회는 망할 수밖에 없는데, 성도들은 신앙생활 하면서 ‘고난과 희생은 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기도운동도 벌써 일어났어야 했는데 우리가 배부르고 만족해하며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모른 체 하니 미국에서, 영국에서 이름없는 청년들을 보내셔서 우리를 깨우치고 계시지 않느냐”고 탄식했다.

또 주 교수는 “우리는 얼굴을 꾸미고 몸을 치장하고 잘 먹기 위해 돈을 쓰지만 바로 옆에서는 우리의 골육 친척들이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고 있는 동포들이 허다하다”며 “이제 그들을 위해 희생해야 할 때이고, 돈을 쓰더라도 그들을 생각하면서 없는 가운데서도 나눠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겸손하고 낮아져서,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묵상하며 그 얼굴을 간구하는 신앙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곤 목사 “북한의 구원 위해 우리의 희생 필요”

▲이날 행사에 김준곤 목사가 참석 성도들에게 북한에 대한 긍휼의 마음을 가질 것을 피력했다. ⓒ 최우철 기자
이어 등장한 김준곤 목사(CCC 총재)는 지난해 말 여러 청년들의 집회에 참석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과거와는 다르게 절실한 절망감 가운데서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들이 전국에서 일어나는 것을 봤다”며 “좀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자기 죄 뿐만 아니라 민족과 북한, 세계를 위해 중보기도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모든 성령 역사는 회개와 금식기도 운동으로 시작됐다”며 “지금의 때가 캄캄한 것 같아 보이지만 죽음과 절망 이후에는 부활과 소망이 있듯 지금이 기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긍휼의 마음을 피력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북한의 악랄한 지도자들을 총이라도 있으면 쏴 버리고 싶었지만, 요즘에는 불쌍한 마음이 생겼다”며 “그들의 죄 또한 내 죄라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북한은 악마들로 꽉 차 있고, 남한은 부패와 남남갈등으로 꽉 차 있다”며 “이런 때에 ‘내 이름을 생명책에서 지워도 백성을 구해달라’고 했던 모세와 ‘내가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해 달라’던 바울 같은 희생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통일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이고, 이런 준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음을 본다”며 “우리가 준비됐을 때 하나님께서 통일을 허락하실 것”이라고도 했다.

김 목사는 또 “전도를 많은 사역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 교회들이 있는데 이것은 사탄의 역사”라며 전도하지 않는 죄를 범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5백여명의 성도들이 60년이 넘게 핍박받고 굶주려 온 북한을 위해 눈물 흘리지 않았던 죄를 함께 회개하며 기도했다. ⓒ 최우철 기자
한국교회를 지켜온 원로들의 고백이 끝나자 성도들은 뜨겁게 눈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새벽 2시가 넘는 시각까지 북한의 형제 자매들을 사랑하지 못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지 못한 죄를 회개하고, 함께 북한을 향하 회개선언문을 낭독했다. 또 한국의 분열과 파괴를 초래한 일본과 미국, 러시아와 북한 등의 죄에 대해서도 회개했으며, 세계 교회 회복과 지상명령의 성취를 위해서도 기도했다.

북한을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완전한 해방과 치유, 구제와 가족들과의 재결합을 선포하고, 북한 사람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 구속의 목적을 선포했다.

모임의 산파 역할을 했던 로버트 박 대표(글로벌정의기도네트워크)는 개회사에서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형제와 자매와 함께 고통하며, 그들을 우리 자신보다 더 사랑하며 그들을 위해 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명령하신다”며 “이것이 오늘 밤 우리가 모인 이유이며, 전세계 기독교인들이 거룩한 금식과 엄숙한 모임으로 선포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