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름이다. 이 책은 9·11 테러가 모든 것을 바꿔놓은 미국의 지난 2004년 대통령선거 직후 쓰여졌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기록을 갈아치웠고, 미국 내에서 기독교와 정치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냈다. 한국에서는 해묵은 논쟁이지만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기독교가 정치에 관여해야 하는가’를 넘어선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오는 11월 있을 美 대선에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저자 짐 윌리스의 일성(一聲)은 “하나님은 공화당원도, 민주당원도 아니다”는 것이다.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려는 시도나 하나님을 정치화하는 것 모두 잘못된 태도이며, 기독교인이라면 일관된 도덕적인 기반에 따라 우파와 좌파 모두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당시 미국 내 기독교가 부유층 지지·전쟁 찬성·친미(親美)와 동의어로 여겨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고, 본래 신앙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에 관심이 많다. 저자는 가난 문제가 구약 성경에서 우상숭배 다음으로 두드러진 문제였고, 신약 성경에서 16구절 중 1구절이 가난한 사람들과 돈에 대한 말씀이라고 증언한다. ‘하나님의 정치’는 무엇보다 이러한 자들을 위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제4의 길’을 주창한다. 가족 가치·성적 순결·개인적 책임에 대해서는 전통적 혹은 보수적인 반면, 빈곤과 인종차별 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과격하기까지 한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또 민족주의자들과 달리 세상 전체의 이익과 평화, 갈등 해소로 이어지는 대외 정책을 지지한다. “낙태를 반대하고 가족을 중시하면서도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 개인적 윤리와 사회 정의를 완벽하게 결합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다.

저자는 ‘종교 근본주의자’와 ‘세속 근본주의자’ 모두를 부정한다. 공화당이 종교를 개인의 도덕적 선택과 성적 윤리 문제로만 축소하는 것도, 민주당이 종교를 사적 영역으로 제한하고 세속주의로 도피하는 것 모두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는 “종교는 어느 한쪽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되고, 동시에 어느 쪽이라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부시 대통령 재선 당시 미국인들이 각자의 신앙에 따라 양쪽으로 확연히 갈린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저자는 “불의에 반대하는 것도 좋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불평만 하고 주저앉을 것이 아니라, 개인적·사회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위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좋은 대안을 제시하면 더 많은 사람이 따를 것이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단순한 시위보다 훨씬 더 도전적이며 더 많은 노력과 창의력과 모험이 필요하다.”

이어 저항에서 대안으로 나가면 논쟁의 틀이 바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항자들이 ‘No’라고만 말하지 않고 ‘Yes’라고 한다면 정치 지도자들은 단순히 이들을 억눌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고민하고 토론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반대보다는 지지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

종교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하나님은 개인적이지만 사적이지는 않다”는 말로 일축하며 예언자적 영성과 사회 정의 실현에 종교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과부와 고아, 굶주린 사람과 집 없는 사람, 보잘 것 없는 사람과 박탈당한 사람 등을 위해 외쳤던 구약의 선지자들이 갔던 ‘성경적인 길’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말과 천사의 방언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저자는 특히 빈곤 해결을 정책의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5백여 페이지에 총 21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마틴 루터 킹 같은 지도자가 지금은 없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다려 온 인물은 바로 당신”이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작가소개
짐 월리스

오늘날 미국 정치와 종교를 아울러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로 꼽히는 짐 월리스. 한해 200여 차례의 강연과 등의 칼럼 기고 및 라디오와 TV 출연을 통해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대안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는 그를, 은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50인의 한 사람으로 선정했다.

어린 시절 교회와 사회에서 경험한 인종 차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그는 미시간 주립대학교 재학시 반전 운동과 흑인 공민권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신학 공부를 위해 들어간 트리니티 신학교에서 몇몇 동료 신학생들과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Post-American지 발간 등의 활동을 하다가 보수적인 학교 분위기에서 문제적 인물로 부각되어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1975년 시카고에서 워싱턴 D.C.로 근거지를 옮긴 짐 월리스는 소저너스(Sojourners)라는 이름의 공동체와 잡지를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해 오면서,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진보적 크리스천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과 신학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신앙과 정치, 사회를 강의하고 있으며, Soul of Politics, Call to Conversion, Great Awakening 등의 저서가 있다.
워싱턴 D.C.의 도심 빈민가에서 성공회 사제인 아내 조이 캐럴과 두 아들 루크, 잭과 함께 살고 있다.


목차
추천의 글
감사의 글
들어가는 글 : 왜 우리는 종교와 정치에 관해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가

1부 바람의 방향을 바꾸라
1. 믿음을 되찾자 : 우파는 남용하고 좌파는 내버렸다
2. 비전의 결핍 : 너무 작은 비전 또는 비전 상실
3. 하나님의 정치는 있는가 : 하나님은 개인적이지만 사적이지는 않다

2부 불평의 정치를 넘어서
4. 저항도 좋지만 대안은 더 좋다 : 우리는 무엇을 찬성하는가
5. 신앙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종교인은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가
6. 예언자적 정치 : 새로운 선택

3부 영적 가치와 국제 관계 : 예수가 언제부터 전쟁 옹호론자였는가
7. 두려워하지 말아라 : 테러에 대한 도덕적 대응
8. 정당한 전쟁이 아니다 : 이라크에서의 잘못
9. 위험한 종교 : 제국의 신학
10.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 전쟁 없는 승리
11. 불가능에 맞서라 : 중동의 평화
12. 국가와 세계 안보를 위한 미가의 비전 : 증상이 아니라 원인을 치료하라

4부 영적 가치와 경제 정의 : 예수가 언제부터 부자의 편이었는가
13. 가난한 사람들은 늘 너희와 함께 있으니 : 성경은 빈곤을 어떻게 말하는가
14. 빈곤 논쟁의 굴레에 빠진 가난한 사람들 : 좌파와 우파의 틀 깨뜨리기
15. 이사야의 설교 : 예산은 도덕적 문서다
16. 아모스와 엔론 : 무엇이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가
17. 티핑 포인트 : 신앙과 세계 빈곤

5부 영적 가치와 사회적 이슈 : 예수가 언제부터 선택적 도덕주의자였는가
18. 일관된 생명 윤리 : 낙태와 사형
19. 인종에 대한 진실 말하기 : 미국의 원죄
20. 하나로 묶는 끈 : 가족과 공동체 가치

6부 영적 가치와 사회 변화
21. 중요한 선택 : 희망이냐 냉소냐

에필로그 : 우리가 기다려 온 인물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후기 : 독백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