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 콜라주 | 220쪽 

이 땅에 태어나 가장 많이 하는 '말'
말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힘이 세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이 땅 가운데 태어나서 제일 많이 하는 것이 뭘까? 말이다. 사람은 세상에 갓난아이로 태어나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죽을 때까지 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애리조나 대학 심리학과 부교수인 마티어스 멜 교수는 남녀 대학생 396명의 몸에 10일간 마이크로폰을 부착한 후, 이들이 하루에 몇 개의 단어를 말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여자는 단어 수가 1만 6,215개 였고, 남자는 1만 5,669개였다.

또 말 수가 가장 많은 사람은 하루 평균 4만 5,000개의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은 하루에 500개의 단어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가지 수많은 말을 하고 살면서도,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 외에는 말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성격에 따라 어떤 사람은 말을 많이 하고 적게 한다고 생각한다.

말 수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말을 잘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말은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세기 때문이다.

야고보 기자는 혀는 불과 같다고 말했다. 불은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유익을 주기도 하고 해를 끼치기도 한다. 불을 잘 사용하면 음식을 익히는데 사용할 수 있고 따뜻하게 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순식간에 모든 것을 다 삼켜 버리기도 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공자의 제자 중 증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그가 공자에게 살인에 대한 계명을 물어보았다.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첫째 붓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고, 둘째, 입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며, 셋째 돌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공자는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입으로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말이 중요하기 때문에 말을 잘해야 한다. 말을 잘해야 하지만, 어떻게 말을 잘해야 할지를 배워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른다.

읽고 나서 쓰고, 듣고 나서 말한다
말하기 생각만 해도 큰 변화 올 것
인상적이었던 잠깐 멈춤의 중요성

이런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쉽게 말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김하나의 《말하기를 말하기》이다.

김하나는 카피라이터로 활동했고, 팟캐스트 진행자로 활약 중이다. 그녀는 자신을 늘 순서를 바꾸지 않고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읽고 나서 쓰고, 듣고 나서 말한다. 읽고 쓰기가 듣고 말하기보다 먼저 오는 것은 읽고 쓰기의 호흡이 더 느리기 때문이다. 천천히 받아들이고, 느리게 사유하고, 꼼꼼히 정리하고 나서 듣고 말하기에 나선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는 '화술(話術)'과는 조금 다른 '말하기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말하기 교육을 받았고 오랜 시간 연습해 왔으며 이제 말할 자리가 많아진 사람으로서, 그동안 생각해 온 것들을 이 책을 통해 공유하려고 한다. 나는 쓰는 사람이기도 하므로.

장담하건대, 말하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바로 내가 그랬으니까."

이 책은 실제로 저자가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또한 카피라이터로서, 작가로서, 팟캐스트 진행자로서 경험한 많은 것들을 통해 말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세, 마음가짐, 다년간의 말하기 경험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를 편안하게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미니언즈 대화 웃음 행복 축복
▲ⓒ픽사베이

저자는 자신은 내성적인 아이였다고 말한다. "나는 지독하게 내성적인 아이였다. 익히 아는 친척들 만나도 인사를 잘 못할 정도였다. 낯선 사람 앞에서는 주눅이 들어 숨을 곳을 찾기 바빴고 제발 그 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한편 친해진 아이와는 소곤소곤 이야기를 잘 주고받고 심지어 농담도 잘하는 편이었다. 나의 관계들은 늘 내밀했다."

이렇게 초등학교를 보내고 중학교에 올라온 저자는 중학교 2학년 때 반장을 하면서 말하기 패턴이 판이하게 바뀌게 된다. 반장은 앞에 나가 말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내리 반장을 한다. 겉으로 성격이 바뀐 것 같았지만, 바뀐 척 했을 뿐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잠시 일을 할 때도 그러한 모습은 계속 이어졌다. 카피라이터로 일한지 3년 가까이 되었을 무렵, '특 A급'으로 분류되는 중년 여성 성우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목소리가 참 좋으시네요. 성우를 한 번 해봐요. 카피라이터도 좋은 직업이지만, 성우도 정말 좋은 직업이에요."

저자는 얼마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성우 공부에 흠뻑 빠지게 된다. 성우를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잠깐 멈춤'의 중요성이었다고 말한다.

"말의 매력과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이 '잠깐 멈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것은 너무도 중요한 기술이다.

말을 매력적으로, 힘 있게 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말을 끊고 다시 이어가는지를 관찰해 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특히 법정 드라마의 변론 등을 유심히 들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긴장하지 않는 편안한 마음가짐
불필요한 접속사나 부사 등 빼기
속도와 호흡, 추임새형 대답 고려
반복 잦은 단어나 구절 대체 생각

저자는 비록 성우가 되지 못했지만 성우 공부를 했던 1년을 통해서 내성적인 아이가 이제 말하기 책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 이후 저자는 책을 저술하고 북토크를 통해, 강연을 통해, 팟캐스트로 일을 하면서 터득한 말하기의 노하우를 이 책에 공개한다. 저자가 말하는 말하기의 노하우를 들어보자.

"강연의 말하기에 제일 중요한 건 긴장하지 않는 편안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물론 강연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잘 준비해 놓고 긴장해서 강연을 망치지 않기 위해 1. 못해도 괜찮다. 2. 안 들으면 니 손해 (학 마!) 3. 다 X밥이다. 4. 유명인도 아무 말을 한다 등등을 새기며 긴장을 풀어보자."

"내게 어떤 말 습관이 있는지 체크했다. 첫째로 불필요하게 자주 쓰는 접속사나 부사 같은 것-'그러니까', '이제', '사실' 등-을 인지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쓰니까 모르지만, '남 말하듯이' 들으며 거슬리는 것들이 그제야 들어왔다. 그 다음 녹음에서는 같은 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신경을 써서 줄였다.

둘째로 속도가 빨라져 너무 여백이 없지는 않은지, 반대로 처지지는 않는지, 호흡이나 웃음소리가 거슬릴 때는 없는지, 나도 모르게 볼륨이 너무 커지지 않았는지, 상대가 말하는 사이사이 넣는 '네', '아, 그렇군요' 같은 추임새형 대답이 너무 많거나 적지는 않는지 등을 체크했다.

셋째로 무의식적으로 쓰는 말은 아니지만 어휘를 다양하게 활용하지 못해서 반복이 잦은 단어나 구절이 들리면 그것을 어떤 어휘로 대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말은 능숙해지길 경계할수록 좋아
대화보다 침묵 나누는 사이가 좋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가정해야

"동작은 하고 또 하면 숙달되지만, 말은 능숙해지기를 경계할수록 좋은 듯하다. 그게 선생님들이 말했던 '쪼(상투적이고 관습적인 말투를 일컫는 속어)가 생기면 안 좋다'는 말의 뜻인 것 같다. 비슷한 말을 하더라도 흐트러지거나 흘러가버리지 않도록, 말이 제 알아서 나오지 않도록, 매번 처음 전하는 말처럼 정성을 기울여야겠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는 참 소중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침묵을 나눌 수 있는 사이다. 이런 침묵은 몇몇 가깝고 특별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화의 한 형태다.

함께 나눈 수많은 대화와 함께 보낸 수많은 시간의 결과로, 우리 사이에는 실핏줄을 닮은 무언의 통로 같은 것이 생겨나 있다. 적어도 서로를 오해하지 않으리라는 신뢰와, 무언가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거기 있음을 안다."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른다고 가정해야 제대로 된 대화가 시작된다. 상대의 의중을 알아내며 끙끙대는 사람보다는, 하는 말을 담백하게 듣되 의아한 게 생기면 확인을 하는 사람이 나는 더 좋다.

우리, 양지에서 대화를 하자. 원하는 바를 정확히 말하는 연습만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의 질은 훨씬 나아진다. 더욱 중요하게는 마음에 응어리가 덜 지고, 상대나 주위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게 된다."

"광고와 브랜딩을 하면서 얻은 큰 깨달음 중 하나는 '설득은 매혹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옳다고 이성적으로 설득되어서 움직이기보다는 일단 매혹된 것에 이성적인 듯한 이유를 갖다붙이려는 심리가 있다."

한창희 씨가 쓴 《혀, 매력과 유혹》이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다. "말은 그 말에 해당하는 것을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있다. 말은 병을 낫게도 하고 병에 걸리게도 한다.

말은 부자가 되게도 하고 가난뱅이가 되게도 한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우리는 과거에 말한 대로 현재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 아니, 이 시간에 어떤 말을 하느냐가 미래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말씀으로 창조하셨다.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다. 말이 먼저였다. 민수기 14장 28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한다. "그들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내 삶을 두고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삶을 두고 맹세까지 하시면서 너희가 말한 대로 해주시겠다고 말씀하신다. 이것은 기도가 아니다. 우리가 평소에 말 하는 대로 해주시겠다는 것이다.

베드로전서 4장 11절 전반부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 같이 하고".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 인생은 말한 대로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아서는 안 된다. 이 말을 하나님께서 듣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처럼 말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기 위해서는 말하기를 배워야 하고 훈련해야 한다. 말하는 것이 변함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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