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단 소속으로 교계 잘 알려진 목회자 인천 S교회 A목사의 아들이 이 교회 다수의 소녀들을 유린했다는 고발이 나왔다. 문제는 사건 당시 A목사의 아들 역시 목회자였고, 이 교회에서 전도사 시절부터 중고등부 미성년자도 성폭력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6일 저녁 기독교회관에서는 피해자를 자처하는 이 교회 여성도 4인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A목사의 아들 B씨가 한때는 "청소년에게 다정했던 전도사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루밍 성범죄 범죄자"라고 주장하며 A목사와 B씨의 사과와 피해보상 등을 촉구했다. 그루밍 성범죄는 심리적 지배를 위해 피해자와 친분을 쌓은 뒤, 피해자에게 성적인 가해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자들은 "수년간 S교회를 다니면서 그루밍 성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해왔다"고 밝히고, "이 일이 일개 개인의 일이 아님을 알고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대부분 미성년자였고, 피해자들의 가정환경의 약한 고리를 이용한 것"이라 말하고, "아직 저희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그 사역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에 경각을 금치 못 한다"고 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잠시 교회에 다녔던 친구들 중 성희롱, 성추행은 물론 성관계까지 맺어버린 친구들도 있다"고 밝히고, "모두 저희 친구들, 언니들"이라 했다. 또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는 사이니 괜찮다며 미성년인 저희들을 길들였고, 당한 아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님을 알게 됐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른다"고 했다.
나아가 피해자들은 "지난 일 년 간 직접적으로 그들을 찾아가 수차례 잘못을 뉘우치고 목사직을 내려놓을 것을 얘기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며 "오히려 저희를 고소한다는 협박, 회유 등이 있었다. 또 피해자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너희도 같이 사랑하지 않았느냐'는 어른들의 말이 저희를 더욱 힘들게 했다"고 말하고, "언제쯤 저희와 저희 가족들의 이 상처가 아물지 모르겠다"며 "저희가 숨지 않도록, 많은 이들이 저희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A목사와 B씨의 목사직 사임을 요구하고,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S교회 11시 주일예배 시간 모든 성도들 앞에서 피해자들이 작성한 사과문을 읽음으로서 공개 사과하고 목사직을 사임할 것을 공식 선언하라"고 촉구하고, "피해자들이 지정한 매체를 통해 피해자들이 작성한 사과문을 읽음으로서 공개 사과하라"고 했다.
또 피해자들은 "공개 사과를 모두 이행한 후 피해자들에게 금전적으로 정신적 피해보상을 하라"고 촉구하고, "교단 헌법에 성폭력, 성추행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확히 명시하고 이를 온 교회가 알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정혜민 목사(브리지임팩트 청소년사역원, 사진 맨 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김규진 기자
피해자들을 만나 상담과 도움을 주고 있는 정혜민 목사(브리지임팩트 청소년사역원)는 "작년 9월, 한 대학교에 출강을 나가던 중 피해자중 한명인 제자가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지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이 단순히 A, B목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고, "그들의 편에 서서 이 사실을 덮으려고 했던 교단 임원 목사 몇 분과, 노회, 교회의 책임도 크다"며 "교회와 교단의 자정작용을 통한 건강한 치리와 처벌이 있길 바랐지만, 끊임없이 이 사실을 알리고 요청할 때마다 돌아온 건 이단 시비와 무시, 협박이었기에 오랜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한편 기자회견장에는 피해자 4인과 친한 친구라는 이 교회 여성도 1인이 찾아와 피해자들의 고발이 잘못된 것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현재 B씨는 노회로부터 제명을 당한 상태로,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