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가 10일 오후 MBC PD수첩의 명성교회 보도에 대한 단상을 '명성교회에 대한 피디수첩 방송을 멀리 미국에서 보며'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SNS에 남겼다.
김동호 목사는 "초대교회는 극심한 박해 속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박해의 정점은 로마시대 때였다. 수많은 순교자들이 나왔고, 교인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카타콤과 같은 곳에 숨어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며 "그런데도 교회는 죽지 않았다. 저들의 열정적이고 순수한 신앙이 거름이 되어 교회는 결국 로마의 국교가 되고, 교회의 수장인 교황의 권위와 권력은 황제를 넘어서게 됐다. 그 때 세워진 대성당들을 보면 교회의 힘이 얼마나 크고 엄청났는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러면서 교회는 오히려 부패해 가고, 본질과 생명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교회의 부흥과 성장이 가져온 세상적인 힘과 권력과 명예와 부가, 교회와 특히 성직자의 타락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생명을 잃어가고, 성직자들이 부패하고 타락해가면서 교회와 역사는 암흑기라고 할 만큼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역사는 반복되는건가 보다. 우리 한국의 개신교도 중세 교회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교회의 성장이, 교회의 타락과 부패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며 "교회는 더 이상의 세상의 빛과 소금이 아니다. 맛을 잃고 땅에 버려져 이 사람에게 밟히는 소금이 됐다"고 개탄했다.
그는 "슬픈 일이지만, 한국교회의 전성기(인간적인 면에서 이야기지만)는 끝났다. 이제는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이 추락은 멈출 수 없다"며 "역설적 이야기일 수 있지만, 추락해야만 교회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회는 크던 작던 늘 낮은 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섬겨야 하는데, 스스로 내려오지 못하고 그곳에 대성당을 짓고 그것을 누리며 타락해 가고 있으니, 하나님이 강제로 끌어내리고 계시는 것"이라며 "추락을 통해서라도 내려와야만 오히려 교회다워질 수 있고, 다시 교회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 한국교회는 전에 유럽 교회가 무너져 내렸듯 무너져 내리겠지만, 그렇다고 교회의 뿌리가 뽑히지는 않을 것이다. 가끔, 아주 자주 많이 사람들이 주인 노릇을 하고 하나님 노릇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교회의 주인이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며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이 교회를 지키신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와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타락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의 언제나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그래서 교회가 세상에서 뿌리 뽑혀 없어진 것이 아니다"며 "저는 지금 추락하고 있는 우리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호 목사는 "PD수첩이 명일동의 교회를 보도했다. 문제가 된 교회의 원로목사와 저는 신학교 동기이다. 우리 세대는 인간적으로 행운아들이었다. 미달 때 쉽게 신학교에 들어가, 나왔을 때 전무후무한 교회의 부흥과 성장의 핵심에 서 있었고, 마치 중세 교회의 신부들처럼, 추기경들처럼, 대주교들처럼, 교황처럼 그 부흥과 성장의 인간적인 매력의 큰 수혜자들이 됐고, 그것에 빠져 무너져 내렸다. 타락했다"며 "그러나 그것은 비단 명일동의 그 교회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우리 세대의 목회는 행운아들이 아니라 교회와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의 범죄자들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우리는 후배들에게 영광스러운 교회를 물려주지 못하게 됐다. 추락하여 바닥까지 떨어지는 교회를 물려주게 됐다. 우리 후배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앞으로 그 혹독한 시기를 견뎌야 할 것이다. 그게 미안하고 부끄럽고 속상하고 죄스럽다"며 "그러나 교회는 이 추락을 통해 다시 교회다워질 것이다. 목회자들은 다시 목회자다워지고, 교인들은 다시 교인다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죽어 하나님 앞에 섰을 때, 행운아처럼 여겨지고 군림했던 우리 세대 목회자들은 하나님께 책망과 심판을 받을 것이고, 우리 때문에 무너진 교회를 다시 책임지고 교회를 교회답게 세우기 위하여 고생을 하게 될 우리 후배 목회자들은 오히려 칭찬을 받게 될 것"이라며 "꼭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래도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교회를 온 세상 사람들의 조롱과 수치의 대상이 되게 한 것이, 같은 시대에 목회를 해 온 저로서는 부끄럽다"며 "명일동의 그 교회와 목회자들을 보면서, 속상하지만 '나는 저 세리와 같지 않음을 감사하나이다' 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