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모르는 게 많은 사람은 배운대로 살아야 합니다. 저도 그래서 배운대로 살려 합니다.
제가 배운대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지도자' 라고 불리지 않기 입니다.
2. 이전 스승의 주일에 있던 일입니다. 당시 청소년이던 친구가 제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스승의 날입니다. 매번 챙겨주시고 관심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의 보답으로 항상 성실해질게요'.
고마운 문자입니다.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답을 보냈습니다. '고맙다. 그런데 나는 네 스승 아니야. 주님이 스승이라 칭함받지 말라 했거든.'
쌀쌀맞을 수 있을 법한 답을 이렇게 보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예수님이 그리 하라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23장 8절 말씀입니다. "그러나 너희는 랍비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선생은 하나요 너희는 다 형제니라 또한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의 지도자는 한 분이시니 곧 그리스도시니라".
이 말씀을 모르면 몰라도, 이미 알고 있는데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르게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르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바르지 않을 때가 더 많으니까요.)
백마디 말보다 나은지 모르겠지만 지도자라는 말에 경기를 일으킬 만큼 오바하는 것. 이것이 제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3. 청년부를 섬길때 가장 먼저 받은 직분은 '디렉터'였습니다. director , 이 단어의 뜻은 감독관 혹은 지도자등의 뜻으로 쓰입니다. 아찔했습니다. 그래서 얼른 청년들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난 디랙터 아니야. 나는 너희들 지도자 아니거든. 주님의 명령이니까. 그냥 나는 주님의 방향으로 곧바로 걸어가는 다이렉터라고. 너희들도 나를 그렇게 불러줬으면 좋겠어.' 여전히 지금 제 직분은 담임이지만 다이렉터임을 잊지 않습니다.
4. 최근 총신대학교 문제가 들썩거립니다. 가슴 아픈 일이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세상에서는 연신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들여다보지 않아도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이 주인된 것입니다.
교회의 많은 문제들은 사람이 주인되는 데 있습니다. 목사가 주인 되기 때문입니다. 장로가 주인 되기 때문입니다. 직분이 주인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학교건 교회건 가정이건 사람이 주인되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문제 투성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을 보고 신앙생활한 사람도 그래서 실족합니다.
5. 사람이 주인이 되면 위험한 이유는 욕심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꾸 욕심을 잉태하려 합니다.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끌어안으려 합니다. 작은 욕심을 끌어안으면 그 욕심은 결국 죄가 됩니다.
욕심은 커지고 싶은 것입니다. 돈도, 명예도, 규모도 계속 키우고 싶어집니다.
6. 예수님의 관심은 언제나 한 사람을 향해 있었습니다.
마가복음 5장은 거대한 군중들 사이에 소외받은 세 사람을 조명합니다. 무덤 사이에 쇠사슬에 매인 귀신들린 청년. 12년이나 혈루병으로 고생하는 외로운 여인. 죽었다고 평가받은 어린 소녀.
수많은 군중들 사이에 예수님의 관심은 그 한사람들 이었습니다. 99마리의 양을 버리고 한 마리 양을 향한 것이 목회입니다. 그러므로 목회가 한 생명을 위해 자기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 신학교가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알아서 따라오게 됩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 중에 열두명만 따라와도 이 나라는 바뀝니다. 네, 그것이 복음이니까요.
7. 저도 섬기는 교회를 떠날까 말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청소년이었던 한 친구가 제 고민을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제게 말했습니다.
"목사님이 힘들다고 떠났다면 역시 똑같구나 하고 실망했을 거예요."
아찔했습니다. 나 때문에 청소년 한 명이 실족할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교회에 남게 된 이유입니다.
8. 저는 자꾸 반복해야 잠깐이라도 노력하게 됩니다. 무언가를 정해놓아야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되는것 같습니다.
2015년 담임이 된 뒤 저에게 적용할 몇 가지 목회철학과 제도를 정해 적용했습니다. 가장 먼저 10년만 담임목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10년 표어를 정했습니다.
'예수님이 주인 되신 교회'.
가진건 쥐뿔도 없으면서 스스로에게 매번 반복합니다. '10년이면 충분하지 뭐. 대통령도 5년인데.예수님도 3년인데.'
이제 7년 남았습니다. 엄청 많이 남았습니다. 샬롬.
유한승 목사(생명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