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의회가 지난 2일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충남 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인권조례를 제정한 전국 16개 광역단체 중 최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렇다면 충남에선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충남 인권조례 폐지안이 도의회서 가결되기까지는 현지 기독교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예산에서 용리제일교회를 담임하며, 충남 인권조례 폐지 운동에 앞장서 온 박진홍 목사를 통해, 폐지안이 가결될 수 있었던 요인을 분석했다.
① 단결과 조직
우선은 현지 기독교계가 인권조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하나로 뭉쳤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하고, 이로 인해 다수를 역차별 할 수 있다고 봤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중략)...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모태로 하고 있는 지자체 인권조례 역시 '성적 지향', 즉 동성애를 옹호·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충남도가 지난해 1월 31일 입법예고 했던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정안' 제2조 제2항은 "'차별행위'란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등 관계법령의 정의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충남도는 '도민 인권선언' 제1장(인권보장의 기본원칙) 제1조(차별금지의 원칙)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의 사유로 명시했다.
그런데 이런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켜 충남 기독교계를 단결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안희정 도지사였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공공연하게 동성애 옹호 발언을 했는데, 그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인해 이런 입장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기독교계는 오히려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② 도민 서명
충남 기독교계는 단순히 반대 시위 및 집회를 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인권조례 폐지를 청구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약 6개월 동안 10만(유효 약 8만)여 도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충남 인구(약 210만 명)의 약 5%에 해당하는 숫자다. 지방자치법은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2% 이상의 연서(連署)로 조례의 개정이나 폐지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최소 청구 인원의 약 2배 이상을 채운 셈이다.
③ 도의원들의 폐지안 발의
지난해 11월 안희정 도지사에게 서명부를 전달했지만 그는 도의회에 폐지안을 부의하지 않고 있었다. 결국 남은 방법은 도의원들이 직접 폐지안을 발의하는 것 뿐이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호소한 끝에 도의원 25명이 폐지안 발의에 마침내 동참했다.
박진홍 목사는 "도의원 대부분이 인권조례의 구체적 내용과 그것이 초래할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런 그들에게 동성애가 왜 인권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지, 그리고 만약 성적 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이 차별금지의 사유가 되고 그런 방향으로 헌법이 개정될 경우 다수가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했다.
④ 대규모 집회
결국 마침표를 찍은 것은 '행동하는 믿음', 바로 대규모 집회였다. 도의원 25명이 폐지안을 발의하자 도민 1만명이 지난달 28일 천안삼거리공원 야외광장에 모여, 폐지를 촉구했다. 결국 폐지안은 이틀 뒤인 30일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했고, 2월 2일 본회의에 상정돼 극적으로 가결됐다. 본회의가 열리던 중에도 도민들은 회의장 밖에서 가결을 염원회며 집회를 이어갔다.
충남 인권조례 폐지에 앞장선 김용필 도의원(국민의당)은 지난 2일 폐지안 가결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다른 지역의 기독교인들을 향해 "기도하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실천해야 한다. 행동하는 믿음을 보여달라. 그래야 바꿀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