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Photo : ) ▲예배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갑작스런 사고로 사랑하는 목자를 잃은 교인들의 마음은 더없이 황망했다. 먹먹한 가슴을 쥔 그들의 흐느낌이 고요한 예배당을 메운다. 그렇게 천국으로 보냈다. 그래서 슬프지만, 또한 기뻤던 '천국환송예배'였다.

최근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일어난 화재로 목숨을 잃은 故 박한주(62)·박재용(42) 목사의 천국환송예배가 26일 아침, 故 박한주 목사가 생전 담임으로 있던 제천중앙성결교회에서 엄수됐다. 이들을 추모하는 많은 교인들이 두 목사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충북지방회 장(葬)으로 치른 이날 예배는 이행규 치리목사(무극중앙교회)의 사회로 조일래 목사(기성 증경총회장)의 기도, 조가, 기성 총회장인 신상범 목사의 설교, 민경의 장로(제천중앙성결교회)와 김활언 집사(드림교회)의 조사, 고별의 묵념, 하영일 목사(제천동신교회 원로)의 축도로 드렸다.

기도한 조일래 목사는 "이 땅의 수고가 끝나고 더 아름다운 하늘나라에서 두 분이 영생복락을 누리실 줄 알지만 갑자기 남편과 아버지, 담임목사를 잃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에 하나님의 위로가 이 시간 유족들과 성도 위에 가득하기를 소원한다"고 했다.

조가(弔歌)는 충북지방회 사모중창단과 제천중앙교회 연합찬양대가 각각 이어 불렀다. 특히 박한주 목사가 생전 즐겨 불렀다는 찬송 '일어나 걸어라'가 흐를 때는, 차마 더 참지 못한 울음들이 이곳 저곳에서 터졌다. "일어나 걸어라 내가 새 힘을 주리니 일어나 너 걸어라 내 너를 도우리..." 마치 남은 가족과 성도를 향한 주님의 음성인 듯했다.  

 이후 신상범 총회장이 전한 설교의 본문은 요한계시록 14장 13절 "또 내가 들으니 하늘에서 음성이 나서 이르되 기록하라 지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시매 성령이 이르시되 그러하다 그들의 수고를 그치고 쉬리니 이는 그들의 행한 일이 따름이라 하시더라"였다.

 

▲천국환송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Photo : ) ▲천국환송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故 박한주 목사의 유족이 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Photo : ) ▲故 박한주 목사의 유족이 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신 총회장은 "두 분 모두 주님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하셨고, 우리 모두를 사랑하셨기에 갑작스런 이별이 더 안타깝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믿는 이에게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복이라는 사실"이라며 "그런 역설적 진리가 바로 우리 안에 있기에 오늘 이 천국환송예배는 슬프지만 동시에 기쁜 자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울먹이는 유족과 성도를 향해 "이별을 너무 오래 아파하지 말라. 사랑하는 두 분의 목사님들은 주님이 기다리시는 천국으로 가셔서 그 분의 품에 안기셨다"며 "두 분 앞에 꽃을 놓으며 마음으로 손을 흔들자. 그리고 '목사님 곧 다시 뵈어요'라고 인사하자. 그런 뒤 두 분이 걸으셨던 그 믿음의 삶을 이 땅에서 이어 살자"고 전했다.

설교 후에는 고인들을 향한 조사가 이어졌다. 그 주요 내용을 아래 옮긴다.

"사랑하는 박한주 목사님, 세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행복을 위해 저 천성에 이리도 빨리 가셔야 했습니까? 그 떠난 빈 자리에 채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모님의 옆자리와 아이들의 텅빈 가슴을 어떻게 채우시려고 이렇게 서둘러 가셨나요? 지금이라도 반갑게 손을 내밀 것 같은 착각에, 대답하지 않으실 줄 알지만, 다시 한 번 '목사님, 사랑하는 목사님'이라고 불러봅니다. '내가 여기 있는데 무슨 일이냐' 대답해 주세요. 그리곤 저희들을 한 번만 더 쳐다봐 주세요. 목사님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여기 모여 있습니다. 목사님께서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이들이....

슬픔을 당한 성도를 위해 자신을 탓하며 용서를 구하던 목사님, 병약한 성도를 심방하고 오실 때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하셨던 목사님... 이렇게 떠나시려면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죽음도 아픔도 눈물도 없는 그곳에 먼저 가 있을테니, 너무 걱정말고 우리 다시 만나자'고 말입니다. 하지만 목사님, 지금 저희들이 흘리는 눈물은 목사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살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눈물입니다. 그리고 목사님께서 천국에 입성하는 모습에 찬송을 부르고 있습니다. 목사님을 부둥켜 안으시는 주님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주님 품 안에서 편히 쉬세요. 우리에게 남은 날이 얼마이든, 목사님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박재용 목사님, 사랑하는 박재용 목사님, 보고싶습니다. 사랑하는 우리들을 이렇게 남겨두고 어떻게 이렇게 떠나셨나요? 생전, 뻥튀기를 들고 잃은 양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다니며 전도하시던 목사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픈 성도와 근심하고 걱정하는 우리들을 위해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으셨던 목사님..., 덩그러니 놓인 목사님의 실내화에서 아직도 그 온기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제 우리 드림교회 공동체는 목사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합니다. 그러니 여긴 걱정마시고 이제 편히 쉬세요. 그리고 우리들이 흩어지지 않고 복음을 위해 더욱 달려갈 수 있도록 중보해 주세요. 이렇게 글을 써 놓고 보니 목사님이 더욱 보고싶습니다. 사랑하는 목사님, 맡은 일 감당하다 천국에서 뵙겠습니다."

 

제천중앙성결교회 박한주 박재용 제천 화재
▲故 박한주 목사가 생전 목회했던 제천중앙성결교회 ⓒ김진영 기자
제천 화재 박한주 박재용
▲예배에 참석했던 많은 교인들이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조사 후에는 이날 예배에 참석한 모든 성도가 고인들을 위해 헌화했으며, 화장을 위해 제천화장터로 떠날 때는 못내 아쉬운듯, 운구차가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눈길을 떼지 못했다.

 

한편, 지난 21일 충복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목숨을 잃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故 박한주·박재용 목사도 그들 중에 있었다. 사망자인 故 정희경(56) 씨도 기독교인(제천동부교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