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돈 교수. ⓒ북뉴스 제공
(Photo : ) ▲박영돈 교수. ⓒ북뉴스 제공

 

 

크리스찬북뉴스(대표 채천석 목사)는 고신대 성령론 신학자인 박영돈 교수를 발제자로 세워 7월 4일 서울 광성교회(돈암동)에서 '새 시대를 위한 한국교회의 회개와 소망'이라는 주제로 포럼(북콘서트)을 개최한다. 이에 포럼 사회자가 박영돈 교수를 인터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인터뷰를 하고 보니,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서로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진하게 갖게 되었다. 묻는 것마다 진지하게 대답해 주고, 그 너머로까지 내용을 도달시켜 줬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아주 이성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진정한 신자로서 모든 질문에 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성령론에서 출발하여 교회 전체를 바라보는 학문적 입장도 선명했다. 정황에 따라 더 고조되고 또 어떤 때는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한결같은 느낌과 의식을 잃지 않고 답해 줬다. 인터뷰 자체가 참 좋은 경험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책을 가지고 포럼을 하는 것이 책의 논리에 사로잡히는 모더니즘의 잔재가 아니라, 여전히 배움의 터가 되는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래는 박영돈 교수와의 일문일답.

-박영돈 교수님, 주님의 은혜가 하시는 모든 사역과 삶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저희 포럼(북콘서트) 초청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교회교육 교수로 있는 안영혁 목사(신림동 예본교회 담임)입니다. 고신파 교회인 제6영도교회 출신이고 서울대를 철학과 거친, 정일웅 전 총장님의 박사 제자입니다.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저로서는 부러웠습니다. 미국 이성의 본산이라 할 만한 예일에서도 공부하시고, 깐깐한 유럽의 이성으로 개혁신학을 하는 칼빈에서도 공부하시고, 보수신학의 아성으로 불리는 웨스트민스터에서도 공부하셨습니다. 이런 이력이 교수님 사상에 어떤 영향이 있으신지요, 그리고 젊은이들에게라면 어떤 학문 여정의 로드맵 같은 것을 주실 수 있을지요.

"저는 한국에서 대학과 군복무를 마친 후, 바로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이민자이기에 유학생들보다는 좀 더 시간적인 여유가 허락되어, 미국 서부와 동부의 여러 신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거기서 다양한 전통(개혁주의, 장로교, 복음주의, 진보주의)을 접하며 시야와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학의 여정에 들어서는 후학들과 나누고 싶은 점은, 자신의 확고한 신학적 입장을 정립하면서도 고착화된 사유의 세계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따르는 입장과 전통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것을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신학적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하고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영돈 일그러진 한국교회의 얼굴
▲포럼 주제 도서인 <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얼굴(IVP)>.

 

 

 

-옳다 그르다 하는 사람의 판단에 앞서, 존귀하신 성령님의 모습이 교회들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본 모습 그대로 드러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일반 대중을 향하여 꼭 강조하고 싶은 성령님의 가장 중요한 모습, 성령론의 가장 중요한 논지는 어떤 것인지요.

"성령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해는 성령이 단순히 능력이나 영향력이 아니라 인격이라는 사실입니다. 한국교회에서 나타나는 성령론적 혼란의 핵심은, 성령의 인격성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교회에 성령운동과 성령집회가 성행하기에 성령을 사모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령을 우리가 사랑하고 순종해야 하는 인격적인 대상이라기보다, 우리의 종교적 욕망과 목적을 위해 이용할 도구로 구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진정한 성령의 역사에서 반드시 나타나야 할 아름다운 성령의 열매는 부재한 채, 희한한 광신과 혼란의 열매만 무성하게 나타납니다. 성령을 자신의 사역을 위해 도구화하며 종교적인 야욕을 성취하기 위해 마구 끌어당겨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이단적 행위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성령께서 자유롭고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는 인격적인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성령론과 교회론이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성령님은 지금도 직접적으로 교회를 세워가고 계시니까요.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신학적인 전통적 교회에서 역동성을 찾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도널드 E. 밀러는 전통을 다소 벗어난 모습들이나 음악이 사회에서도 떨려난 사람들을 오히려 교회로 불러 모았다고 하면서 갈보리, 호프, 빈야드 교회의 문화적 역동적 예배를 긍정적으로 제시했습니다(<그들의 교회는 왜 성장하는가?>). 혹 전통적 입장의 교회론이 불필요한 부분까지 경직돼 버린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전통적 교회론이 좀 더 성령론적인 관점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신약의 교회는 오순절에 성령충만한 공동체로 탄생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인 동시에 성령으로 충만한 새로운 성전입니다. 교회는 성령이 주관하는 하나님나라의 현실이 임하며 성령 안에서 새 창조의 역사가 다이내믹하게 진행되는 공동체이여야 합니다.

전통적인 교회가 제도적으로 경직되어 성령 안에서 친밀한 교제와 섬김의 장이 열리는 하나님나라의 공동체로 세워져 가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정교회·공동체 운동 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과학기계문명 속에서 정신적·영적으로 피폐해져 가면서, 그 반대급부로 영적인 것을 갈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21세기에는 첨단과학 정보화 시대와 함께, 영성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앞으로는 현대인들의 고갈된 영혼의 필요를 채워 주는 교회에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부응해 감성적인 예배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표피적 감성을 인위적으로 어루만지려는 노력하기보다는, 성령이 충만하게 임재하고 운행하는 교회로 변신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성령님에 대하여, 성령님께서 교회에게, 그리고 신자들에게 끼치시는 충만한 은혜에 대하여,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차원에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성령님과 동행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기쁨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충만케 하시는 성령의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성령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와 부활로 이루신 모든 구원의 은총과 새 언약의 은혜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시는 분입니다. 동시에 부활하시고 영광을 받으신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내주케 하여, 그분의 부활의 생기가 우리 안에 충일하게 하시는 영입니다.

그리하여 사망의 권세가 지배하고 있는 이 세상 문화의 거대한 흐름을 거슬러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에게 부여하십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성령으로 충만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에스겔 골짜기와 같이 죽음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 부활의 생기를 불어넣어 세상을 살리는 사명을 감당합니다. 한국교회는 우리 가운데 와 계신 영광의 성령께 속히 돌이켜야 합니다."

 

박영돈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 성령충만 실패한 이들을 위한 은혜
▲박 교수의 저서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2011, IVP)>과 <성령충만, 실패한 이들을 위한 은혜(2008, SFC)>.

 

 

 

-교수님이 저술하신 '일그러진 한국교회의 얼굴'에서 이재철 목사님의 목회지인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까지도 일그러진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은, 오늘 한국교회 전체가 영적 태도를 달리해야 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교수님 말씀을 따라 교회를 바꾸어 보기로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부터 시작해서 3가지 정도를 이야기한다면 어떤 것들이 될까요.

"이재철 목사님이 시무하는 100주년기념교회는 그나마 개혁적이고 바람직한 교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그 교회 사정을 면밀하게 탐색한 것이 아니기에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그 교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장점과 이 목사님의 탁월한 면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교회를 이루기에 심각한 거침돌로 작용하는 대형교회의 틀과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교회의 규모가 크고 작은 것은 본질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생각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작은 교회가 더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현실적으로는 작은 교회가 대형교회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교회가 성경적인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세상의 성장제일주의 가치관에서 하나님나라의 가치관으로의 급진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목사들의 깊은 욕망과 추구, 지향성이 근본적으로 바뀌어 하나님이 원하시는 성장, 하나님 나라에서 인정받는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회가 세상을 닮은 교세 확장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닮은 성장을 지향해야 합니다. 교회와 교인들이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형상으로 빚어져, 영적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세상을 닮은 추한 모습으로 전락한 것이 한국교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 인간의 종교적인 야망과 비전이 아니라 성령과 말씀이 계시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따라 설계되며, 수와 재정의 파워가 아니라 성령의 능력에 의해 건설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합니다. 더불어 한국교회가 이 땅의 헛된 영광과 성공을 목말라하며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종말의 영인 성령을 끌어내리려 하는 현세지향적 신앙에서 돌이켜, 하늘의 영광과 인정을 추구하는 종말론적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초수급자 목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온 사람들까지도 생활을 이어갈 교회직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갈 방안 같은 것에 대해 해 주실 말씀이 있으실지요.

"이런 문제가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교단 차원에서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목회자 수급의 적정선에 맞추어서 신학교 정원을 줄여나가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외국 교회에서 볼 수 있듯 각 교단 산하의 모든 교회의 목사들에게 기본적인 사례가 보장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이 실현되기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는 요원해 보입니다. 기초수급이 안 되는 목사들은 이중직을 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현실을, 교단이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영돈 톰 라이트 칭의론 다시 읽기
▲최근 발표한 책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톰 라이트 칭의론 다시 읽기(IVP)>.

 

 

 

-마지막으로 질문드립니다. 교회는 사회를 선도해 갈 만한 내적 깊이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동원 목사님은 은퇴하시면서 사회를 돌아보지 못한 당신의 목회를 크게 뉘우친다고 말씀한 바 있습니다. 이런 뉘우침이 없도록 목회자 및 교단이 미리 힘써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싶으신지요.

"앞으로는 목사가 될 사람들에게 깊은 영성과 넓은 비전을 심어 주는 신학교육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개인 구원과 경건에만 초점을 맞추는 편협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역사와 세상에 대한 시각과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통전적 교육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목사들이 세월호 사건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상식선에도 못 미치는 망발을 쏟아내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교육이 필요합니다. 교회의 지도자로서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슈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선견자적 안목으로 이 사회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박 교수님,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7월 4일 포럼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대담: 안영혁 박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총신대신학대학원 실천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