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4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갱신과 개혁을 염원하며...'라는 주제로 8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5명의 발표자들이 각 분야의 갱신과 개혁에 대해 발표했다.
'교회 갱신,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발표한 한복협 교회갱신위원장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는 "교회론에서 보면 교회 갱신의 주체는 본디 하나님이지 사람이 아니"라며 "교회를 말할 때 사람이나 사람과 연관된 제도, 직무, 건물, 재정, 사회적 관계 등 모든 것은 갱신의 대상으로, 갱신이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일인 것이 이러한 까닭"이라고 전했다.
지 목사는 "교회 갱신은 현실적으로 기록된 성서와 연관된 문제로, '이 책'에 계시된 하나님의 뜻에 순명(殉命)하느냐에 따라 교회는 교회답게 갱신되기도 하고 교회답지 못하게 망가지기도 한다"며 "문제는 성서의 말씀이 '일상'이 되는 것이다. 이 일이 신앙의 중심 과제요 신학의 본디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 갱신을 위해서는 먼저 제도권의 신학 교육이 변해야 하고, 말씀이 삶으로 이어지는 것을 '신학'이 고민하고 씨름해야 한다"며 "성서의 말씀이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에서 힘차게 작동할 수 있도록 목회 가운데 집중하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올바른 신학 갱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발제한 신학위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는 "오늘날 한국 신학에는 지식 위주의 전문성은 있으나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중요시하는 기도와 경건 훈련이 결여돼 있다"며 "신학 교육과 학위 수여가 일반 고시생들과 다름 없이 암기와 지식 위주로 이뤄진 데서 빚어진 사태로, 선발부터 인성을 반영하고 경건과 헌신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박사는 "신학 교수들도 보편 기독교를 지향하지 않고 획일화 내지 교단화되는 경향이 개혁돼야 한다"며 "진정한 개혁주의는 자기만 옳고 자기와 다르면 이단으로 정죄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하나의 상대적 입장에 불과함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우고 나누고 섬기는 태도"라고 밝혔다. 그는 "근본주의는 자기들의 교리만 옳다 여기고, IS처럼 다른 입장들을 이단으로 정죄하는 것"이라며 "이는 교회와 교단을 분리시키고 정죄하여 정통신학이나 합리적 보수와 달리 위험하다"고 했다.
또 "한기총-한교연 분열과 연합기관장(長) 선출 과정의 매수 사건 등을 볼 때, 오늘날 한국 보수교회는 교리적으로 정통주의라 처신하나 행동 면에서는 '실천적 무신론(practical atheism)'을 보이고 있다"며 "신학의 갱신은 초창기 교부들이 가졌던 경건과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로 되돌아가, 종교개혁자들이 발견했던 인격적으로 다가오는 하나님의 말씀 사상(sola scriptura)과 전 인격적 헌신, 그리스도와의 신비적 연합(unio mystica) 사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 사회위원장 손봉호 박사(고신대 석좌교수)는 "한국 사회의 병은 높은 경쟁심과 낮은 도덕성으로, 그 결과 정의가 파괴되고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하여 OECD에서 갈등지수가 두 번째로 높아졌고 자살률은 10년째 1위"라며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선 나그네이지만 동시에 잘못된 사회를 고쳐 정의를 회복하고 고통받는 이웃의 고통을 줄여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손 박사는 "한국 개신교는 다른 개신교 전통을 가진 국가들과 달리 급속한 성장으로 세속화돼 한국적 세계관을 극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감염되고 말았고,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하고 말았다"며 "세상의 소금과 빛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한국 사회를 비도덕적으로 타락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이 우상으로 남아 있는 한 한국교회는 절대로 개혁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를 개혁할 수 있는 유일한 곳도 바로 교회"라며 "이와 함께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않고 그 뜻이 아니라 해도 우리 교회 성장에 도움 되면 해야 한다는 '우리 교회' 우상을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김명혁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올바른 자기 갱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발표한 김명혁 목사는 "부모와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아 지니게 된 '자기 자신'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기질과 특성과 습관이 신앙생활에 있어서는 물론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이 된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게 됐다"며 "기독교의 복음은 이기적 기질을 이타적으로, 부정적 운명을 긍정적으로 얼마든지 바꿔놓을 수 있음을 성경적·목회 현장적으로 잘 알고 있지만, 많은 경우 기질과 운명의 변화가 잘 이뤄지지 않음을 보면서 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기질과 특성과 습관을 고치려면, 먼저 하나님을 만나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야 하고, 그래서 회개하면서 자기 자신을 버리고 포기하려는 일이 일어나야 한다"며 "하나님을 만나는 충격에도 이기적인 자신을 버리고 포기하지 못하면, 사람은 믿을 수 없이 끈질기게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에 징계와 채찍과 고난과 핍박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타적이고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기질과 특성과 습관을 지니려면 바라보고 닮으려는 삶과 실천하려는 훈련의 삶이 필요하다"며 "그럴 때 자신의 기질이 이타적이고 온유하고 겸손하며 따뜻한 사랑과 착함을 지닌 기질로 조금씩 바뀔 것이며, '가장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인 자기 자신이 '가장 귀중하고 아름다운 보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한복협 여성위원장 김윤희 교수(FWIA) 대표는 '여성 사역 활성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앞선 기도회에서는 '한국교회의 영적 각성과 회개 운동을 위하여(이영상 명륜선교교회 목사)', '한국교회의 윤리적 각성과 사랑 운동을 위하여(허태성 목사)', '한국교회의 교회적 각성과 연합 운동을 위하여(강승삼 KWMA 공동회장)' 기도했다.
'다시 주님 앞으로(왕상 22:1-13)!'라는 설교를 전한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교회)는 "한 지역교회 담임목사로서, 저 자신부터 주님 앞에 굴복했을 때 주님의 은혜와 도우시는 손길이 온 교회에 가득해지는 것을 체험했다"며 "본문의 요시아처럼 우리 교회 갱신의 1호 대상은 바로 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1517년 마틴 루터는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회복하는 일에 생명을 송두리째 올려드렸다"며 "진정한 개혁과 갱신은 말씀의 권위 앞에 무릎 꿇어, 순종함으로 열매 맺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갱신과 개혁'을 제목으로 5명의 발표를 종합한 중앙위원 김성영 박사(백석대 석좌교수)는 "교회도, 신학(교육)도 갱신의 근거는 성경이고, 사회 개혁의 근거도 직접적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 성경이며, 성경 위에 세워진 교회가 감당할 몫으로 네 분의 발제에는 이처럼 모든 분야의 개혁과 갱신에 기초가 되는 '성경(sola scriptura)'의 해법이 제시돼 있다"며 "그 말씀의 실천이 바로 개혁과 갱신의 방안이요 출발"이라고 전했다.
김 박사는 "결론적으로 교회와 신학, 사회와 개인의 개혁과 갱신은 바로 '나로부터', '아래로부터' 시작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먼저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자크 엘륄(Jacques Ellul)의 말처럼, 예수님의 혁명은 '지금, 이곳, 그리고 나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