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위로할까
H. 노먼 라이트 | 생명의말씀사 | 304쪽 | 15,000원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 '내가 받은 은혜와 사랑'을 나누면서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무엇을 해야 할까? 피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등과 같은 질문들을 붙들고 씨름하느라 선뜻 다가가지 못한 채 망설이기도 한다.

지난 30년 동안 기독교가정연구소를 통해 수많은 부부를 상담하고 치료해 온 노먼 라이트 교수(H. Norman Wright)는 그래서 <어떻게 위로할까>를 썼다. 라이트 교수는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비롯해 우리의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위로와 지지가 필요한 순간, 자신감을 갖고 능숙하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지식과 지혜와 자원들을 제공하고 있다.

잠깐, 그는 슬픔에 빠진 이를 돕는 일에 앞서 '도우미 탈진(helper burnout)'이나 '동정 피로증(compassion fatigue)'을 거론한다. 그 사람의 질환에 결국 도움을 주던 자신이 걸리고 마는, 다른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이를 위해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사람이 도움을 통해 유익을 누리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변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를 아무리 알려줘도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변화를 이루시는 분은 주님이시므로, 당신은 예수님의 돌보시고 보살피시는 손길에 그를 맡겨드리라"며 "당신이 돕는 이의 반응에 근거해 도움에 관한 당신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한다.

책은 1부 '위로를 위한 준비'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함께함에 기적이 있다', '그의 상실을 이해하라', '공포와 패배감, 위기에 빠진 이들을 이해하라', '상실과 트라우마 알기' 등을, 2부 '위로의 기술'에서 '실제적 도움을 주려면', '우울증에 빠진 이에게',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에게', '글로 표현하는 위로', '그를 위하여 기도하기', '전문적 도움과 위탁이 필요한 시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맛보기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조금 살펴 보자. 저자는 1부 '이런 위로는 차라리 하지 마라'에서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이런 식의 말들은 도움이나 위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상실감과 절망감을 심화시킬 뿐이다.

"어째서 아직까지 울고 계신지 모르겠군요. 인생은 계속되잖아요." "이봐요, 당신은 기껏해야 양아버지를 잃었을 뿐이에요." "용기를 내세요." "과거는 이제 잊어버려야 합니다. 하나님과 더불어 나아갑시다." "사람은 모두가 언젠가는 죽어요. 그는 그저 좀 일찍일 따름이죠." "그래도 지금 당신이 누리시는 것에 감사하지 않으시나요?" "이 일은 하나님의 뜻임이 분명합니다."

'입에 발린 위로의 말들'도 마찬가지이다. "다 큰 남자는 울지 않는 거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당신이 강해져야 해요" 등의 '강해져라'는 상투어, "너는 예전의 네가 아니다", "과거에 매달려 봐야 소용없어" 등 '얼른 떨쳐버리라'는 상투어, "이것은 사단의 역사다", "내가 너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같은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상투어, "너보다 하나님이 그를 더 필요로 하시는 거야", "하나님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시련을 주시지 않으셔" 하는 '하나님 어쩌구' 하는 상투어, "나는 네가 어떤 기분일지 다 안다", "아이는 또 낳을 수 있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전화해"처럼 '고통을 깎아내려 무시하는' 상투어 등이다.

2부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들' 중요한 네 가지를 제시한다. ①친척 혹은 친구에게서 거리를 두고 물러나지 마라 ②상대방의 반응을 비교,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마라 ③당신 자신에 대한 공감을 구하지 마라 ④깔보는 듯한 태도 혹은 가엾게 여기는 태도를 취하지 마라 등이다.

아픈 마음을 안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경청'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나 말들 외에 '해야 할 일과 말들'은 책에서 확인하시길. 원제 'What to say when you don't know what to say(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무슨 말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