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2장 부부갈등의 사례와 분석(4)

부부의 갈등은 대개 부부의 불균형이나 대화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문제는 부부의 관계와 자녀들의 문제 등 실로 다양한 사항들이 관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의 한 편이 매우 의존적이고 음란피학적(masochistic)이며, 배우자가 강해서 보호적인 부모와 같은 존재인 관계라면 불균형(marital skew)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는 그대로 부부의 분열성을 지향하게 만들어 자기도취적인 욕구를 유발하는 등 많은 문제를 양산하게 된다. 이번에는 그런 분위기를 기초한 상담사례를 다룬다.

1. 내담자의 기본 사항

내담자에 대한 기본사항을 아는 것은 상담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은 내담자에 대한 기본 정보를 상담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엿보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기본사항을 정확하게 할수록 상담 진행은 그만큼 쉬워질 뿐 아니라, 치료의 목표도 분명해지는 효과가 있다.

1) 내담자의 현재 상태

내담자는 30대 초반의 대학원생이다. 그는 부부관계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내담자는 혼자서 감당하기가 어려워 상담자를 찾아왔다. 특히 내담자는 어려서 엄마를 잃었다. 중학교 1학년 때 가출로 엄마를 잃어버린 것이다. 어머니를 일찍 잃었다면, 모성 결핍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모성을 누군가가 대치해 주거나 대리해 주지 않았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모성적 결핍 상태로 결혼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대인관계, 부부관계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초래하여 불안하며 애착의 혼란이 있고 우울증상도 있으며, 발기부전도 있어 상담소를 찾았다.

2) 병리적 문제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내담자는 여러 측면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이 드러났다. 이러할 경우 주로 사회적 관계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거나 자신감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내담자가 대인관계에서 항상 상대의 눈치를 보고 상대의 비위를 맞추려다 보니 인간관계가 안 되고, 특히 친밀관계에 갈등이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아내와 갈등이 심각하고, 성관계시 발기도 되지 않아 정상적 성관계를 나누기가 어려웠다. 이는 내담자에게 점차 자신감을 갖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 내담자의 성장 배경

내담자에게 드러난 현재 문제는 성장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런 것은 내담자에게 나타나는 현 문제는 반드시 현재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성장해 온 과거와 연결해 조명하고 이해해야 함을 의미한다. 내담자의 이런 점을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1) 어린 시절

내담자의 어린 시절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끝없는 처벌, 학대를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심한 부부싸움이 끊임없이 계속되었고, 후유증이 내담자에게 흘렀다. 중학교 1학년 때 이유도 없이 자신을 때리는 어머니의 빗자루를 잡고 "어머니 제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때 어머니는 1주일을 밥도 안 먹고 드러누워 죽는 척 해서,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가출해서 돌아오지 않았고, 이후 다른 남자와 같이 살게 되었다. 그 후 내담자는 일 년에 한 번씩 어머니가 불러내 용돈과 옷을 얻어 입었으나,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비밀을 지키느라 괴로워했다. 그러다 보니 내담자는 늘 어머니가 다시 집으로 되돌아와 가족이 한 집에서 사는 것이 꿈이었다. 그의 가정이 붕괴된 것은 내담자의 생각에 의하면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있었다. 할머니는 아버지를 놓아주지 않았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간질 시켰다고 한다. 이것이 옳다면 아마 그의 할머니는 결혼으로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유달리 아들에게 집착하는 경우 일어난다.  

2) 아버지와의 관계

아버지와의 관계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무능해서 생계를 꾸려갈 능력이 없었다. 게다가 할머니가 아버지를 감싸는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는 할머니의 품 안에서 아버지를 빼앗기 위해 몇 번이나 분가를 감행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아버지는 불안해서 다시 어머니 품 속으로 되돌아갔다. 이때 내담자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여 아버지 곁을 영영 떠나 버렸다.

내담자는 어린 시절 장남으로서 할머니의 귀여움을 받고 자랐기에, 어머니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했다. 이는 마치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할머니와 어머니가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할머니 앞에서는 엄마를 보호하려 엄마와 비밀리에 만나고, 엄마를 만나서는 아버지와 할머니를 보호하려 이중의 역할을 한 것이 지금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내담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싸움에서 언제나 중심에 있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 쓰러져 있으면, 어머니가 내담자에게 가서 아버지를 모시고 오라고 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오면서는, 아버지의 부당한 행동에 분노했다. 이웃에 가서 돈을 빌려 오라는 심부름을 수 없이 했는데, 그때마다 수치심, 모욕감을 느꼈다. 아버지와 함께 기차를 타고 친척 집에 갈 때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아버지가 내담자의 기차표를 사지 않기도 했다. 그때 아버지는 기차역에서 검표할 때 개구멍으로 도망하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시킨 대로 하다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역무원에게 붙잡혀 뺨을 얻어맞기도 했다.

이때 아버지에게 기차표를 사자고 했으나 듣지 않았고, 역무원에게 붙잡혀 얻어맞는 자신을 보면서도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없었고 보호해주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의 무능력에 분노했다. 어머니는 가출하면서 내담자에게 엄마 대신 동생들을 잘 돌보라는 부탁을 했고, 이를 지금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가 가출한 후 돌아올 것을 기대하면서 동네 앞에 버스가 지나는 시간이 되면 마중을 늘 나가기도 했다.

이처럼 내담자는 모정의 그리움에 고착되어 있다. 버스가 올 시간이 되면 정류장으로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갈 때 두 명의 여동생도 따라왔고, 버스가 서지 않고 지나갈 때는 실망해서 울기도 했다. 내담자는 그때 울던 두 여동생을 때린 기억을 회상하면 가슴 아파했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 내내 눈물이 흘러내려 참을 수 없었다. 형제애를 그린 영화를 보고 자신이 돌보아주지 못한 여동생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3. 내담자의 심리 상태

내담자는 아버지의 무능력함과 함께, 할머니로부터 분리되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에게 매달려 지금도 평생을 의존해 살고 있는 아버지와, 친밀감 형성에 문제가 있었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희생된 아들이었다. 상담자에게 치료를 받으러 올 때까지도 어머니가 집에 돌아와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살고 있었다. 그는 이미 결혼했는데도 어머니의 귀환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하여 기술할 수 있다.

1) 어머니와의 부정적인 관계로 인한 문제

내담자의 어머니는 두 번씩이나 재혼해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 이런 어머니를 보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애착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담자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애착 형성에 문제가 있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어머니(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의 전처가 죽고 아들이 있는 가정과 재혼했고, 외할아버지가 재혼했을 때 7세 된 아들이 있었다.

그러니 그는 어머니를 따라 외갓집에 갈 때면 어머니는 큰 외삼촌, 즉 배다른 오빠에게 어쩔 줄 몰라 했고, 큰 외삼촌은 언제나 비뚤어진 성격에다 인사하지 않는다고 꾸중을 하기도 했다. 내담자는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외할머니는 전처의 자식을 더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자식들에게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공평하게 하느라고 친밀하게 행동하는 것을 억제했다. 내담자의 외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의 눈을 의식한 것이다. "자기 새끼는 귀여워하면서 남의 자식이라고 홀대하고 박대한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였다.

언제나 자기 자식한테는 정이 없는 것처럼 전처와 자신의 자식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니 큰 아들 비위를 맞추느라 자신의 자식들에게 친밀감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외할머니로부터 친밀감을 배우지 못한 어머니는 자신의 자식한데도 배운 대로 그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내담자는 치료받으러 오기 전까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신에게 한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다른 이웃의 자녀들이나 자신의 친구들한테는 그렇게 친절하면서, 친아들인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외할머니에게 큰 딸로 어머니 밑에 3명의 이모들이 있는데, 한결같이 모두 이혼하여 혼자 살고 있다. 이러한 점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외할머니)로부터 받은 애착형성의 결혼 후 결과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어머니의 여동생들도 모두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애착문제로 자식들이나 남편에게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2) 부부관계로 인한 부정적인 심리상태

내담자는 원만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성장하여 가장이 된 것이다. 내담자는 결혼 후 부부관계에서 문제를 알게 되었다. 그는 발기부전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혼자 자위행위를 할 때 매춘부에 가서 성교하던 상상을 하면 잘 되지만, 아내와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싸운다고 했다.

내담자의 문제는 어린 시절 자신과 동생들을 버리고 도망을 친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이 심층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가출해서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지금도 어머니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온 가족이 함께 살 것이라는 기대 속에 살고 있다. 가족을 원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그의 책임이라 그는 믿고 있다.

그러나 그의 무의식 속에는 자식을 버리고 도망친 '나쁜 어머니'라는 분노가 깔려 있다. 그는 어머니의 가출 후 함께 살고 있는 첫 번째 남자와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몇 년 후 병으로 죽었고, 어머니가 두 번째 같이 살고 있는 남자와도 대면한 적이 있다. 두 남자들을 만나면서 그는 그들에게 어머니를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어머니와 관계하는 상상을 하면 발기가 잘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머니를 빼앗고 싶으며, 그들을 질투하고 있다. 아버지가 보호해주지 못한 어머니를 자신이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그들과 관계하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성적인 흥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아내는 어머니와 비슷한 점이 많다. 몸이 왜소하고 모든 것을 자신에게 의존하려 한다. 아내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일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몸이 아프다고 놀고 있기에 무능한 어머니를 보는 것 같다. 그는 아내가 어머니를 닮았다는 점과 성 욕구의 상실을 연결시키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와의 관계는 결혼 후 부부관계에서 재연되고 있었다. 아내와 끝없이 싸우는 모습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던 모습과 흡사하다.   

3) 성생활의 문제

내담자의 성생활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는 자주 매춘부와의 관계를 상상하면서 자위행위를 한다. 그것도 50대의 매춘부였다. 나이 많은 중년의 여인을 상상 속 자위행위 파트너로 선택하고 있다. 그는 엉덩이가 크고 청바지를 입은 여성을 보면 성적인 흥분을 느낀다. 나이 많은 그 여성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일 것이다. 그에게는 사춘기에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살아가는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다는 심리가 심층에 깔려 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자신이 나이 많은 여성과 관계하는 상상을 하면 극도로 흥분되고, 또 거의 폭력성으로 과격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격렬한 관계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응징하고 처벌하는 행위이다. 내담자는 어머니가 얼마나 잘되는지 보자는 방식으로 일종의 복수심을 갖고 있다. 자식을 버리고 도망친 어머니가 다른 남자를 만나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내담자의 마음에는 또 다른 마음도 있다. 내담자에게 어머니의 삶은 행복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와 함께 살던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어머니의 삶이 달라진 것 같지 않은 것이다. 삶에 지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그에게는 때로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4. 상담의 진행 과정

내담자의 부부갈등의 문제는 어머니와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현재 부부관계가 정상적으로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담자는 치료 과정에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분노했다. 이런 경우 어머니와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들을 재연해 내담자의 심층에 갇혀 있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방출해야 한다.

물론 치료 과정에서 그는 통곡하고 울고 하소연하고 원망하고 애원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자기의 주체를 강화시키는 치료를 중점으로 했다. 이로써 그는 점차 마음이 누그러졌고, 긴장이 풀리면서 동료들이 그가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상담자는 다음 몇 가지에 중점을 두어 상담을 진행했다.

1) 자기 주체성의 회복

내담자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자기 주체성 회복이다. 그는 성인으로 성장했지만, 마음이 여리다.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해, 독립적이거나 자율적이지 못한 것이다. 이는 내담자의 미숙한 사회생활에서 드러난다. 상담자는 그에게 대인관계에서 상대의 눈치를 보거나 상대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데 치료적 중점을 뒀다. 내담자에게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훈련을 시도했다.

나아가 내담자에게 어려서 어머니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아내에게 받겠다는 생각도 바꾸라고 설득했다. 그가 아내에게 모든 것을 해 주는 것도 어린 시절에 어머니로부터 받지 못한 칭찬을 사랑으로 대신 받으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였다.

물론 이런 것은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내면의 결핍은 어느 정도 충족된 다음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는 마치 물리학에서 인정된다. 밥을 먹지 않고 먹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담자는 어린 시절에 얼마나 어머니의 사랑과 인정, 칭찬에 결핍된 행동들이 연상되었다. 그가 5세 때 어머니가 외출한 후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주었더니, 외출 후 돌아온 어머니가 그에게 칭찬해 주었다. 그는 언제나 동생의 기저귀를 빠짐없이 자신이 갈아주고 칭찬을 기대했다는 것과 또 명절날 친척들이 준 용돈을 자신의 저금통에 모았다가 그 돈을 어머니에게 드렸다는 사실을 알렸다.

내담자는 어머니가 그를 그렇게 칭찬한 것들을 회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비위를 맞추려고 한 것이 어른이 된 지금도 계속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공허하고 자신감이 없고,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해지는 것이 어린 시절 어머니의 사랑이 부족하여 생긴 두려움, 공포, 불안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내담자는 성인이기에 모든 생각을 긍정적인 차원으로 바꾸어야 한다. 성장의 문제를 회상하기보다는 보다 높은 삶의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보다 높은 차원의 목표는 작은 목표를 능가할 뿐 아니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것은 내담자가 과거에 돌리던 시선을 미래로 향해야 한다는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2) 자아확대를 통한 결핍의 충족

내담자에게 가장 큰 문제는 심리적 결핍을 충족하는 문제이다. 앞에서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보다 높은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야 함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잘 협력하는 가운데서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담자는 성장 여건이 긍정적 정신에너지를 충족하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에게 향한 주변 사람들의 사랑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부족한 사랑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채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감을 높이고 자아를 확대해서 충족해 나가야 한다.

내담자는 충족의 방법을 바꾸어, 스스로 충족해 나가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그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채우려고 하면 얼마나 채울 수 있겠는가?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 욕구의 고착은 스스로 풀어 나가야 한다. 욕구의 고착 때문에 파멸한다는 것이 바로 프로이트의 유명한 고착 이론이다. 내담자에게는 어린 시절 상처받아 구멍 뚫린 욕구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죽은 나무처럼 죽은 기능의 자아가 된 것이다.

그 자아의 기능을 다시 회복시키려면, 자아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스스로 그 자아를 달래면서 자아에 가해진 감정을 회복해야 한다. 기능이 중지되고 발달이 지연된 자아 부분을 감정으로 연결시켜 혈액이 순환하는 것처럼 감정이 소통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로써 그 욕구에 연결된 감정을 재연시키고 그 감정이 다시 순환할 수 있게 된다. 내담자에게는 그런 점에 초점을 두고 상담을 진행했다. 다행히 상담은 처음에 예상하던 어려움과는 달리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5. 상담 후 변화

내담자는 상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물론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점차 잘못된 생각의 전환을 시도했고 방법도 바꾸었다. 생각을 바꾸니 모든 생활이 쉽게 달라진 것이다. 인식의 고통이 그렇게 큰 것이라는 사실을 배운 것이지만, 이런 변화가 그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상당한 기간 상담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훈련을 받은 결과였다.

상담 진행은 일반적으로 내담자에게 단순히 생각의 전환만이 아니라 상당한 훈련을 요구한다.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여 생활에 문제없이 적용하여 살려면, 내적 능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의 문제는 바로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 그러니까 내담자의 변화는 단순히 잘못된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그런 생각과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갖지 못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좁은 지면에 모두 기록할 수 없어, 이런 사레에서는 부득불 대강의 원리적인 측면을 기술했다.

실제로 내담자는 반 년간의 치료 결과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내와의 갈등도 많이 해소되었고, 아내는 그가 옛날과 달라졌다고 기뻐했다. 내담자는 더 치료를 받고자 하였으나, 대학원 공부를 다시 재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 정도에서 내담자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살아나가야 한다. 오래도록 상담을 받으면 비용도 문제이지만, 멀리서 오는 교통 문제도 부담이 된다. 대학원 공부가 한 학기 정도 남아있어 그것을 마친 후 다시 치료받기로 하고, 일단 공부에 주력하기로 했다. 완벽한 치료는 아니라 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상담치료의 효과이자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