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드 한인교회 김칠곤 목사
(Photo : 기독일보) 크로스로드 한인교회 김칠곤 목사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은 다양하며 삶에 대한 가치의 추구 역시 많은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과 민족에 상관 없이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면 누구나 말할 것 없이 동일하다. 그것은 나무에서 새싹들이 피어나고 가을이 되면 나뭇잎의 색깔이 바뀌고, 겨울이 되면 그 낙엽이 떨어지듯이 인생의 계절도 그와 같다. 사람도 나뭇잎이 변화하는 것 처럼 모든 사람의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의 색깔이 하얀색으로 바뀌며, 몸에는 근육들이 쇠약해지고 종국에는 병들어 죽게 된다. 그리고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는  나뭇잎들에게서도 동일하다.

 

어느 가을날 나의 인생의 선배이자 목회의 선배가 되시는 목사님 댁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아니하면 만날 수 없는 이민사회 속에서 한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며 삶의 행복이다. 가을 햇살 아래 커피를 마시며 기쁨의 대화를 나누던 중에 사모님께서 자신의 집 정원에서 농사를 지은 호박 몇개를 내어 놓으셨다. 그것을 주시면서 사모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올해 호박 농사를 잘해서, 종았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뻐요", "호박을 가지고 가져서 맛이게 볶아도 드시고, 국도 끓여 드세요"

사모님의 정성스런 사랑의 마음과 싱싱하게 보이는 호박이 평상시에는 그리 크게 보이지 아니했지만 그날 나에게는 큰 선물로 보였다. 선물을 받고 목사님과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목사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늙은 호박이 하나 자라고 있는 것을 보여 주셨다. 그 호박을 보는 순간 그것이 눈에 들어오는 것보다는 호박 잎들이 나의 시선에 집중되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호박 잎들의 색깔들이 희어지게 보여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키가 자라 높이 솟아 오르는 상추와 케일의 잎들을 보니 여전히 그들의 잎들도 희어지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머리에 번뜩이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호박 잎들아! 너희들도 늙어지니 희어지는 구나', '너희와 나의 머리가 희어지는 것과 다를게 하나도 없구나' 그러나 호박 잎이 희어지는 것을 보고 전혀 슬프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호박잎이 대견 스럽게 느껴졌다. 그것은 호박 잎이 한 일이 너무나 많은 것이었다. 그 속에서 꽃이 피고 꽃 들을 통해 벌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벌들에게 먹이를 주어 그들에게 감사하게 한다. 벌들은 호박 꽃에 감사하기 위해 호박 꽃들에게 사람을 실어 전달을 해 주고 그 속에서 사랑의 열매인 호박을 맺게 한다.

호박 잎은 호박이 열리면 때로는 호박의 그늘이 되기도 하고 호박이 열리면 잘 자라도록 바람으로부터 보호를 해준다. 그리고 호박이 잘 열려 자라게 되면 호박 잎은 자신의 때를 알고 자신의 옷의 색깔을 녹색에서 하얀색으로 갈아 입게 된다. 선선한 가을 날씨가 되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에 자신을 내려 놓기 위해 갈색으로 완전히 옷을 갈아 입고 힘없이 땅에 떨어져 흙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감사의 표현으로 다음에 열릴 호박을 위해 거름이 된다.

호박 잎 하나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호박 잎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인생의 삶을 가르쳐 주는 좋은 교훈을 보여 주었다. 시편 90:1-2절을 보면 "우리의 모든 날이 주의 분노 중에 지나가며 우리의 평생이 순식간에 다하였나이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이말은 인생의 날이 너무나 빠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속에서 남은 것은 힘들었던 것과 슬픈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짧은 인생을 전도서 기자는 말하기를 인생은 "해가 뜨고 지는 것",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라고 표현을 하면서 '해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헛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생의 수고, 슬픔과 즐거움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몫으로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바 그 일평생에 먹고 마시며 해 아래서 하는 모든 수고 중에서 낙을 보는 것이 선하고 아름다움을 내가 보았나니 그것이 그의 몫이로다."(전도서5:18)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깊게 성찰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아는 사람이며 자신의 삶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삶을 행복으로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하나님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시며 그들에게 '삶에 선한 응답'을 주신다.

한 해 동안도 온전히 살지 못하는 호박 잎도 잠깐이지만 그 곳에서도 수 많은 거친 바람과 뜨꺼운 햇살 아래서 열매를 맺으며 마지막에는 씨를 남긴다. 하물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게 만든,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게는 매일 매일 삶을 부족함이 없게 하신다.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하는 모든 일에 네게 복을 주고 네가 이 큰 광야에 두루 행함을 알고 네 하나님 여호와가 이 사십년 동안을 너와 함께 하였으므로 네게 부족함이 없었느니라 하셨다 하라 하시기로"(민수기 2:7) 하나님이 광야에서 생활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에게 늘 풍족함으로 부족함이 없게 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결혼의 제도를 주셔서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이루게 하신다. 이것은 하나님의 목적하심이며 그 속에서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하시는데, 자녀들을 하나님께서 유업으로 주시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가정에  씨의 축복을 주시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목적하심을 그들에게 보여 주시고 하나님을 경배하게 하시기 위한 것이다. 이것으로 볼때 인간은 짧은 여정 속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함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은 하나님이 주신이 생명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고난의 광야와 같은 인생의 여정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늘 풍성한 삶을 살게 하도록 전적인 은혜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시데 '살피시고', '확실히 깨닫게 해 주시고', '늘 염려하여 돌보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이시다. 호박 꽃이 햇살에서도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고 하늘에 감사하듯 우리도 하나님이 나와 늘 함께 하시는 것에 대해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람에게 가장 큰 축복은 세상이 아니라 주님이 나와 함께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나에게 축복의 열매가 주신다. 호박잎이 호박 꽃을 피게 하고 열매를 맺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힘에 순복하고 순응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사랑과 행복의 열매를 맺기 위해 하나님께 주어진 인생을 겸손과 순종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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