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무슬림 종교·정치 지도자들 내부에서도 이슬람국가(IS)의 폭력성과 비인간성을 비판하는 견해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는 전체 무슬림을 대변하는 최고위 성직자들도 포함돼 있어, 향후 IS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대법관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성직자 역시 "IS는 이슬람의 가장 큰 적"이라고 비난했다. 사우디의 대법관(Grand Mufti)인 쉐이크 압둘 아지즈 알 쉐이크(Sheikh Abdul Aziz al-Sheikh)는 19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 땅에 부패를 퍼뜨리고 있는 극단주의자 무장단체 테러리즘이 인류 문명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사우디통신사가 전했다.

앞서 이집트의 샤우키 알람(Shawqi Allam) 대법관도 "IS는 이슬람과 무슬림들을 위험하게 하는 존재"라면서 "이들처럼 잔인한 극단주의자들은 '이슬람과 무슬림이 사람들의 피를 흘리고 부패를 확산시키는 존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우리를 비난하고 파괴하려는 이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테러리즘과 맞서 싸우려는 우리의 사명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이슬람 최고위 성직자들의 견해는 일반 무슬림들에게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현지 언론들도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앞서 전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자국에서 대원들을 모집하려는 IS의 시도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인도네시아 조코 수얀토(Djoko Suyanto) 정치법률장관은 "IS는 인도네시아의 종교적·문화적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의 건국 이념과 배치되며, 일치성 아래 다양성을 추구하는 철학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내 IS 세력 확장을 반대하고 금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라크 알카에다에서 갈라져 나온,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IS는, 기독교인 마을을 공격해 수십만 명의 주민들을 강제로 추방시켰다. 또한 집을 약탈하거나 교회에 불을 지르고, 개종을 명령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아이들도 예외 없이 죽였다.

특히 모술 지역 점령 이후에는 이슬람 국가를 선포하고, 기독교인들 뿐 아니라 시아파 무슬림들에게도 공격을 가해, 이라크 북쪽 지역까지 자신들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켰다.

현재는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이들은, 미국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군을 지원한 데 불만을 품고, 미국인 제임스 폴리 기자를 참수하고 그 영상을 공개해 전 세계적인 공분을 샀다.

CNN에 의하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캐틀린 헤이든(Caitlin Hayden) 대변인은 "무고한 미국 기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데 대해 끔찍한 충격을 받았으며, 유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가능하다면, 더욱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성명을 발표하고 "폴리 기자의 소식에 전 세계가 놀라고, 모든 미국인들이 고통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계속할 것이며, 다른 국가들과 함께 IS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대법관의 이 같은 발언은 사우디가 유엔 대테러센터(United Nations Counter-Terrorism Centre)에 1억 달러(약 1,023억 원)를 기부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델 알 주베르(Adel al-Jubeir) 주미 대사는 "테러리즘은 국제적인 노력을 통해 반드시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하는 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