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니던 길인데, 오늘따라 잠시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효자열녀 정려비'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비를 바라보았습니다. 비석의 주인공은 부산 금곡동 율리부락에서 태어난 조선시대 천승호(1817-1866년) 씨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공신 천만리의 9세손으로 7층 5효 집안에서 태어났던 분인데, 7세에 부친을 여의자 시묘하고 홀로 된 모친이 중병에 걸려 지극한 간호를 했음에도 백약무효했습니다. 화사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지인의 말을 들었지만, 한겨울인지라 눈물로 탄식하던 중 문득 눈얼음에서 화사를 발견하여 그 어머님의 중병을 고쳤다는 효자라고 합니다.
그의 처 이 씨도 역시 법통 있는 가문의 여성으로서 천성이 곱고 정숙한 여자였으므로 시모에게 효성이 지극하였고, 지아비 섬기기를 하늘같이 했습니다. 지아비가 병들어 죽자 여러 날을 물 한 모금 밥 한 술 들지 아니하고 운명하니, 고종 9년 1872년 4월 천승호와 그 부인에게 효행과 열행을 가상히 여겨 통훈대부, 사헌부 감찰과 부인에게 숙인이라는 벼슬 교지를 내립니다. 그리고 인근에 널리 알리고 후세에 귀감으로 삼고자 효자 열녀 정려각을 세우도록 하였으며, 자손에게는 세금 및 노역을 감면토록 하였습니다. 부모에 대한 효심이 지극했던 것은 물론, 부부 간의 깊은 사랑이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어떠합니까? 부모를 내다 버리질 않나, 폭행을 일삼지 않나, 심지어 살인까지 범하는 불효막심한 시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 이후, 모세를 통해 인간에게 지켜야 할 십계명을 명하셨습니다. 그 중 다섯 번째는 아시다시피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명령의 말씀입니다. 십계명에서 4번째까지는 하나님께 대하여 지켜야 할 명령이고, 인간에 대한 첫 번째 명령이 바로 부모에 대한 효입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 기독교인들은 부모에 대한 효를 다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필자도 부모에게 효도를 못한 것이 막심한 후회가 되며, 지금도 늘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을 적십니다. 부모님께 잘 해드리지 못했던 그 세월이 지금도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살아계시는 부모님을 주님처럼 모시고 효도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부모와 자식, 그리고 가정은 늘 화목하고 사랑이 넘쳐야 합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뜨거운 매를 들어야 합니다. 그 사랑의 매 없이 우리의 미래는 결코 허락되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믿은 모든 성도들은 자식과 부모를 주님을 모시듯 사랑해야 하며, 특히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깨닫고 교회와 이웃과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도록 늘 훈계하며 가르쳐야 합니다.
특히 이혼이 많은 요즘 시대를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필자는 성도들의 부탁에 의해 중매를 많이 합니다. 모두 한결같이 믿음 좋은 총각, 믿음 좋은 아가씨면 좋다고 말하지만, 막상 선을 보면 '어찌 그리' 요구사항이 많은지.... 인물이 없니, 키가 작니, 재산이 없느니, 직장 연봉이 너무 적니, 장남이라서, 또는 지방이라서 등등 이유가 너무 많은 것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부모님들은 교회에서 장로, 권사, 안수집사님들인데, 어찌 말과 행동이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믿음은 다 어디로 가 버리고 세상보다 더 요구사항이 많은 것을 바라볼 때, 앞으로 기독교의 앞날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년들이여, 주님을 바라보세요! 사람을 외모로 보지 마세요! 그리고 돈으로 사랑을 얻으려 하지 마세요! 부모님들이여, 제발 자녀들을 믿음 안에서 주님을 바라보게 하세요! 그리고 신랑·신붓감의 믿음을 보세요! 자녀를 사랑한다면 외모를 보지 마시고, 깊이 주님을 바라보는 처녀·총각을 골라 보세요!
필자는 이 세상에서 저희 장인을 가장 존경합니다. 결혼 적령기에 제 홀어머님은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대소변을 제가 봐 드려야 했습니다. 당시 필자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고 월급도 꽤 많았습니다, 매월 어머님에게 월급을 보냈는데, 어머님은 돈을 좀 키워보려고 이웃들에게 돈을 빌려주셨습니다. 막상 중풍으로 쓰러지시니, 어머님에게 돈을 꾸어간 분들은 하나같이 다 갚았다고 하셔서 그 돈을 다 잃고 말았습니다. 돈 한 푼 없는 저에게, 그리고 중풍으로 쓰러지신 시어머니가 있는 가정에 누가 시집을 보내겠습니까? 지금 시대 같으면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저희 장인은 장로님이셨는데, 제가 교회를 다닌다는 그 한 가지만으로 결혼을 승낙하셨습니다. 오직 평생을 믿음으로 이웃을 위해 사신 분이기에 필자는 장인을 더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장인이 돌아가신 후 많은 단체에서 장인에 대한 칭찬을 했습니다, 정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이웃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이었습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신 분이셨습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어린이주일, 어버이주일, 스승의주일 등을 행사로만 지낼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나누는 참된 한 달로 삼아야겠습니다. 이조 시대의 효도와 부부의 사랑이 지금과 왜 차이가 나야 합니까? 오히려 지금은 더 자유로운 시대이므로 더 뜨겁게 효도하고, 가정을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기뻐하실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 가운데 사회는 평화로워지고, 사랑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부모에게 진심으로 효를 다하며, 부모는 자식들을 믿음으로, 사랑의 매를 들어 이 세상을 그리스도의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가정을 아름답게 잘 이끌 때, 불신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점점 하나님께로 나아올 것입니다.
/이효준 장로(부산 덕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