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
(Photo : 기독일보) 민종기 목사

그리스의 남부 도시 고린도는 오랜 발굴 작업을 통하여 샘의 근원, 시장, 거리, 상점을 복원시켰고, 오래된 신전 흔적과 높은 산이 도시의 남쪽 시야에 들어옵니다. 사도 바울과 브리스 길라와 아굴라 부부의 전도하는 음성이 지금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남부에는 노예시장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리스나 로마의 노예시장에서 노예는 상품입니다. 상업적인 거래물이었던 노예는 노예 당사자와 상의 없이 돈을 받고 팔거나 소유권을 이전하는 일이 아주 자유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값을 지불하면 주인이 바뀌고, 하루 아침에 다른 주인을 섬기게 되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고린도 전서 6장 20절, 7장 23절에서는 신자인 우리가 그리스도에 의하여 “값으로 산 것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어로 시장(market place)을 “아고라”라고 하는데 “아고라조”라는 말은 “사다” “구입하다”라는 말로서 값을 치르고 노예를 사서 자유하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예를 사고 파는 것은 전적으로 주인의 의지입니다. 전리품 중의 전리품이요, 소유물인 노예는 경제수단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속(redeem)하신다는 말은 이처럼 대가를 지불하고 노예를 사서 양민으로 구원, 즉 속량(贖良)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은 죄 아래 팔린, 죄 아래서 종노릇하는 인간을 사서 자유케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핏값을 지불하고 사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주인(master)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악랄한 주인인 사탄 아래에 있던 자를 자비로운 주인이신 예수 아래로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선언합니다.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너희가 본래 죄의 종이더니 너희에게 전하여 준 바 교훈의 본을 마음으로 순종하여 죄로부터 해방되어 의에게 종이 되었느니라”(롬 6:17-18). 그리스도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사람은 죄의 종에서 해방되어 의의 종이 됩니다. 이제는 자유를 얻어 선한 주인이신 예수님을 섬기며 살게 되었다는 선언입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구원하시되 사랑으로 부르시고 우리를 성숙시킵니다. 그분은 이제 죄에 찌든 종인 우리를 하나님의 백성, 즉 천국시민으로 만들려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종을 백성으로 만들고, 양자의 영을 주심으로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십니다. “아빠 아버지”라 부르고 하나님을 섬기는 자녀들을 얼마나 기쁘게 여기시는지,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신부, 곧 어린양의 신부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구원의 하나님은 우리에게 죄로부터 자유하고 해방을 누리며 의의 종이 되라고 합니다. “주여 주여” 말로만 하는 종이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주의 뜻대로 행하는 종이어야 합니다(마 7:21). 성경은 오늘도 우리를 향해 거룩함에 이르는 열매를 맺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구원 이후의 열매 맺는 삶도 여전히 구원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그래서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빌 2:12)고 성경은 명령합니다. 나무와 열매는 나누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