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박석규 목사.

충청북도 강촌에서 한 통의 편지가 감사절 기간에 왔다. 생소한 곳이라 의아해하며 개봉했다. 그랬더니 이런 내용의 사연이었다.

오래 전에 미국을 방문했던 한 팀에 후배 목회자가 있었다. 시골에서 목회하는 분들이었다. 옷차림과 말투에서 촌티가 물씬 낫다. 보는 것마다 신기해했다. 지금도 뻔질나게 미국을 드나드는 대도시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많지만 아직도 미국 한번 와보지 못한 농촌 목회자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K목사 내외는 행복한 분이었다. 회갑을 맞이하여 어려운 농촌교회에서 정성을 모아 내외분에게 미국관광을 보내드린것이었다. 보내 주면서 "목사님, 가시거든 맛있는 것 많이 잡수시고 많은 것 보시고 돌아오셔서 저희들에게 전해주세요" 하더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옛 일이 생각났다. 목회할 때 일이다. 성지순례와 유럽을 다녀와서 그곳 사적과 명소를 알리는 팸플릿을 일일이 챙겨와 정리해서 교인들에게 보이고 소개했더니 그렇게 좋아들 했다. 그래서 나도 후배 목사에게 그 아이디어를 주었다.

워싱턴의 백악관, 국회의사당, 스미소니언 박물관, 미술관, 워싱턴 기념탑, 링컨기념관, 알링턴 국립묘지,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등을 방문하면서 완벽하게 촬영한 천역색 사진과 상세하고 자상하게 기록한 역사가 수록되어 있는 자료와 팸플릿을 일일이 챙겨주면서 "돌아 가시거든 번역할 수 있는 학생에게 부탁하여 번역해서 보고 느낀 감동과 함께 교인들에게 전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워싱턴만 아니라 방문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빠짐없이 그렇게 하라고 부탁도 했다.

내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다. K목사는 돌아가서 실천을 했다. 외지에 유학 갔다가 방학을 맞아 돌아온 학생에게 번역을 시켰다. 모두 번역을 마치고 나니 군데군데 사진을 붙였는데도 40장이 넘는 차트 분량이 되었단다. 그것을 교인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어찌나 좋아들 하는지 미국에 갔다온 것 같다면서 기뻐들 하였다고 한다.

이 소문을 들은 동네 이장이 마을회관에 오셔서 동네 사람들에게도 들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5차례로 나누어 동네주민들에게 '미국 방문기'를 보였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문에 소문이 나서 이웃교회는 물론 이웃 동리 이장들도 부탁을 해서 '미주 방문기' 때문에 엄청 출세했다며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목사님! 좋은 아이디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벌써 몇년째 '미주 방문기' 때문에 바쁘게 불려 다닙니다. 감사절을 맞으면서 목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