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개혁연대(대표회장 강흥복 목사, 이하 연대)와 종교근본주의연구소(소장 문병길 목사) 주최로 종교개혁주일(10·31) 기념 제3회 개혁포럼 '한국교회 세속화를 경계한다'가 22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중강당에서 개최됐다. 올해 개혁포럼 주제는 '기독교 혼합주의(syncretism) 진단'으로, 1부 예배 후 양원준 장로(연대 상임회장)가 사회를 맡아 포럼이 진행됐다.
이동주 박사(아신대 전 교수)는 '한국교회 기독교 혼합주의와 영성'을 주제로 한국교회에 파고든 혼합주의 영성의 실태와 함께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이동주 박사는 "기독교 혼합주의란 보통 기독교 이단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통일교나 구원파, JMS나 신천지처럼 이미 교회의 정죄를 받은 교회 밖 혼합주의 이단들이 있는 반면, 종교다원주의·혼합주의처럼 교회의 정죄를 받지 않고 교회 안에 공존하는 이단신학적 기독교 혼합주의가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기독교 혼합주의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샤머니즘과의 혼합, 다른 하나는 유불선 범신론과의 혼합이다.
샤머니즘과의 혼합: 통일교, 변선환, 정현경의 '초혼제'
샤머니즘과 혼합된 대표적 종파로는 '통일교'를 들었다. 이 박사는 "한국의 영적 혼합주의 사상은 김백문의 '신앙인격론'과 '성신신학'에서 확인되는데, 이 사상은 통일교 교주 문선명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문선명은 가정 배경부터 샤머니즘적이었고, 그의 성령관에서 강신론적 혼합주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수라는 '죽은 귀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문선명에 의해 세워진 통일교는 '성령'과 '귀신'을 혼동하여, 지상에 내려와 사람들 속에 들어가 공생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성령이라 설명하고 있다.
성령 체험과 무당의 '강신(신내림)'과의 차이점에 대해 이 박사는 "성경에서 '성령'은 죽은 귀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영(갈 4:6)이고, 하나님 자신의 영(롬 8:9)이시다"며 "성령의 증거를 받은 사람은 '역사적 예수'와 '전파된 그리스도'의 동일성을 고백하게 되는데, 성령이 아니고서는 오순절 후 제자들에 의해 전파된 '그리스도'를 나사렛 예수와 동일시할 수 없다(고전 12:3)"고 설명했다.
기독교가 무속 문화권에 토착화되면서 나타나는 이러한 '강신론적 혼합주의'는 정현경 교수의 '초혼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이동주 교수는 "정현경 교수를 만나 '죽은 사람의 영과 성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이냐'고 물었던 적이 있는데, 그는 서슴지 않고 '둘 사이는 붉은 장미와 그 향기'라고 했다"며 "이는 힌두교 라마크리슈나가 비인격신과 인격신의 차이를 '우유와 그 흰색', '다이아몬드와 그 광채'처럼 하나이고 같은 것이라 가르친 내용과 병행되고, 결국 정현경의 신학에는 샤머니즘과 범신론이 혼합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박사는 "정현경은 창조주의 영과 죽은 사람의 혼 사이의 질적 차이를 전혀 구별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감신대 학장 출신인 변선환의 '토착화 신학'에 대해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대속함을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부터 하나님이 새로 부어주신 약속된 거룩한 영(행 1:8)이 아니라, 거룩한 영과 더러운 영, 예수 그리스도의 영과 세상의 영, 하나님의 영과 인간의 영 사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혼합주의 영"이라고 했다.
이동주 박사는 "범신론적 재래종교 사상을 전수하고 종교혼합주의를 추구하는 기독교인들은 결코 타종교인에게 회개를 촉구하지 않는다"며 "기독교의 구원 경험은 복음과 재래종교와의 혼합이 아니라 오히려 재래종교의 핵심 사상으로부터 철저히 회심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이 '회개'라는 불연속성의 체험을 통해 교회는 새롭게 개입한 제3자, 즉 성령의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복음은 구약과 신약, 즉 언약과 성취라는 맥락에서만 연속성을 갖고, 기타 종교들과는 불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
이 박사는 "재래종교들의 터를 딛고 선 한국교회는 그들의 범신론에 의해 많은 종교적 영웅들을 예수 그리스도와 동격화할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혼합주의는 그리스도를 피조물로 비하하거나 인간을 신의 위치까지 끌어올리고, 심지어 성령 대신 악령을 받게 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위험한 혼합주의 이단 신학은 교회 바깥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 안에 있다"며 "교회 내 종교혼합주의는 성경의 권위를 상실하게 하고, 표준이 되며 믿을 만한 신앙의 기초를 허물어뜨리기 때문에 훨씬 도전적"이라고 경고했다. 20세기 이단들은 주로 기독론을 왜곡해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거나 인간을 신격화하다 교회 밖으로 쫓겨났지만, 21세기 이단들은 주로 성령론을 왜곡해 성령의 마술·귀신·비인격·비신격화를 꾀하고 뉴에이지 운동처럼 혼합주의적 종교통합 운동을 시도하기 때문에 복음이 더욱 크게 훼손된다고도 했다.
종교다원주의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해악
이어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이 '그리스도를 왜곡한 종교다원주의'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최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 밖에도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있고, 하나님의 구원 은총을 기독교에 제한하지 말아야 하며, 타종교에도 하나님의 구원이 있다고 하는 종교다원주의는 포스트모더니즘, 탈구조주의, 진리 상대주의, 혼합주의, 민족 문화, 종교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 성향과 맞물려 폭넓게 파급되고 있고, 최근 한국교회 안에도 강력하게 침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덕성 박사는 종교다원주의의 주요 주장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첫째, 역사적인 종교들은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형성된 '구원의 길'로, 각 종교인들은 각각 다른 길을 거쳐 구원을 받는다. 둘째,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셋째, 각 종교의 배후에는 '궁극적 신적 실재(Ultimate Divine Reality)'가 있어, 같은 신적 실재에 바탕을 두고 모두 동등한 가치의 종교 경험을 갖고 있다. 넷째, 각 종교는 고유한 것을 인정하면서 타종교를 인정해야 한다. 다섯째, 다른 종교를 자기가 믿는 종교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으로 특정 종교가 시공간을 초월한 영원불멸의 진리 체계를 독점할 수 없다. 여섯째, 인간이 궁극의 신적 실재에 대한 완전한 인식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종교다원주의자들의 주장들도 나열했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산을 등정(登頂)하듯 각각의 종교를 거쳐 모든 인간이 동일한 구원에 이른다는 김경재 교수의 '등정로 이론', 예수는 그리스도이지만 그리스도는 예수만이 아니라는 로마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의 '익명의 그리스도론(Anonymous Christology)', 각 종교가 동일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가톨릭 사제 라이문도 파니카의 '보편적 그리스도론(Universal Christology)', 기독교 신앙이 배타적인 예수 중심에서 보편적인 신(神)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美 클레아몬트신학교 존 힉 교수의 '신 중심주의 신학', 예수를 인류가 보편적으로 갖는 신 개념에 바탕을 둔 신 중심 신앙의 현현(顯現)으로 보는 폴 니터의 '신 중심주의 그리스도론', '역사적 예수'의 연구 결과를 종교다원주의에 적용한 '예수 세미나' 등이다.
최덕성 박사는 "종교다원주의는 종교의 목적이 교리(dogma)를 전하는 데 있지 않다는 자유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출발해 신앙인들을 향해 '자기 종교의 교리만 신봉한다'고 지탄한다"며 "종교다원주의는 상대주의 진리관, 만인 보편구원주의, 종교혼합주의와 얽혀 있고, 결국 성경관으로 귀착돼 성경을 신앙과 행위의 규범이나 특별한 방법으로 계시된 하나님 말씀으로 믿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진정한 진리는 배타적이고, 참과 거짓은 배타적일 때 비로소 드러난다는 점에서 '배타주의(Exclusivism)'는 자랑스러운 명칭"이라면서도 "우리 사회의 일반 정서는 배타주의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그리스도 유일주의'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고도 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참 하나님이자 참 사람이며,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고 믿고 고백하고, 구원은 오직 그의 대속 사역으로 가능하다고 믿는 유서 깊은 기독교 신앙을 말한다.
포럼에서는 예영수 박사(국제크리스천학술원장)가 '초대교회 유대주의와 영지주의 등 혼합주의 태동실태'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으며, 앞서 드린 예배에서는 고창곤 목사(예장 대신 증경총회장)가 설교, 강흥복 대표회장이 인사말, 문병길 소장이 광고, 엄정묵 목사(엘림교회)가 축도를 각각 맡았다. 포럼 후에는 참가자 일동 명의로 '그리스도의 풍성함이 거하는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제목의 성명서가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