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신학회(회장 정상운 박사) 공동학술대회가 '한국교회, 미래는 있는가?- 2013 WCC 부산총회 개최 그 이후'를 주제로 7일 안양 성결대학교(총장 주삼식 박사) 학술정보관에서 개최됐다.
1부 개회예배 후 열린 2부 심포지움에서는 이종윤 박사(한국기독교학술원장)가 주제강연을 전한 후, 김태연 대표(GPI선교회)를 좌장으로 오덕교 전 총장(합동신대)·이은규 총장(안양대)·정상운 전 총장(성결대)·조종남 전 총장(서울신대) 등 전·현직 총장들이 토론을 벌였다.
이종윤 박사는 주제강연을 통해 WCC 총회의 주요 이슈 등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이들을 바르게 인도할 책임이 한국교회에 있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참석한 전·현직 총장들은 주로 WCC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한국교회 미래에 대해 제언했다.
"기독교 독특성보다 '함께'만 강조... 본질 희석"
이종윤 박사는 발표에 앞서 "진단하는 이에 따라, 그리고 방법에 따라 병명이 다를 수 있고 처방도 달리 나올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의 한국교회가 일반적으로 경건하지 못한 병든 교회로 진단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이를 단순한 시대적 병리현상으로 진단할 것이 아니라, 영안을 열고 하나님이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보고 들을 수 있어야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소생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WCC 제10차 총회에 대해서는 준비 과정에 대한 평가와 제안을 시도했다. 이 박사는 "WCC 제10차 총회 한국 개최에 대한 한국교회의 득실을 논하는 이유는 (부산지역 경제효과 7백억 운운하는) 상업적 계산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단지 장소만 제공하는 '잔칫집 마당'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며 "WCC-APC(Assembly Planning Committee) 및 제네바 실무협의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총회 개최를 위한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준비 및 실행사항에 있어서는 잘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7개의 주제강연이나 24개 주제의 에큐메니칼 대화의 장에서 한국 및 한국교회 관련 주제가 너무나 빈약한데, 이는 다시 말해 주제 선정에 있어 한국교회에 득(得)이 되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일은 개최국으로서의 '위상'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개최국의 이니셔티브를 살려 한국 및 한국교회와 관련된 구체적인 주제를 총회에 상정하여 한국에서 총회가 개최되는 '유익'을 한국준비위원회가 꼼꼼히 챙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종윤 박사는 또 7개의 주제강연과 24개의 대화마당 소주제를 제시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나 복음, 구원 등 '기독교의 독특성'보다 '함께'가 지나치게 우선되고 있다고 했다. 주제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단어는 'One, Unity, together, community, ecumenical, dialogue, reconciliation' 등이다. 이 박사는 "이러한 단어들의 '함의'는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증인들'이 돼야 하는 기독교의 본질적 주제가 변형 또는 변질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며 "모든 것을 포괄하자면 자연히 '특성'과 '고유성'은 희석되고, '혼합' 혹은 '무특성'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고, 한 걸음 나아가 이상의 주제 아래서는 자연히 기독교의 본질 자체가 희석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독도·탈북자 문제 대신 통성·새벽기도 소개만?
WCC한국준비위원회(위원장 김삼환 목사, 이하 한국준비위)가 추진 중인 에큐메니칼신학원(GETI)의 한국 유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박사는 "한국준비위는 GETI를 총회 기간 전후 서울·부산에서 진행할 것을 계획하고, 특히 주말 프로그램을 광주로 정해 광주민주화 투쟁을 교육하겠다고 한다"며 "이는 순수 에큐메니칼 운동이 아니라, 한국의 특수집단이 WCC 총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가하겠다는 뜻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준비위는 분열된 장로교회의 연합을 위한 '한교단 다체제 연합'이나 '탈북자 난민수용소 건립 유엔 건의' 또는 '탈북자 강제북송저지 및 북한인권' 같은 구체적이고 범교단적 주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한국준비위는 통성기도나 새벽기도, 수요예배만이 마치 한국교회가 자랑할 특성인 양 커다란 성과로 소개하는데, 그보다는 한국사회 및 한국교회와 관련된 주제를 총회에 상정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대행사인 85개의 '마당(Workshops and Exhibitions)'을 통해 독도나 탈북자 문제, 동성애자 목사안수나 등 한국교회가 세계적으로 여론화하여 획득해야 할 문제들을 의제로 상정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에큐메니칼 운동을 부르짖는 WCC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들의 교회가 분열되고 있는 원인 분석과 치유책에 대한 대안, 신앙의 자유를 위해 핍박받는 백성들에 대한 문제 같은 실질적 주제들을 총회에서 다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밖에 기술적인 준비 사항들은 여러 번 총회를 열었던 WCC의 지도 아래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준비가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장소 대여와 환영만이 아니라, 세계 교회 이끌어야
그는 "WCC(2013)나 WEA(2014) 총회를 한국에서 하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무엇인가를 찾아, 장소나 빌려 주고 손님 환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나눠주고 이끌어야 할 때가 됐다"며 "이 같은 과업을 위해, 한국교회는 더 이상의 갈등과 분열을 끝내고 성숙한 모습으로 연합해야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윤 박사는 WCC 이후 '한국의 미래'에 대해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님 손 안에 있기 때문에 고난과 혼란은 있을 수 있으나 결국 하나님께서 승리하실 것"이라며 낙관하면서도, 여러 과제들을 제시했다. 먼저 단순한 기구적 연합이 아니라 '받은 과업' 안에서 성경이 말하는 연합(요 17), 즉 예수님과 연합함으로써 모두 하나되는 영적 연합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또 복음 앞에서 명료성(clarity)을 표현하고, 세상 앞에 내어놓을 가시적 결과물(visibility)을 보이며, 그리스도 앞에서의 일관성(consistency), 하나님 앞에서의 더 큰 겸손(humility)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문화의 기독교화·교회의 천국화·세계 복음화에 나서기 위해 성경이 가르치는 바른신앙·바른신학·바른생활을 회복하고 교회의 내실화를 추구해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