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 저녁, 노동절 연휴와 궂은 날씨에도 연합장로교회(담임 정인수 목사) 커뮤니티센터 가득 오붓하게 자리잡은 각양각색의 부부들이 '부부갈등 해결사'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이백용 장로(바이텍시스템 대표)와 송지혜 권사(숙명여대 교수, 한국피아노교수법연구소장)의 '주거니 받거니 토크'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들은 전문적인 부부심리 혹은 성격유형 이론을 설명하면서도 때론 유쾌하고 통쾌하게 남녀의 차이를 꼬집어 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때론 행복 하려고 결혼했는데 서로를 미워하고 외로워지는 부부관계의 실상을 풀어내 참석자들의 동감을 얻어내기도 했다.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이 칭찬해주고 인정해줘도 실패한 인생입니다. 삶에 가장 중요한 관계를 부부관계, 부모관계,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라고 본다면 부부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많이 싸우고 갈등합니다. 이 세 가지 관계를 영적인 시각에서 보면 전쟁과 같습니다. 이를 이기려면 성령이 충만해야 하는 동시에 지식과 기술도 필요하고 이를 훈련해야 합니다"라고 운을 뗀 이백용 장로는 "결혼한지 31년이 됐지만 우리 부부 역시 여전히 갈등합니다. 중요한 것은 부부 사이의 '사랑의 감정계좌'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이혼으로 추락하는 7단계'를 1.갈등발생 2.자존감 손상 3.갈등요인 무시 4.성관계 단절 5.역할 중단 6.상호공격 7.단절로 설명한 그는 "시작은 사소한 갈등입니다. 대부분의 부부는 처음 세 단계를 오가며 사는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갈등을 키워 결국 단절(이혼)에 이르게 됩니다. 저 역시 유학생활이 너무 외로워서 아직 결혼할 마음이 없는 아내에게 옆에만 있어 달라는 간청으로 결혼에 골인했는데, 결혼하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조신한 아내'가 아니어서 이것 때문에 많은 갈등을 겪었습니다"라고 이어갔다.
경기고, 서울대 전기과 졸업, 미국 UCLA 대학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던 유학시절, 누가 봐도 빼 놓을 것 없었던 이백용 장로는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피아노를 공부한 아내 송지혜 권사와 결혼하며 '결혼 프로젝트 완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기대와 너무나 다르게 '덜렁대고 깨뜨리고 잊어버리는' 아내로 인해 신혼 초기 수 많은 갈등을 겪으며 아내를 고쳐보려고 '성격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격유형(MBTI)를 알기 전까지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과 성향을 가질 것이라고 믿었던 그는 큰 충격을 받는다.
마이크를 건네 받은 송지혜 권사는 "서로 사랑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채워줄 것을 기대합니다.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은 욕구가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남에게 주곤 하죠. 집에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텔레비전을 볼 때 옆에 앉아서 등 긁어 주면서 이야기 하는 것인데, 뉴스만 돌려보는 게 재미 없어서 '아 아침에 먹다 남은 저 사람이 좋아하는 빵이 부엌에 있지!'라는 생각에 이걸 갖다 주려고 부엌으로 갑자기 달려가요. 부엌에 갔는데 설거지가 마침 보여서 이걸 하다가 원래 하려고 했던 걸 잊어버려요. 남편은 제가 옆에 있어주기만 바라는데 전 다른 걸 주려고 하는 거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의 욕구를 채워주려고 할 때 갈등이 생깁니다"라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이야기했다.
이백용 장로는 하나님께서 남자는 성취 지향적으로 목표와 결과를 중시하도록 창조하신 반면, 여자는 관계 지향적으로 과정과 감정을 중시하도록 창조하셨는데 이로 인해 남자는 시각과 후각이, 여자는 청각과 촉각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부의 서로 다른 욕구 5가지가 있습니다. 남편은 5번 존경과 칭찬, 4번 아늑한 가정환경, 3번 아름다운 외모, 2번 취미활동의 짝, 1번 성적 만족이고 아내는 5번 가사에 관심을 갖고 수고를 인정해 주는 것, 자녀와 처가에 관심을 갖는 것, 4번 경제적 안정, 3번 신뢰할 수 있는 남편, 2번 대화의 짝, 1번 자상한 애정표현 입니다. 여기에 더해 남편과 아내의 기질적 욕구가 무엇인지, 내가 원하고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찾아서 그걸 충족시켜 줘야 말로는 더 이상 설명이 안 되는 부부갈등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날 부부세미나에 앞서 여성강성예배, 기독실업인회 연합모임에서 강의를 한 이백용 장로와 송지혜 권사는 부부갈등 해결사로 활발한 강의와 CBMC(기독실업인회) 대학팀장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내 남편 내 아내 성격만 알아도 즐거워 진다], [남편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 진다], [아이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 진다], [결혼 후 나는 더 외로워졌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