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성결교회 총무 박승로 목사.
미주성결교회 총무 박승로 목사.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계단에 서서 수많은 인파들을 향해 감동적인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그 노예를 부리던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의 식탁에 마주앉게 될 것이라는 꿈입니다.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 불의와 억압의 열기로 이글거리는 저 황폐한 사막인 미시시피 주가 언젠가는 자유와 정의의 단물이 흐르는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는 꿈입니다.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 제가 낳은 네 명의 자식들이 언젠가는 피부색이 아닌 인품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꿈입니다."

그가 이렇게 감동적인 메시지를 내 보내고 43년이 지난 2006년 11월 13일, 그가 딛고 서서 외쳤던 그 링컨 기념관 옆에 4 에이커 상당의 대지 위에 그의 기념관이 들어섰습니다. 당시 부시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잭슨 목사를 비롯한 흑인지도자들은 첫 삽을 뜨면서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이민자들이 몰려 살면서도 많은 자유를 누리는 것은 이들의 무저항주의로 정의되는 인권을 향한 위대한 발걸음 때문일 것입니다. “I have a dream" 이 외침은 비단 흑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이민자들의 외침인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2013년 8월28일) 미국의 대통령인 오바마가 그가 섰던 자리에서서 "킹 목사는 억압받는 자와 억압하는 자 모두에게 똑같이 구원의 길을 제시했다. 그가 한 말은 모든 세대에 해당하는 것이고 시간을 떠나 힘과 예언을 지니고 있다"고 연설을 했습니다. "그들이 행진했기 때문에(because they marched)오늘날 흑인 소년들은 더는 남의 구두를 닦지 않고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들이 행진했기 때문에 투표권이 통과됐고, 그들이 행진했기 때문에 미국이 바뀌고 백악관이 바뀌었다"고 외쳤습니다.

킹목사의 기념관 출입문 한 쪽에는 '이 신앙으로 우리는 절망의 산을 희망의 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연설 구절이 다른 한 쪽에는 '정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거센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구절이 새겨있습니다.

기독교의 신앙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절망의 산을 희망의 돌로”만드는 것입니다. 신앙은 절망 가운데 희망하는 것입니다.

50년 전 흑인들은 절망가운데 있었습니다. 인종차별법이 있어서 버스의 자리도 제대로 앉을 수 없었고 식당도 자유로이 출입할 수 없었습니다. 노예의 삶은 아니지만 인간의 귀중한 인권을 빼앗기고 살았기에 절망할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절망의 자리에서 믿는 사람들은 희망을 향한 위대한 걸음을 옮긴 것입니다. 1955년 12월 1일 로사 팍스(Rosa Parks)가 버스에서 백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므로 감옥에 가게 된 것이 결정적으로 희망을 향한 출발을 가지게 되고 그 중심에 킹 목사가 서 있었던 것입니다.

이 땅에는 아직도 절망의 상황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인권이 짓밟히고 인간의 가치와 생명의 존중이 무시되는 어두운 현장들이 세계 곳곳에 널려 있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권이 유린당하고 폭력이 용인되고 인간의 생명이 무가치하게 희생되고 있습니다. 예수의 교훈 가운데 그 어디에도 힘에 의한 평화를 언급하신 곳은 없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말합니다.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 그러기에 킹 목사의 인권을 향한 무저항운동은 진정한 가치를 지니는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그 어떤 이유로든지 폭력과는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약한 것 같으나 강한 것이 성경의 원리입니다. 우리는 연약하지만 하나님은 강한 것입니다. 지는 것 같으나 이기는 것, 낮아지는 것 같으나 높아지게 되는 것,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것이 성경의 진리입니다. 이는 세상의 원리와 상반되는 것 같으나 성경의 역설적인 진리인 것입니다. 우리가 절망 가운데 있는 것 같으나 하나님으로 인해서 희망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인 것입니다. 힘에 의한 평화는 지켜지기가 어렵지만 사랑에 의한 평화, 희생을 통한 평화는 오래가는 것입니다.

이제 50년 전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깨끗한 영혼으로 진정 폭력을 미워하고, 예수의 심장으로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섬기고 사랑을 나눈다면 이 땅에 모든 절망의 산들이 희망의 돌로 만들어지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