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가톨릭 국가이다. 스페인 수호성인으로 알려진 성 야고보 축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큰 축제를 앞두고 200여명의 승객을 실은 열차 안은 한껏 들떠 있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출발해 페롤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시 중앙역 근처에서 탈선 사고가 났다. 최소 80여명 사망 140여명 이상 부상.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갈지 아직 모르는 일이다.
규정 속도는 80km였다. 그런데 기차는 200km로 달렸다. 기차가 커브길에 들어섰다. 당연히 서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기차는 늦추지 못하고 달렸다. 결국 균형을 잃고 레일을 이탈한 기차는 콘크리트벽에 부딪치고 파손되었다. 부서진 열차는 불과 연기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속도위반이 낳은 엄청난 대형 참사였다.
30년의 운전 경력을 가진 기관사. 그러나 그는 평소 과속운전을 자랑했던 속도광이었다고 한다. 그는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았다"고 자랑 삼아 말했다. 한 운전자의 무모한 질주가 낳은 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아픈 상처를 남겼다.
우리 주변에도 지옥을 향해 과속을 하는 폭주족들이 한 둘이 아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때때로 가슴이 섬뜩하다. 거침없이 1차선에서 3차선을 질주하는 차가 있는가 하면, 차선을 요리조리 옮겨 다니며 곡예를 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죽으려면 혼자 죽을 것이지, 왜 저 따위로 운전해!" 정말 화가 치민다. 빨리 가면 얼마나 빨리 가겠다고. 가봐야 몇 분 빨리 도착할 뿐인데. 왜 남에게 불안감을 주는 거야.
시내 도로에서도 청소년들이 광란의 질주를 하는 경우가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몇몇 아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누빈다. 굉음을 내면서, 엄청난 속도로. 그럴 때면 스스로 조심해서 운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광란의 질주가 교통수단에서만이던가.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순결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혼전 성관계에 대해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속도를 위반해서 산부인과를 찾는 일들이 허다하다.
나는 두 딸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늘 조심스럽다. 그래서 딸들에게 자신을 잘 지켜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대학에 들어간 아들은 여자친구를 사귄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혹시나 속도위반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래서 기회가 되는 대로 성에 대한 교육을 하곤 한다. 속도를 위반하는 불상사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회 안에서라도 바른 성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청소년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순결서약을 통해서라도 성윤리를 바로잡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규정속도를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 결혼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임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어떤 이는 죽음의 속도를 위반하는 일도 있다. 최근 김종학 PD가 자살을 해서 우리네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뒤늦게 방송사-외주제작사 '갑을 계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일어나고 있지만, 늘 뒷북을 치는 형국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이다. 거두어 가시는 것도 하나님의 영역이다. 어떤 사람도 생명의 주인이 될 수 없다.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갖고 사명을 감당하는 게 인간이 할 일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임의로 주관하려는 교만을 보여서는 안 된다.
힘들어도 살아야 한다. 아무리 억울해도 스스로 죽음을 초래할 수는 없다. 죽음 앞에 선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연장할 수 없는 생명이 얼마나 갈증 나는 건지 아는가? 너무 고달프고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면 된다. 아무리 고달파도 머지않아 웃을 날이 다가오는 법이다.
또다른 속도위반자가 있다. 교회 안에서 일꾼을 세울 때 목회자로서 고민이 많다. 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왜 상처를 받는가? 사람들이 자신을 뽑아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주지 않을 때 '아직 때가 되지 않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면 안 될까? 사람들이 나를 안 뽑아 준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아직 세워주지 않았다고 받아들이면 안 될까? 그렇게 되면 상처받는 일은 없을텐데. 교회를 옮긴다고 협박하는 일은 없을 텐데. 오히려 영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 텐데. 하나님께서 주시지 않는데 속도를 위반하려 하다 보니 자꾸 선거 후유증을 낳는다.
노회나 총회에서도 유치한 일들이 일어난다. 임원 선거를 둘러싸고, 총대로 가기 위해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 순서를 따라 정상적인 속도로 가면 안 될까? 임원이 안 되면 어떤가? 그런데 임원을 하기 위해 불법을 하기도 하고, 편법을 일삼기도 한다. 더구나 금권거래까지 일어나니 될 법이나 한 일인가? 이래서야 세상을 향해 무엇이라 말하겠는가?
이제 다시 한 번 속도를 점검해 보자. 규정속도를 지키는 게 답답할지 몰라도 사실은 가장 안전하다. 과속을 하는 게 스릴 있을지 몰라도 실제는 불안하다. 매사에 안전속도를 즐기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