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열악한 환경인 유대 광야에서 수도사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방식은 그들이 야생 식물을 먹었기 때문이다. 수도사들이 광야에서 섭취했던 식물들은 야생 허브인 엉겅퀴 (manouthion), 소금 나물 (saltbush), 케이퍼 (caper)와 그리고 멜라그리아 (melagria), 케인 (canes)이 있다. 이런 식물들은 유대 광야의 은둔자들이 일반적으로 야생에서 취했던 식물들이다. 광야의 야생 풀 가운데 식용 식물을 구분하는 안목은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되었다. 때로는 식용과 독초를 구분하는 방법을 수도원 인근의 주민들로부터 배우기도 했다. 1990년대 말,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 이스라엘의 한국 유학생들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때 식비를 아끼기 위해서 필자의 가정도 광야 인접한 곳에서 야생 식물을 뜯어다 반찬으로 사용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들판에서 구했던 야생 식물은 야생 아욱, 야생 갓, 쑥갓이 있었다. 지금도 베두윈들은 이런 식물들을 음식으로 섭취한다. 특히 갓은 갓 김치, 말린 후에 된장국 시래기, 소금에 절여 장아찌로도 훌륭한 반찬이 되었다.

사진 왼쪽의 노란 꽃은 겨자, 그 옆의 억센 식물은 가시 엉겅퀴이다. 2013년 3월 엘라 골짜기에서
(Photo : 이주섭 목사) 사진 왼쪽의 노란 꽃은 겨자, 그 옆의 억센 식물은 가시 엉겅퀴이다. 2013년 3월 엘라 골짜기에서

광야에서 수도사들이 쉽게 구했던 식물은 엉겅퀴 (manouthion)이다. 수도사들은 단체로 엉겅퀴를 찾아나서 많이 모아왔다. 사바스의 기록을 참고하면, 그가 아직 데옥티스투스 수도원의 생도로 지낼 때, 다른 수도사 생도들은 한 부대의 엉겅퀴를 모았지만, 그는 매일 세 부대의 엉겅퀴를 구해왔다. 안토니 코지바에 따르면, 마누티온 (manouthion)이란 엉겅퀴는 특별한 기간에만 구할 수 있었는데, 이를 구할 때는 굴에서 수도 생활하던 모든 수도사들과 수도원 방문객까지 총동원되었다. 이런 내용으로 미루어 마누티온 (manouthion)이란 엉겅퀴는 짧은 기간에만 구할 수 있었던 식물이다.

마누티온 (manouthion)은 사방에 널려 있다고 안토니는 적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수도사가 코지바 수도원으로 마누티온을 운반하던 중에 강한 바람에 밀려 마누티온이 산 한쪽으로 날라갔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 특별히 힘든 일을 하는 수도사에 대해 적었다. 그는 철야 기도 (nocturnal office) 후에 마누티온을 구하러 나가서는 새벽녘에 엉겅퀴를 짊어지고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피를 흘리기까지 마누티온을 거두었다는 안토니의 기록으로 보아 아마도 마누티온은 가시 엉겅퀴가 맞다. 수도사들은 가시 엉겅퀴를 거두어 수도원의 창고에 저장했다. 코지바 수도원은 가시 엉겅퀴를 화덕 근처에 보관했다.

수도사들이 광야에서 구했던 가시 엉겅퀴 (tumble thistle)는 팔레스틴 전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엉겅퀴가 처음 싹이 나는 2월, 3월에는 줄기, 잎, 꽃, 씨를 모두 구할 수 있다. 여름에는 잎이 노랗게 변하고, 가시는 매우 억세진다. 마누티온 (manouthion), 곧 가시 엉겅퀴를 구할 수 있는 기간은 아주 짧다. 짧은 기간 식물로 사용된 엉겅퀴는 나중에는 말라져 땔감으로 사용되었다.

2013년 3월 마르 사바 수도원 광야에서 찍은 사진으로, 빨간 꽃은 들의 백합이며, 그 아래로 연한 초록색 식물이 소금 나물이다
(Photo : 이주섭 목사) 2013년 3월 마르 사바 수도원 광야에서 찍은 사진으로, 빨간 꽃은 들의 백합이며, 그 아래로 연한 초록색 식물이 소금 나물이다

시릴은 기록하기를, 유티미우스 수도원에서 시릴은 동료들과 함께 소금 나물 (malwa bushes)을 다듬었다고 기록하였다. 여기에서 말바 (Malwa)는 히브리어의 말루아 (maluah), 곧 소금을 가리킨다. 이 식물은 욥기서에 한 차례 기록되었다: 떨기나무 가운데서 짠 나물도 꺾으며 대싸리 뿌리로 식물을 삼느니라 (욥기 30:4). 유티미우스와 도미티안이 마사다에서 지낼 때 그들은 그곳에서 짠 나물 (saltbush)을 구했다고 기록하였다. 광야는 물론이고 팔레스틴 전역에서 구할 수 있는 이 식물은 날 것으로, 요리해서도 먹을 수 있다.

코지바 수도사들은 케이퍼 씨앗 (caper seed)을 모으곤 했다. 안토니의 멘토인 조지는 말하기를 ‘수도원 근처에 케이퍼 나물 (caper bushes)는 무성하게 자라니 하루에도 한 바구니 가득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퍼 (Caper)는 팔레스틴의 거친 바위, 절벽에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케이퍼는 꽃과 풋 열매를 먹을 수 있다. 유대 광야 골짜기 낮은 곳에서 케이퍼 나물 (caper bushes)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고행하는 수도사들은 때로 이상한 것을 먹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간혹 수도원에 품질이 좋은 음식물이 기부되기도 했다. 안토니 코지바와 관계된 이야기이다. 조지는 창고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안토니를 위해 식탁을 모두 치우고 그 위에 야채, 콩 (vegetables, pulses, or kernels)을 올려두라고 요청했다. 그 후에 안토니는 이것들을 절구에 넣고 갈아서 공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2-3일간 햇볕에 말렸다. 그리고 음식이 필요할 때 안토니는 굴에서 이것을 먹었고 또 물에 불려서 먹기도 했다. 오랫동안 대 라우라에서 지냈던 존 해시카스트 (John Hesychast)는 죽에 재를 섞은 것이 그의 유일한 음식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릴은 약대 상인들이 운반해 온 30 꾸러미에 대해 기록했다. 꾸러미는 예루살렘의 세리 조합에서 대 라우라로 보낸 예물로써, 예물은 포도주, 빵, 밀, 기름, 꿀, 치즈였다. 이것은 예외적으로 유대 광야 수도사들에게는 기적에 가까운 음식들이다. 그러나 물품들이 자세히 기록된 것으로 보아 수도원에는 때로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다.

앞서 소금 나물을 찍었던 광야와 마르 사바 수도원의 전경
(Photo : 이주섭 목사) 앞서 소금 나물을 찍었던 광야와 마르 사바 수도원의 전경

일반적으로 토요일과 주일, 요단 계곡의 제라시무스 수도원에는 지역 사람들에 의해 음식이 예물로 드려졌다. 4세기 여리고 지역에 수도원이 세워지기 전, 인근 동굴에는 겨우 은둔자들만 있었다. 당시 여리고 주민들은 그들을 위하여 종려나무 열매와 야채를 드렸다. 사바스가 광야에서 은둔자로 지낼 때, 인근의 몇 사라센인들은 그를 방문하여 빵, 치즈, 종려나무 열매를 가져왔다. 그리고 유대 광야의 존 헤시카스트를 방문했던 한 노인은 신선한 빵, 포도주, 올리브 기름, 치즈, 계란, 그리고 꿀을 가져왔다. 계란, 생선, 그리고 고기는 병든 수도사들에게 예외적으로 제공되었다.

가축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치즈, 꿀, 계란은 수도원에서 음식으로 이용되지 않았다. 또 이런 음식들을 외부로부터 구매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때로 이런 음식들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예물로 드려질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수도원에는 만찬이 마련되었고, 예물 음식들은 곧 소비되었다. 수도원에서 이런 음식들을 기피했던 것은 보관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도원의 음식 규정에서 치즈, 꿀, 계란은 금지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있으면 먹었지만, 없다 해서 찾지는 않았다. 경건한 수도사들은 작은 것에도 만족했고, 또 자족할 줄 알았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빌 4:11-12)

이주섭 목사.
(Photo : ) 이주섭 목사.

이주섭 목사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