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기독교인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미국 교계의 활동이 활발하다.

지난 10월 28일 일요일 플로리다 내 130여개 흑인교회 교인들은 예배 후 교회에서 준비한 버스에 올라탔다. 도착지는 투표소. 이들은 공식 선거일인 11월 6일 보다 일찍 투표할 수 있는 조기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이날 투표소를 단체로 찾은 것이다.

플로리다에서는 2004년 조기 투표제가 시행된 후 흑인교회들을 중심으로 교인들에게 투표하라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을 직접 투표소까지 데리고 가는 ‘영혼들을 투표소로’(Souls to the Polls)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이 켐페인은 플로리다 흑인 사회의 전통이 되었고 올해는 조기 투표 기간이 11월 3일로 끝남에 따라 흑인교회들은 조기 투표 기간 중 마지막 일요일인 10월 28일, 교인들의 투표 참여에 총력을 기울였다.

흑인인 R.L 건디 플로리다 마운트 시나이 침례교회 목사는 “우리 조상들은 우리에게 투표권을 주기 위해 비싼 값을 치렀다. 우리는 이 투표권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지역 언론에서 밝혔다.

그는 “교회는 오랫동안 흑인사회에서 흑인들의 투표 참여율에 결정적인 열할을 해왔다”며 “이번 대선에서 교인 100% 투표 참여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 예배 후 투표소로 단체 이동시키는 캠페인 전개

교인 5,000여명 중 90%가 백인인 조지아의 페리미터 장로교회는 지난 9월부터 교회 한쪽에 유권자등록 코너를 만들어놓고 광고시간마다 교인들에게 유권자 등록을 하라고 알렸다. 랜디 포프 담임목사는 “투표는 기독교인들의 도덕적, 시민적 책임”이라며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역시 조지아에 위치한 교인 3,000여명의 사도들의 교회는 지난 7월 4일부터 11월 6일 대선 때까지 미국을 위해 기도하자는 ‘God Save America’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집트 출신의 마이클 유셉 담임목사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이 기도운동은 2010년 중간선거 때도 이뤄졌는데 당시 10만 여명의 기독교인들이 참여해 미국과 선출된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미국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교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 공화 양당의 2012년 정강을 비교하는 선거 가이드 책자를 만들어 교회에 배포하고 있다.

남침례교 본부 산하 윤리와 종교의 자유 위원회에서 제작한 이 책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논평이나 분석없이 양당의 정강을 주요 이슈별로 비교 나열해 유권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하고 있다.

남침례교 본부는 웹사이트에서 이 선거가이드를 올려놓고 교회들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해놓았으며 우편으로 받기를 원하는 교회들에게는 저렴하게 우편발송하고 있다.

기독교 단체들의 활동 역시 활발하다. 대표적인 곳이 ‘신앙과 가족 연합’(Faith & Family Coalition). 이 단체는 2004년 대선에서 ‘기독교인 연합’(Christian Coalition)을 만들어 미국 내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선거 참여를 가져와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랄프 리드가 3년 전에 설립한 비영리 기독교 단체다.

신앙과 가족 연합은 주요 부동주 등 15개 주에 있는 1700만명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타겟으로 활동해왔다. 이들은 대형교회 교인 명부, 각종 면허증에서 종교를 기독교라고 표시한 사람, 보수 성향의 책을 다운받은 사람, 10만 달러 이상 되는 집을 소유하고 자녀가 있는 결혼한 사람 등을 종합해 1700만명의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앙과 가족 연합은 이들에게 최소 3번의 전화와 우편발송을 하고 700만명에게는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며 2백만명은 5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방문하고 낙태, 동성애 등 주요 이슈에 대한 롬니와 오바마의 입장 차이를 담은 유권자 가이드를 250만개 만들어 117,000개의 교회에 배포한다는 목표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복음주의 백인기독교인 투표 참여, 롬니 승패 좌우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막상막하인 상황에서 복음주의 백인 기독교인들의 표는 공화당 롬니 후보의 승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하이오, 버지니아, 아이오와 등 부동주에서 2004년 때처럼 복음주의 백인 기독교인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다면 롬니의 승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대선 당시 오하이오에서는 최대 30만명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찍어 그의 승리에 도움이 되었는데 2008년에는 이들이 투표하지 않아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현재 복음주의 백인 기독교인 중 80%는 롬니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단체들은 오하이오 등에서 차를 타고 시골 교회 목사들을 찾아가 선거가이드를 배포하고 조기 투표를 권하며 가능한 많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투표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영향력있는 교계 지도자들의 특정 후보 지지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목사’로 불리는 빌리 그래함 목사는 지난 10월 18일 공화당 롬니 후보를 지지하는 광고를 월스트리트저널, USA 투데이 등 10여개 신문에 전면으로 게재했다. (아래 사진)

그래함 목사는 광고에서 “나는 올해 94세의 생일이 다가오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가 내 평생에 마지막 선거가 될 수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성경적 원칙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고 약속의 땅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생명의 신성함을 보호하고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이라는 성경적 정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투표하기를 간청한다”며 이름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롬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리버티 대학교 총장인 제리 파월 2세 목사, 크리스찬방송네트워크(CBN) 대표인 팻 로벗슨 목사, 남침례교 윤리와 종교자유위원회 위원장인 리차드 랜드 목사,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 등도 롬니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케이아메리칸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