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 돌아서
흐트러진 마을 가운데를 찾아 든다

높다란 두 산 사이 앞에 서 서
안쪽으로 닥아 서 들면
다닥다닥 붙은, 멀리 구름아래 햇살 받아 밝은 집들
기어 오른 산기슭 따라
나무 숲 속으로 그림자 감춘다.

위쪽으론 저들만의 성전(聖殿)이라고
세워진 전통이 지금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해 밝은 날이면
멀리 들판자락 아래 남서쪽으로
반짝이는 지중해 실파도(波濤) 반사가 눈부시게
가이사랴 은색 돔까지 반짝여 보인다는 둔덕

그 많은 이론(理論)들이 난무하는 이야기꾼들 속에서
마음이 갈리고
나는 서야 할 바를 잃고 마는데

우리는 참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 온 것
숱한 방황에 끼어
많은 골목길 헤맸다

돌 짝 길에 차이고 피곤해 진
몸 추수려...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왜 나는 구름 낀 사이로 비쳐 내리는
그 빛을 안 보았을까
비바람 사이로 쏟아지는 폭우(暴雨)
진 고개 진흙탕만 무릎 흙 묻히면서
무서운 벼락소리만 두려워했을까

번개 빛도, 뒤집어 보면
빛의 변용(變容)임을, 왜
외면하였을까

나의 흔들렸던 지나 온 날의
어지러운 안목의 정돈을
지금에 사 되찾는 것일까

두 봉우리 사이를 피곤하게 넘으면서
열리어 오는 사마리아의 광채(光彩)

한 목음만 먹으면 다시 내게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할 물 한 목음만으로도
목 트일 내일이 있을 것을

여기까지 나를 따라 찾아온 바람아,
지극히 작게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 있어서
뚫려 열리어 올 길목인가

발걸음 내 딛을
生水 고여 있을 샘을 찾는다.

드디어, 샘을 찾았습니다. 사마리아에 돌아앉은 샘(泉)이였습니다. 목이 타오는 生을 경험하지 아직 못하였다면, 사마리아의 한 그릇의 차디 찬 그 샘의 순결을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자비 넘치는, 힘 찬 숨소리를 찾아 들을 수 있었을까요. ‘내게 물 한 그릇을 다오’ 세상이 바뀌어지는 한 마디를 나는 기다렸습니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기다렸습니다. 그 때서야, 멀리 지중해 海邊에 가이사랴의 아픔이, 새로운 변용(變容)으로 내게 닥아 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심산과 에발산 사이 산마루 고개를 넘으면서, 내게는 다시 새 세상이 열리어 온 것입니다. 거기에 물 한 목음의 질그릇이 나의 손 위에 얹혀 왔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生涯라는 것,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진실을, 나는 거기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