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이프찌히 니콜라이교회에서 지난 2-4일 개최된 ‘대각성과 남북통일을 위한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돌아와 미주 한인교회와 한국교회, 유럽 한인교회와 현지교회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통일을 위해 기도했던 시간들을 보고했다.

컨퍼런스에는 미주 한인교회에서 그날까지선교연합과 미주한인기독교총연합회 등이, 한국교회에서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를 비롯, 송기성 목사(정동제일교회),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박종렬 목사(조이어스교회) 등이 참가했다.

독일 통일 이끈 퓌러 목사 “기도밖에 답이 없다”

▲퓌러 목사(왼쪽)가 손인식 목사의 소개로 등단하고 있다.


첫째날에는 매주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열고 있는 독일인 게르다 에얼리히 씨가 강사로 나섰다. 에얼리히 씨는 북한 김정일 사망 당시 대사관 직원들이 나와 “어떻게 국가원수가 죽었는데 시위를 할 수 있느냐”고 몰아세우자, “우리는 김정일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정치범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고 전했다.

평범한 은퇴 여성이었던 에얼리히 씨는 오픈도어스의 북한 종교탄압 및 인권상황 리포트를 보고 침묵시위를 결심했고, 2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는 강연에서 “나는 은퇴연금을 받고 사는 연약한 여성일 뿐이지만, 하나님은 나 같이 약한 자를 들어 사용하신다”며 “나는 정치적인 목적도 없고, 명예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침묵시위 전 기도모임에서 늘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대사관과 주민들을 위해 기도한다. 북한 내 지하교회 교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경찰마저 그의 순수함을 알고 상황에 따른 자세한 행동요령을 일러줄 정도다. 그는 “수용소가 열리고, 북한 주민이 자유를 얻을 그날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니콜라이교회에서 8년간 월요기도운동을 이끌었던 크리스티앙 퓌러 목사도 강연했다. 월요기도운동에 대해 그는 “기도밖에 없었다”며 “외로운 싸움이었기 때문에 기도가 없었으면 실족했을 것이고, 동역자들의 도움도 컸다”고 겸손해했다.

퓌러 목사는 “살아계신 하나님께 기도하는 방법 밖엔 없다”며 “동독과 서독의 하나님은 한국의 하나님이기도 하시기 때문에, 중보기도와 함께 기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작 시민 7만명의 데모를 당시 악명높던 경찰이 과연 막지 못했을까”라고 반문한 뒤 “하나님께서 움직이셨기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독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평화통일도 마찬가지라는 것. 그는 “인간이 이뤄내는 통일이 아니라, 결국 하나님께서 어느 순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는 통일이 중요하다”며 “한반도 통일이 논리적으로는 이뤄질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의 때에 홀연히 우리에게 다가올텐데 우리는 기다리면서 기도하며 그 기도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北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죄”

▲참가자들이 강연을 경청하는 모습.


둘째날에는 이용희 교수와 손인식 목사, 김성환 집사 등의 강의가 이어졌다. 이용희 교수는 한국의 심각한 영적 상황들을 소개하고, 지난해 11월 시작돼 한 달만에 김정일이 사망한 ‘통일광장기도회’에 대해 설명했다. 이용희 교수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 대해 침묵하면 나중에 그 원망을 어떻게 들으려고 하느냐, 뭔가를 해야 한다”며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히틀러의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보다 잔혹성에 있어 질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친북·종북 세력이 올해 예정된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하면 나라가 공산화된 베트남처럼 위기에 놓일 것”이라면서도 “과거 베트남과 우리나라가 다른 점은 기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뿐”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한인교회 참가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보통 ‘정치적이다’, ‘이념적이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 교수님의 나라와 민족을 향한 싸움을 듣고 나니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손인식 목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죄이다’, ‘두려움이 빠르게 확산되고 과장된다’, ‘야성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힘은 합쳐야 힘이 된다. 힘을 빼면 힘이 모아진다’ 등의 말로 참가자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손 목사는 “한국 정치인들과 ‘꼼수’를 쓰는 사람들은 ‘분노·분열’ 마케팅을 이용해 자신의 인기를 얻고 있다”며 “한국은 현재 분노케 하고 분열케 하면 그 당사자는 인기를 누리는 마케팅이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주 KCC 소속 김성환 집사는 “우리는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는 것”이라며 “기도하고 압박하고, 기도하고 압박하고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선교를 하고 있는 한 목회자도 강연에 나서 “북한은 한 세대가 굶음으로 사라졌고, 어린아이들은 영양결핍으로 문둥병자와 결핵환자가 너무 많아 다 죽었다는 느낌”이라며 “그나마 선별해서 서구에 보여주는 아이들마저 최악의 상황으로, 북한에는 현재 한 세대가 붕 떴다고 표현할 만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박정동 목사가 인도한 둘째날 저녁집회 이후 참가자들은 파리(프랑스), 프랑크푸르트(독일), 프라하(체코), 런던(영국) 등 각자의 사역지에서 ‘통일광장기도회’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 날, 베를린 장벽 및 북한대사관 방문

▲참가자들이 베를린 북한대사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이들은 셋째날 라이프찌히에서 2시간 거리의 베를린 장벽으로 도착해 평화행진을 했고,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예배를 드렸다. 예배 도중 성기상 목사는 ‘하나님을 향한 부르짖음’을 인도하면서 한국어와 독어를 사용해 주변 독일인들이 몰려들었다.

예배 이후 이들 50여명은 경찰의 호위 속에 북한대사관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원래 계획된 시위 장소가 아니라, 좀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참가자들을 인도했다. 이들은 행진하면서 ‘Stop the Genocide in North Korea!’, ‘Freedom for North Korea!’를 영어와 독일어로 외쳤다.

북한대사관에 도착한 이들은 이곳에서도 예배를 드렸으며, 다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기도회에서는 “우리는 당신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백성들을 살려주길 원합니다” 라고 외쳤다.

베를린 한인 관계자는 “이런 평화적인 시위는 처음 봤다”고 전했다. 컨퍼런스를 마친 후 한 목회자는 “북한에 대해 항상 부담이 있었는데, 이번 컨퍼런스로 많은 것을 얻고 정리됐다”며 “유럽에서 앞으로 이런 컨퍼런스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