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누구나가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 중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란 찬송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찬송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식적으로 전세계 130여개의 언어와 193개의 버전이 있는 이 찬송을 들으면 ‘아.. 이제 크리스마스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날 밤으로 인도해 주는 은혜로운 찬송입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을 알려 주는 영감 있는 찬송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어는 작은 마을에 일어난 사건 때문입니다.

1818년 겨울, 유럽의 작은 나라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음악도시인 짤즈부르크(Salzburg)에서 약 20Km정도 떨어진 조그마한 마을, 오베른도르프(Oberndorf)에도 성탄절이 다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 있는 성 니콜라우스(St. Nicolaus) 교회에서 그 전해인 1817년부터 부목사로 목회하고 있던 요셉 모어 목사(Joseph Mohr : 1792-1848)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성탄 예배를 준비하느라 매우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성탄절을 불과 일주일 앞둔 어느 날, 교회 오르간이 고장이 난 것입니다. 여느 예배를 드리는데도 오르간이 꼭 있어야하지만 특별히 찬양을 많이 드리는 성탄예배를 위해서는 오르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만 그 오르간이 고장이 난 것입니다.

오르간을 고치기 위해서는 기술자를 불러야 하는데, 시골 마을에 오르간 기술자가 있지도 않고, 멀리서 와 주려고 하는 기술자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오르간을 새로 살만한 형편도 안 되었기에 모어 목사는 혼자서 며칠째 오르간을 고쳐보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았습니다. 오르간을 고칠 수 없게 되자 성탄예배 준비를 망치게 된 그는 몹시 상심한 채 일손을 멈추고 자리에 꿇어앉아 한참동안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한참 기도를 드리고 나니 속상한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는데 깊은 밤 어둠 속에서 환한 달빛이 비치는 마을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스럽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시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던 모어 목사는 자기 마음에 받은 깊은 감동을 글로 적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Stille Nacht Heilige Nacht)’으로 시작된 노랫말이었습니다.

Stille Nacht Heilige Nacht
Alles Schlaeft, einsam wacht
Nur das traute heilige Parr.
Holder Knab im lockigten Haar,
Schlafe in himmlischer Ruh
Schlafe in himmlischer Ruh

깊은 감동으로 짧은 글을 지은 모어 목사는 자기가 지은 이 노랫말을 이웃 마을인 아른스도르프의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자기가 섬기는 교회의 오르간 반주자인 프란츠 그루버(Franz Gruber : 1787-1863)에게 보여 주면서 그 노랫글에 맞는 곡을 작곡을 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교회 오르간이 고장이 나서 성탄예배 반주를 할 수 없는 것을 염려하던 그루버는 모어 목사로부터 노랫말을 받아 오르간 반주 대신 기타로 반주하면서 쉽게 부를 수 있는 곡을 작곡을 하게 됩니다. 그루버가 작곡한 노래는 기타 반주와 함께 두 명의 독창자가 합창과 함께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찬송은 곡을 만든 당일인 12월 24일 성탄전야 예배 시에 처음으로 불렸는데 노랫말을 쓴 모어 목사가 기타를 치면서 테너를 맡았고, 곡을 만든 그루버가 베이스를 맡았으며, 성 니콜라스 교회 성가대가 후렴을 합창으로 불렸는데 그날 밤 예배에 참석한 모든 교인들이 커다란 은혜와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매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이 교회에서 불리게 되었고, 그 후 점점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미국에 소개되면서 급기야 전 세계에 보급되고 우리나라에도 선교 초기부터 소개되어 많은 이들이 즐겨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되었고, 이제는 130여개 언어, 193개 버전으로 번역이 되어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교인이든 아니든 누구나가 모두 즐겨 부르는 찬송이 되었습니다. 그 후 성 니콜라우스교회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노래를 만든 모어 목사와 반주자인 그루버, 두 사람을 기념하는 뜻으로 자기 교회의 이름을 ‘고요한 밤 교회(Stille Nacht Kapelle)’로 명명하였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찬송이 만들어진 것은 성탄예배에서 찬송을 부르려면 꼭 있어야할 오르간이 갑자기 고장이 났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해 성탄절에 그 교회의 오르간이 고장이 나질 않았다고 한다면 아마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란 찬송은 만들어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우리도 살면서 갑자기 닥치는 어려움으로 인해 힘들고 불편하지만 때로 그 어려움은 여상한 삶속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하나님의 축복일수 있음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