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때 선두를 달리며 `대세론'을 형성하다 지지율이 급락한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또 다시 후보 토론회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해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조짐이다. TV 토론에서의 몇가지 실수로 지지세가 빠졌던 페리 주지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번에도 TV 토론이었다.


9일 미시간주 로체스터에서 열린 CNBC 주최 공화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자신의 핵심 공약을 까먹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 실수는 페리 주지사가 토론회에서 `작은 정부론'을 주창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 부처 3곳을 없앨 것"이라며 왼손가락 3개를 차례로 꼽으면서 폐지 대상 부처를 열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무부, 교육부, 그리고...세번째가 뭐였더라..."라며 나머지 한곳의 부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페리 주지사는 부처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사회자가 거듭해서 "세번째 폐지대상 부처를 댈 수 있느냐"라고 물었지만 재차 "교육부, 상무부..글쎄요.."라고 더듬거리다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고(Oops)"라며 포기했다.


페리 주지사가 부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당황한 표정으로 `분투'하는 53초에 이르는 화면은 고스란히 TV에 방영됐고, 이날 밤부터 인터넷에는 `페리의 실수'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올라와 조회수가 급증했다.


미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은 "역대 대선 경선중 후보가 한 말보다 하지 않은 말때문에 가장 기억될 장면이며 페리 캠페인 최악의 장면"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본선에서 맞붙을 경우의 페리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선두를 다투는 허먼 케인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잇따른 성추문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정공법으로 대처했다.


케인은 토론회 모두 사회자로부터 '유권자들이 당신의 인격을 우선 검증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모든 의혹을 "중상모략"이라고 일축하며 "미국 국민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모함때문에 여론의 심판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케인은 그러면서 "거짓 모함을 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지만, 그 어떠한 행동도 내가 한게 아니라고 말하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있다"고 거듭해서 성추문 의혹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태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