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 하늘이가 대학을 가려면 아직도 1년이 훨씬 더 남았는데 벌써 대학의 문을 노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하늘이는 이미 몇 달 전 스스로 고등학교 카운슬러와 상담을 한 후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을 방문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번 봄방학 동안에 다녀오려고 대학에 연락을 해 방문일정과 시간을 이미 정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학교 측에서는 파킹 permit ticket과 학교의 약도 그리고 길안내 등이 담겨진 서류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월요일 하늘이와 저는 하루일정으로 아침 일찍 출발을 했습니다. 그리고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이르게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Admission office에 들러 구비 서류를 작성해 놓고는 마침 날씨도 쾌청하고 남은 시간도 활용하기 위해서 함께 캠퍼스 교정을 거닐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와 건물을 빠져나와 교정을 막 걷기 시작했을 때, 제가 처음 미국에 공부하러 왔던 때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하늘이가 돌이 막 지나 한창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이곳에 와서 다니려는 학교의 Admission office가 어디 있느냐고 묻고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금은 그 하늘이가 성장하여 대학입학을 위해 이곳에 나와 함께 서 있다니... 정말 세월의 빠름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천국에 대한 희망이 없이 사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이 세상이 다이고 천국이 없다면 저는 깊은 허무감과 우울증에 빠져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 개인적으로 갑작스런 신체적 변화들을 겪으면서도 노화현상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그러나 언제인가 쇠락하지 않는 몸, 영광스러운 몸으로 부활하리라는 소망이 있기 때문에 세월의 빠름을 인정할 수 있고, 늙는 것을 겸허히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젊어지려고도, 젊음을 그리워하려고도 않고 부활의 소망을 마음에 간직한 채, 제 자신의 나이를 조용히 수용하는 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곱게 늙는 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세월의 빠름을 한탄만 하지 않고, 지난날들에 대한 보람과 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기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엠마오 교회 김희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