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들의 방송토론회 시간에 맞춰 프라임타임 시간 대국민 연설 일정을 잡아 논란이 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장의 관심을 모아온 일자리 창출방안을 포함한 경기부양 방안을 오는 7일 밤 8시(동부시간) 미 의회에서 발표하겠다면서 상하원 합동회의 개최를 의회 지도부에 31일 요청했다.


문제는 오바마의 연설 시간이 공화당 대선후보 8명이 참석할 방송토론회 시간과 겹치면서 발생했다. 공화당의 주요 대선후보들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NBC방송이 캘리포니아의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공동주최할 방송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방송토론회는 대권도전을 선언하자마자 선두권으로 급부상한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의 첫 방송토론회 출연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굳이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 시간에 맞춰서 자신의 경기부양책 발표 일정을 잡은 것은 정치적인 견제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우연의 일치"라고 이를 일축했다. 그는 "의회 연설 일정을 잡는데는 여러가지 많은 (고려) 변수들이 있다"면서 "일부러 그렇게 잡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볼 수도 있고, 토론회를 볼 수도 있다"면서 많은 채널이 있으며, 무엇을 볼 것인지는 시청자들의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논란이 계속되자 "방송국이 토론회 시간을 한 시간 조정할 수도 있다"면서 "방송토론회 스폰서와 후보들이 토론회 시간을 조정한다면 우리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화당에서는 백악관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오바마가 공화당 후보들이 토론회가 예정된 날 날 밤에 연설을 하는 것은 오바마와 백악관이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오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통령의 연설을 하루 연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베이너는 하원이 여름 휴회를 끝내고 이날 처음 소집되는 만큼 일정상의 이유를 대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요청한 날보다 하루늦은 8일 편리한 시간에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하도록 "정중히 초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매년 초 실시하는 국정연설 외에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한 것은 지난 2009년 9월 딱 한 번 있었다. 당시 건강보험 개혁에 올인하고 있던 오바마는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기회를 건강보험 개혁 필요성을 촉구하는 장으로 한껏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