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시장이 오는 26일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례 미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연례 미팅에서 연설하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유럽과 미국의 채무위기에 이어 금융위기설로 공포에 휩싸인 시장의 불안을 없애줄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재정정책을 통해서도 경기 부양을 시도할 수 있지만, 미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던 지도력 부재와 민주·공화 양당의 갈등 구조를 고려하면 정부의 재정을 이용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시장은 통화 당국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미 연준도 이달 초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2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물가 안정 범위 내에서 더 강력한 경제회복세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정책수단의 범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대책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제로금리 2년간 유지 발표 이후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커졌고 유럽은행 등의 금융위기설까지 제기되면서 주식시장이 급등락 장세를 보인 만큼 연준이 시사한 추가 대책이 잭슨홀 연례 미팅에서 윤곽을 드러낼 수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와 경제 여건이 달라진 게 없다"며 "공황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높은 실업률과 둔화한 성장, 금융위기 우려 등 버냉키 의장이 양적 완화(QE) 대응 방침을 밝혔던 1년 전 잭슨홀 연례 미팅 당시와 현재의 경제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1년 전 잭슨홀 연례 미팅에서 "미국의 경기가 훨씬 더 나빠지고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나타나면 연준이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대량으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양적 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버냉키 의장이 이번 연례 미팅에서 제시할 수 있는 부양책으로는 자산 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조치를 추가로 시행하는 방안과 연준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 보유 채권의 만기 연장을 유력한 방안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전했다.


1년 전과 달리 현재 원자재 등 상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하면 식품과 연료 등의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로 연결돼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이 이번 잭슨홀 연례 미팅에서 명확한 통화정책을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통상적으로 연준의 성명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작성되고 특히 버냉키 의장의 어법은 애매하기로 유명하다.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