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연합뉴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3일 자신에 대한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이집트 검찰이 무바라크에게 적용한 혐의는 살인교사죄, 권력 남용을 통한 부정축재 등 크게 두 가지다.

검찰은 무바라크가 지난 1월 25일부터 18일간 카이로에서 반정부 시위가 지속됐을 당시 평화적인 시위대를 `죽일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교사죄를 적용했다. 무바라크가 하비브 알-아들리 당시 내무장관에게 당국의 실탄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에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에 총을 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무려 850명이 숨졌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무바라크는 그러나 앞서 검찰 조사에서 "시위 진압 경찰에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분명히 명령했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부정축재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 주장은 크게 엇갈린다. 검찰은 무바라크가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궁전과 4채의 빌라 등을 포함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 권력자로서의 지위를 십분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 규모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일각에서는 700억달러(약 77조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변호인단은 그러나 무바라크의 재산은 그가 62년간 일해서 모은 600만 이집트파운드(약 11억원)가 전부이며, 해외 은닉 재산은 단 1달러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바라크의 살인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징역 15년형 또는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권력 남용을 통한 부정 축재 혐의는 징역 5∼15년형에 해당되는 범죄다.

그러나 무바라크가 실제로 중형을 선고받을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이집트 군부가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군 장성 선배 무바라크에게 굴욕을 안겨줄 정도의 형량이 내려지는 상황을 방치하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군 최고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후세인 탄타위 최고사령관이 무바라크 정권에서 20년간 국방장관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무바라크를 단죄하는데 앞장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많은 이집트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무바라크의 건강 악화를 주장하고 있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빌미로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카이로대학 무스타파 카멜 교수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의 건강이 형량을 낮추는데 이용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군 사령관이 굴욕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군부 내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바라크가 병환을 이유로 경미한 처벌을 받거나 사면받는다면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는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수준으로까지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혁명의 완수를 위해서라도 무바라크에 대한 강력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젊은이들의 시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시위 진압 책임자 처벌, 개혁 가속화 등을 촉구하는 농성이 3주 동안 이어졌다.

시위대는 이날 첫 공판에서 무바라크가 침상에 누운 채 법정에 등장한 것도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며 분개했다. 시위 참가자 모하메드 나구이브(32)는 AP통신을 통해 "무바라크가 신체에 장애를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침상에 누워 법정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동정을 유발하기 위한 수법에 불과하며 많은 사람들은 살인자(무바라크)에 대한 처형을 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바라크는 아랍권에서 시민혁명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난 뒤 자국 법정에 서게 된 첫 국가 지도자이다. `현대판 파라오'라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무바라크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아랍권은 물론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