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의원 남궁설민 원장은 한때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였다. 197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성형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그는 일본의 발전된 성형술을 들여와 성형의 대중화를 꾀했다. 당시 급속한 경제성장은 성형에도 날개를 달았다.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성형외과를 찾는 발길이 많아졌다. 남궁설민 원장은 바로 그 중심에 있었다. 스스로 자신을 성형의 ‘원조’라 일컫는 이유다.

그의 성형술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선이 굵은 서구적 미(美)에서 벗어나 섬세한 동양적 미를 추구한 것이 주효했다. 연예인들을 비롯해 사회 저명인사들이 그를 찾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다. 눈코뜰새 없었다. 그의 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부와 명예가 그를 따랐다.

그가 말한 “강권적인 붙드심”이 찾아온 건 이 무렵이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한 아주머니가 “예수 한 번 믿어 보라” 했단다. 처음엔 시큰둥했다. 증거 없인 믿을 수 없다는 게 평소 신념이었다. 그러나 이 신념은 곧 무너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치료하는 환자가 쇼크로 사망 직전까지 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 환자가 죽으면 지금까지 그가 쌓아올린 모든 것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눈 앞이 캄캄했다. 그 순간, 알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를 향해 그는 두 손을 모았다.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기적적으로 환자는 사망하지 않았다. 주루룩 눈물이 흘렀다. 그가 하나님을 만난 순간이었다.

이 때부터 바뀌었다. 성형이 옳은 것일까, 의문이 생겼다. 이전처럼 환자의 요구대로, 바꿔 달라는 대로 다 해줄 수 없었다. 이유는 몰랐다. 그저 마음에 걸렸다. 기도하며 하나님께 답을 구했다. 그러다 ‘모든 직업은 하나님께서 만드셨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달라진 게 없는 건 아니다. ‘무엇을 위해 성형을 하는가’라는 의사로서의 근본적인 자세가 바뀌었다. 이전처럼 돈을 위해, 명성을 위해, 무엇보다 겉모습만을 위해 칼을 들진 않았다.

성형 없애자는 건 지나친 발상이지만 과도한 건 문제
눈 고친 뒤 코 고치고, 코 고친 뒤… 성형이 성형 불러


“성형을 아주 없애자는 건 지나친 발상이죠. 필요한 곳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과도한 성형은 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성형이 이렇게 성행하게 된 건, 외모지상주의 때문이죠. 겉모습만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결코 겉모습에만 있지 않아요. 사람에게 영과 육이 있다고 봤을 때, 진짜 아름다워야 할 건 육보다는 영이죠. 영이 육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외모지상주의…. 그는 혀를 찼다. 한국이 특히 심하다고 했다. “성형공화국”이라는 말까지 했다. 자신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완전히 새 사람이 되길 원했단다. 적어도 그런 기대를 품고 병원을 찾는다고. 특히 여자들이 심하다고 했다. 그의 농담을 빌리자면, 여자들에게 있어 거울이 없는 천국은 곧 지옥이다. 그만큼 외모에 민감한 게 바로 여자다. 욕망에 끝이 없다는 것도, 그는 환자들을 보며 절감했다. 눈을 고친 이가 코를 고쳤고, 코를 고친 이가 입을 고치려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성형이 성형을 부른다는 말,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이들을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않는다. 이들을 성형으로 내몬 사회를 탓할 뿐이다. 경쟁에서 낙오된 자가 삶에서도 낙오되는 냉엄한 사회, 사람들은 죽지 않기 위해 얼굴을 고치려 한다는 게 남궁 원장의 생각이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일단은 예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측은한 마음이 든다. 오죽하면 얼굴을 고치려 할까. 남궁 원장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성형외과는 일종의 정신외과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얼굴을 고치려 성형외과를 찾지만 실제론 열등감에서 해방되길 원합니다. 내가 남보다 못생겼다는 열등감, 미인이 되면 이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 그러므로 이들에게 성형외과는 정신외과죠. 하지만 그런다고 행복해지진 않아요. 얼굴을 고치면 행복해질 것 같지만, 그건 잠깐입니다. 진짜 행복은 얼굴을 고친다고 해서 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창조 그대로가 아름다워… ‘성령 수술’을 더 믿으라”

남궁 원장은 성형외과 의사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고쳤다. 그러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사실 성형을 하면 언뜻 예뻐 보이지만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매력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코가 조금 들린 사람은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비록 코가 들렸지만, 그래서 남들과 다른 하나를 갖고 있는 셈이죠. 그걸 고쳐서 오똑한 코로 만들면, 보기에는 예쁠지 몰라도 그저 남들과 비슷한, 많은 코 중에 하나가 돼버리는 겁니다. 개인적으론 하나님의 창조 그대로가 가장 아름다답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장미도, 백합도, 들국화도 있다. 저마다 고유한 향기와 모양이 있다. 그래서 장미가, 백합이, 들국화가 더 예쁘다고 할 수 없다. 남궁 원장은 사람도 이와 같다고 했다. 이걸 느끼고 마음 깊이 깨달아야 할텐데,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독특한 향기와 매력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그는 마치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일선에서 물러나, 고통받는 이들 위해 암치료 나서

10년 전부터 남궁 원장은 성형 일선에서 물러났다. 아주 손을 뗀 건 아니지만, 현재 그의 중심 분야는 암치료다. 고통받고 외로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 암치료를 선택했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성형을 처음 배웠던 그 때처럼 열의에 차 있다. 그는 매우 도전적이고, 또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인물이다. 황무지와 같았던 국내 성형분야를 개척해 성공을 거둔 것도 그의 이런 성격 덕분이다. 그는 암치료 또한 그렇게 개척해갈 생각이다.

그러면서 그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했다. 이유야 어쨌든 성형을 처음 보급한 인물이 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이토록 교회가 많은데, 교회가 거의 없는 일본보다 성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성형을 강제로 막을 순 없고, 죄라고 하는 것도 과한 거죠.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한때 성형외과 의사로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성형수술보다 우리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건 성령의 수술, 바로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제 인생도 그래서 더 아름다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