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이 영화는 심라의 앵글로 가문의 미셀 멕날리와 그의 선생(데브라지 사하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미셀은 중복장애(시각, 청각)를 가지고 태어난다. 부모님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미셀은 성장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다. 또한 밥을 먹을 때도 손으로 먹고 의사소통까지 어려워 잠시도 눈을 떼면 위험한 상황을 초대한다. 미셀 아버지는 미셀을 거의 포기하고 정신병원(수용소)에 보내려고까지 생각한다.

그러던 중 사하이라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영화의 시작 화면이 어둠에서 빛으로 시작하고 알파벳 순서인 a b c d가 아닌 black으로 시작한다는 멘트가 미셀의 새로운 인생 출발을 암시한다. 미셀에 대하여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하이 선생님의 헌신적인 사랑과 관심으로 마침내 미셀이 ‘water’라는 단어를 감각과 느낌을 통하여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도전은 뮤직과 춤 그리고 대학 입학과 졸업도 가능케 한다. 이처럼 절망 가운데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하이 선생님이 미셀을 가르치지 않은 유일한 한 단어가 바로 ‘불가능’이란 단어였다고 미셀 어머니는 고백한다. 사하이 선생님이 기억 상실증에 걸려 병원 의사마저 포기하고 불가능하다고 하였을 때 미셀 어머니는 무엇인가 분명히 기억을 되돌 릴 수 있는 가능성의 창문을 열어 놓는다.

훗날 헌신적인 사랑으로 미셀과 동행한 사하이 선생님이 기억상실증으로 단어와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을 잊어버렸을 때 찾아온 곳이 바로 미셀의 집이다. 그리고 미셀이 졸업식에서 졸업가운을 입지 않고, 그 가운을 입은 모습을 정신병동에 있는 사하이 선생님께 가장 먼저 찾아가서 보이는 그의 마음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케 한다. 또한 사하이 선생님이 자신에게 처음으로 가르쳐 주었던 water라는 단어를 똑 같은 방법으로 사하이 선생님께 가르치고 돌보는 장면으로 이 영화는 마무리가 되어간다.

난 이 영화를 큰 딸 다정이, 둘째 딸 다영이와 함께 밤 10시 30분부터 보기 시작한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관람하기 시작하였지만 어느새 우린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미셀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 장애를 가진 언니로 인해 부모님의 관심에서 소외 당한 동생 사라, 사하이 선생님의 등장, 사하이 선생님이 미셀을 처음 만났을 때 미셀이 허리에 차고 있던 종소리를 듣고 분개하는 사하이 선생님의 모습,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물을 만지며 미셀이 처음으로 ‘water’라는 단어를 습득한 장면, 대학 학장에게 “당신이 호의를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하이 선생님의 모습, 졸업식 때 특별 스피치를 하는 미셀의 모습, 그리고 사하이 선생님이 정신병동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는 모습에 분개하는 미셀의 표정 등등 정말 영화의 모든 장면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밀려오는 감동과 눈물로 주최할 수 없었다.

왜 미셀은 중복장애를 지닌 채 이 땅에 보내어 졌을까?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섭리를 감히 헤아릴 순 없지만 ‘black’이라는 영화를 통하여 난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마치 이 영화에서 감독이 미셀을 주인공으로 두고 영화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는 것처럼, 미셀로 인하여 하나님과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가 새롭게 되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암흑과 절망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환경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마치 보시고 계시는 것 같다. 그리고 수정보다 맑고 깨끗한 영혼을 통하여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깨달아 본다.

이 영화를 보고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밀알사역을 하면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장애인 편견에 관한 것이다. 모든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불가능 속에서도 가능성을 찾고 또 열정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장애인과 함께 하는 모든 사역이 어찌 보면 일방적인 섬김 또는 헌신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모든 섬김은 결코 일방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장애인을 섬기는 것 같지만 동시에 그들로부터 섬김을 받고 있다. 지금 당장은 섬김을 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지라도 언젠가 분명히 섬김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고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이 영화 속의 사하이 선생님의 헌신에서 조금이나마 느끼며 삶 속에서 그리고 사역 속에서 적용해 보자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