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의 동성결혼을 금지시킨 주민발의안 8호(Proposition 8)가 위헌 논란에도 불구 당분간 유지되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 순회 항소법원은 16일(현지 시각), 주민발의안 8호의 위헌성을 심리하는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발의안이 여전히 법적으로 유효하다며 발의안 폐기를 무기한 보류하도록 명령했다.

지난 4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 본 워커 판사는 주민발의안이 사적인 도덕 기준에 근거해 동성 커플들이 결혼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했으므로 위헌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발의안이 즉각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고 명령한 그는, 동성결혼 반대자들에 의해 항소 절차가 예고된 데 따라 항소법원이 사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폐기를 18일까지 보류한다고 밝혔었다.

즉 이번 항소법원 결정에 따라 18일부터 캘리포니아 주에서 동성결혼이 재개될지 또는 무기한 미뤄질지의 여부가 판가름날 예정이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08년 주 대법원이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림으로써 총 1만8천여 쌍의 동성커플에게 결혼증명서가 발급됐지만 같은 해 11월, 주 헌법상 결혼의 정의를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결합’으로 규정하게끔 하는 주민발의안 8호가 52% 지지율로 통과되면서 동성결혼이 또다시 금지된 바 있다.

워커 판사의 위헌 판결로 힘을 얻은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발의안을 즉각적으로 폐기할 것을 요구해 왔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주지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발의안이 즉각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법원 판결로 발의안은 당분간 캘리포니아 주에서의 동성결혼이 다시 시작되지 못하도록 효력을 지속할 전망이다.

미 복음주의 가정운동 단체인 패밀리리서치카운슬(FRC)의 토니 퍼킨스 회장은 이번 항소법원 결정에 대해서 “진실한 결혼뿐 아니라 법의 정의를 믿는 캘리포니아 주와 미국민들을 위해 올바른 일을 했다”고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보류 명령과 더불어 이 사안의 신속한 심리를 합의하고 동성결혼 찬반측에서 각각 제출한 서류 검토를 거쳐 오는 12월 재판을 열 것이라고 공고했다.

주민발의안 8호를 위헌으로 규정한 워커 판사의 판결은 연방법원에서 동성애와 관련해 나온 판결 가운데서도 가장 급진적 성향의 것으로, ‘결혼은 단지 법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전통적 가치 체계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수 교계는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또한 이번 판결은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자신들이 사는 주에서 동성결혼을 막을 수 있는 권리를 간과했다고 보수 교계는 지적하고, 전통적 가치를 지지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주민발의안 8호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