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인 도매상의 발달

애틀랜타 한인들의 비즈니스는, 미국 내 타지역의 한인과 마찬가지로 1960년대 가발, 의류, 식당, 식품점 등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소매업으로 시작하여 부를 축적한 한인들은 쌓인 노하우를 이용하여 대규모 도매업을 시작했다. 특히 1990년대 초부터 애틀랜타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1996년 올림픽을 전후하여 한인 인구의 급속한 성장 등의 복합적 요인에 따라 1990년대 초반에 여러 업종에 걸쳐 도매업이 활황을 누리며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조지아 한인 상공회의소 발표에 따르면 애틀랜타 지역 한인 자영업소는 1989년부터 1994년까지 5년 만에 2배로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내 도매업소는 10배 이상 급성장 했다.

이 지역 최초의 도매업은 1980년 경에 개업한 김스 패션(Kim’s Fashion: 대표 김문성)이었다. 그 다음이 1982년 문을 연 미용 재료 도매의 ‘솔리드 골드’로 알려져 있다. 솔리드 골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82년 이희식씨가 창업하였다. 당시 화합 약품으로 머리를 자유자재로 꾸밀 수 있는 머리약이 개발되면서 비약적으로 커진 흑인 소비자 대상 시장은 많은 한인들엥게 뷰티 서플라이 업계 진출의 길을 열어 주었다. 또한 김창학 씨의 ‘뷰티 월드’도 도매업을 시작하여 뷰티서플라이 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솔리드 골드’는 1995년 문을 닫기까지 연간 매출액이 천만 달러를 넘어 미 전역 뷰티업계 도매상으로는 3~4위를 유지할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였다. 1987년 5월에 럭키 트레이딩 잡화도매상(대표 아춘완)이 리버데일 지역 올드 내쇼날 하이웨이 선상에 4만 스퀘어피트의 매장을 가지고 전 동남부 지역에 뷰티 서플라이와 함께 각종 잡화를 소매상인들에게 공급했다.

럭키 트레이딩은 도매상으로 상도를 굳건히 지키면서 사업에 임하였으며 또한 한국 학교, 한인회, 불우이웃돕기회 등 각종 한인 사회 경조사에 적극 참여하여 회사 이익금을 한인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모범적 한인 업체로 정평이 나 있었다.

1990년대 들어서 급성장한 뷰티서플라이 업계는, 한인 소매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60%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주문이 크게 늘어 솔리드 골드의 성장은 더욱 가속되었다. 그러나 경쟁자 없이 한동안 소매업자 위에 군림하던 솔리드 골드는 김창학 씨의 ‘뷰티 월드’가 개업하자 독주 체제 유지를 위해 소매업자에게 대량으로 외상 물건을 제공하고 또한 자사 영향 하의 소매점 확산을 위해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소매점 개업을 유도하는 정책을 시도하였다.

결국 ‘뷰티 월드’는 1991년 문을 닫았다. 그러나 바로 ‘갤럭시’라는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함으로써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가격 인하라는 무리수를 두었던 ‘솔리드 골드’는 채산성 약화와 경영진의 내분으로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1987년 최초의 잡화 도매점 ‘헤브론’이 곽경진, 이흥식 두 동업자에 의해 한인 타운 근처에서 개업하였는데, 이흥식 ‘헤브론’ 사장은 도매점에 물건을 갖다 놓으면 언제 팔리는지도 모르게 아이템에 관계없이 무조건 다 팔렸다고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1988년에는 J.K. 트레이딩이 도매업을 시작했다.

한편 1990년대 초반 들어서 그 동안 후리마켓에서 소매상으로 돈을 모은 한인이 동업의 형태로 여러 업종의 도매업을 시작해 많은 도매상들이 새로 생겨났다. 애틀랜타 최초의 의류 도매상 ‘핫 왁스’가 뷰포드 선상에 생겨났고, 모자 도매상 ‘엘리’ 보석도매상 ‘아벨 트레이딩’ 스포츠웨어 전문 도매상 ‘디자인 월드’ 안경 전문 도매상 ‘JC 선그래스’가 각각 문을 열었다.

또한 미국에서 두니 상표가 인기를 끌자 이 상표와 유사한 상표의 판매가 확산되면서 ‘렘포스트’ ‘YDT’ ‘지미’ ‘SW 트레이딩’ ‘내셔널 임포트’ 등 가방 도매상이 난립하였다.

당시의 두니 열풍에 대해 당시의 동부 지역 책임자로 일했던 김준식 사장은 다음과 같이 상황을 이야기 하고 있다(주간 동남부 1997년 10월 17일자 인용). “두니 가방이 유행할 때가 가방 도매의 전성기였습니다. 당시 엄청난 양의 물량을 애틀랜타 지역에 공급했는데 도매상이 물건을 가져가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는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매상이 가짜 상표를 붙여 팔다 보니 단속에 걸려 업주가 잡혀갈 경우 외상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994년부터는 의류 전문 도매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여성 의류 도매상으로 ‘패션 마트’ ‘차밍 패션’ ‘재클린 어패럴’ ‘엑스트라 패션’이, 남성 의류 전문 도매상 ‘맥스 트레이딩’과 어린이 옷 전문 ‘해피랜드’등이 새로 생겨났다.

이 밖에 ‘아벨 트레이딩’ ‘CJ 트레이딩’ ‘비봉 트레이딩’ ‘영스 트레이딩’ 등 액세서리 전문 도매상이 새로 탄생했으며 운동화 전문 도매업 ‘슈 랜드’ 등이 새로운 도매업종으로 등장했다. 또한 ‘크라운 퍼시픽’ ‘CBI’ 등 뷰티서플라이 업계에서 세분화된 가발 전문 도매업이 1994년부터 등장하여 유망한 전문 도매업종으로 자리잡아갔다.(한인이민사 16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