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체포된 두 명의 기독교인이 감옥으로 호송되던 중 괴한들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인터내셔널크리스천컨선(ICC)이 사건 발생 직후인 19일(현지 시각) 오후 보고한 데 따르면, 목회자인 라시드 임마누엘(32)과 그의 동생인 사지드 임마누엘(24)은 이 날 조사에 응하기 위해 출두했던 파이살라바드 법원을 빠져나와 감옥으로 호송되던 도중 복면을 착용한 괴한들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두 사람은 이달 초인 2일 마호메트를 비하하는 글귀를 담은 팸플릿을 제작했다는 혐의로 체포됐으나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해 왔으며 현지 소수종교보호국 당국자 역시 “누군가가 두 사람을 모함하기 위해 글을 쓰고 끝에 이들의 이름을 넣은 것 같다”고 확인한 바 있다.

ICC 아시아 지역 매니저인 조나단 레이코는 이번 사건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찰의 보호 아래 있던 두 사람이 이토록 쉽게 공격 받아 숨진 사실은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들이 처해 있는 인권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미흡한 보호와 관련해, 파키스탄 당국이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 주도록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를 받은 기독교인들이나, 그들의 가족에 대한 공격은 미국 국무부의 최근 종교자유보고서에서도 그 심각성이 지적된 바 있다.

보고서는 “신성모독과 관련한 사건이 법원에 회부되면, 극단주의자들이 법원으로 몰려와 무죄선고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자주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무죄판결로 풀려났을지라도 극단주의자들의 살해 위협이 계속됨에 따라 숨어서 살아가거나 이민을 택하는 기독교인들이 늘고 있으며, 법적인 절차 없이 민간 차원에서 신성모독자에 대한 처벌이 행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보고서는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