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맞아 선교지를 다녀온 단기선교팀들은 하나같이 ‘사랑을 전하러 갔다가 더 은혜와 사랑을 받고 왔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원심력이 커지면 구심력도 커지듯이 선교지를 향한 사랑의 원이 커졌기에 받는 사랑이 커진 것은 아닐까? 애틀랜타기독일보는 한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사랑의 흔적을 찾아 [우리는 커플로 다녀왔다]를 연재한다.

▲김진희 집사와 아들 최형진 군
두 번째로 지난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아이티를 다녀온 슈가로프한인교회(담임 최봉수 목사) 김진희 집사와 아들 최형진 학생(16)을 만났다. 이번 단기선교에서 김진희 집사는 식사 준비팀으로 최형진 학생은 유스 선교팀원으로 섬겼다.

선교지에서 함께 한 모자(母子)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이티는 최근 대지진으로 인해 치안이 불안하고 선교가 쉽지 않은 곳이다. 선교를 결정하기까지 망설임도 있었을 텐데 모자가 함께 하게 된 계기는?

김진희 집사: ‘짧은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선교사들에게 오히려 방해는 되지 않을까?’, ‘내가 가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등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한번씩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선교사님의 말씀을 듣고 단기선교를 결심하게 됐죠. 남편과 딸이 한국에 있어 혼자 남게 될 아들이 걱정돼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물었던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최형진 학생: 처음 어머니가 물으셨을 땐 가기 싫었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변화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호기심도 들고요. 선교 가기 전, 이기적이고 세상에 만족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바뀌고 싶었거든요. 다녀와서는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셨어요.


어머니와 아들이 다정해 보인다. 단기선교를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었나?
최형진 학생: 어머니가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신 다는 것은 알았지만 가서 직접 보니 존경스럽고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진희 집사: 고아원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형진이가 아이티 청년들과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고 함께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성숙해 졌구나 라는 것을 느꼈죠. 사실 단기선교를 떠나기 전에는 서로 사이가 안 좋았어요. 아들의 사춘기가 늦게 와서였는데 지금은 관계가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선교 후에 한국을 잠시 다녀와야 했는데 저를 끌어 안아주고 ‘잘 쉬었다 오세요, 애 쓰셨어요.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라는 내용의 편지도 전해 줬어요. 귀국할 때는 작은 생일파티도 손수 준비해서 열어주고요. 남편이 ‘형진이가 다 컸다’고 하더군요.


선교 준비과정과 선교 진행과정에 대해 소개해 달라
최형진 학생: 출발 전 한달 동안 선교예비학교가 진행됐어요. 미디어팀부터 식사팀, 유스사역팀, 큐티팀, 짐 운반팀 등 30여명 각자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 세세하게 나눠서 준비하는 기간이었어요. 준비과정을 지도해 주신 박동한 아이티 선교사님은 준비가 50%, 선교가 30%, 돌아와서 중보하는 것이 20%라고 하셨죠.

김진희 집사: 팀원들과 함께 30명 이상의 식사준비를 맡았는데 현지에는 어떤 식자재가 있는지 듣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 미리 준비를 했습니다. 글쎄, 갈 때는 단체짐이 이민가방으로 30개였는데 올 때는 2개로 줄었어요.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와 네오간 지역을 다녀왔는데 축복교회에 가서 어린이 사역을 하고 인근 부대에 들려 함께 찬양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을 돌보고 페인트칠도 했죠. 유스팀은 매일 새벽 5시에 나가 만이천명이 출근한느 공단에서 워십을 하기도 했어요. 5천장의 전도지가 10분만에 동나는 것을 보며 작은 희망을 느낄 수 있었어요.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티 현장을 본 느낌과 인상 깊은 점이 있다면?
김진희 집사: 말 그대로 처참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 됐지만 돕고 있는 여러 손길들을 보니 다시 재건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죠. 다 무너진 성당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동상을 본 것이 잊혀지지 않아요. 예수님께서 눈물 흘리시며 쓰러져 계시지 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됐습니다.

최형진 학생: 다운타운 6.25 박물관에서 참전 미군 장병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이렇게 불쌍한 나라는 처음 봤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하더군요. 저도 꼭 그런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한국이 일어섰듯이 아이티도 반드시 일어날 거라고 믿어요.

내년에도 단기선교를 또 가겠나?
최형진 학생: (흔쾌히) 네 그럼요!

김진희 집사: 네 가고 싶어요. 하지만 저보다 먼저 다른 집사님들께서도 꼭 한번 경험해 보시라고 권면해 드리고 싶어요. 교회에서는 벌써부터 다들 다시 가겠다며 내년에는 2팀으로 가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