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독교인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납치·폭행·살해 등 갖은 박해의 소식들이 국제 인권단체들을 통해 보고되고 있다.

와지라바드에 사는 기독교인 부부의 아들인 11살 소년 다니쉬 마시는 1년 반 전 이 지역의 무슬림 지주인 아쉬라프 치마에 의해 납치됐다. 그는 매일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잠시 쉬는 시간조차 없는 노동을 강요당하면서, 식사는 하루에 빵 반 덩어리만을 제공받고 있다. 마시 부부는 치마의 땅에서 소작농으로 일해 오면서 빚을 졌는데, 치마는 그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버리고 이슬람으로 재개종할 경우 빚을 감면해 주겠다고 회유했지만, 두 사람이 신앙을 포기하지 않자 아들인 다니쉬를 납치해 간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다니쉬는 오랜 기간 계속되어 온 혹독한 노동과 영양 부족으로 건강이 몹시 악화된 상태며, 마시 부부는 치마로부터 아들을 되찾기 위한 고통스러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지주로서 막대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치마는 다니쉬를 납치했다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내라는 당국 지시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샤와르 지역에서는 한편, 한 기독교인 교수가 무슬림 학생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페샤와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12년간 재직해 온 새뮤얼 존 교수는 지난 달 중순 집 앞에서 20여 명의 학생들로부터 공격을 당해 중상을 입고 현재 입원 치료 중에 있다. 그는 주위에 도움을 청했으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그의 비명을 듣고 밖으로 나온 아내 역시 학생들로부터 구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교수를 공격한 학생들은 그 전부터 존 교수에게 이슬람으로 개종할 것을 요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에는 정중한 태도로 존 교수에게 접근해 개종을 권했던 학생들은 존 교수가 이를 거부하자, “이슬람을 받아들이든지 학교를 떠나든지 선택하라. 개종하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며 협박을 해 왔다.

기독교인이면서 이 지역 학계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온 존 교수를 일부 무슬림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으며, 누군가 던진 돌에 집의 유리창이 깨지는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고 존 교수는 밝혔다. 그가 입원한 후에도 가족들에 대한 협박은 계속되고 있지만 경찰 당국은 이 사건의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젤룸에서는 지난 달 말 무슬림 폭도들이 한 기독교인의 아내와 자녀 4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독교인인 잠셰드 마시는 최근 구자랏트 주로부터 푼잡 주에 속해 있는 젤룸시로 이사했으나, 이내 이 지역 이슬람 지도자로부터 “비무슬림은 이곳에 살 수 없으니 가족을 데리고 떠나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잠셰드의 어린 아들은 심부름을 가던 길에 찬양을 불렀고 이것을 들은 무슬림들은 지도자를 앞세우고 그의 집 앞에 모여 소년이 알라를 모독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터에 나가 있던 잠셰드는 딸에게 전화를 받고 경찰에 신고할 것을 지시한 뒤 집으로 향했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아내를 비롯해 아들 2명과 딸 2명 모두가 살해당한 뒤였다. 그러나 앞선 경우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역 경찰은 이슬람 지도자에 대한 두려움에서 조사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는 상태다.

이 사건과 관련, 잠셰드를 도와 중앙 정부에 살해 혐의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는 현지의 한 장로교회 지도자는 파키스탄에서 무고한 기독교인들이 맞서야 하는 거대한 불의를 멈추기 위해 세계 교계가 좀더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