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주 한인교계에는 한국으로, 혹은 타주로 목회지를 옮기는 담임목회자가 많다. 목회자는 새로운 목회지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목회를 시작할 수 있고, 교회 입장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해 재도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요즘 일부 한인교계에 불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교회에 새로운 리더십이 청빙된다’는 것보다는 담임목회자가 교회를 옮겨 다니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소위 성도들이 나름의 기준에 의거해 ‘더 좋은 교회’로 수평이동하듯이, 목회자까지도 ‘더 큰 교회, 더 이름있는 교회’로 수평이동하는 것이다.

대형교회 성도가 개척교회를 찾아가 섬기고 봉사한다는 말을 듣기 어렵듯이 어느 중형교회 목회자가 교회를 사임하고 선교지로 나갔다든지 개척교회를 시작했다든지 하는 소식은 듣기 어렵다. 성도가 자녀 교육 때문에, 힘든 이민 생활 때문에 수평이동한다고 솔직히 말한다면 목회자는 하나님의 뜻이니까, 사랑하니까, 본 교회의 도약을 위해 떠난다고 말한다.

더 서글픈 사실은, 선(先)확정 후(後)사임이라는 기이한 구조다. 성도에게 말하지 않고 대형교회에 청빙서류를 접수시키고 청빙이 확정되면 그 후에야 현재 교회를 사임한다. 혹시 청빙이 안된 상황에서 현 교회를 사임했다가 청빙이 안되면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다. 교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장일치 박수로 후임목사를 청빙해도 그가 진짜 그 교회를 사임하고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으니 조마조마하다.

“존경하고 사랑하던 목회자가 어느날 갑자기 더 좋은 교회로 떠나 버렸다”는 말을 들은 성도에게 “당신이 대형교회로 가는 수평이동은 나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목회자는 스스로 힘든 선교지나 개척교회를 기피하면서 성도에게는 “작은 이민교회를 섬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목회지를 옮기는 모든 목회자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교회에서 모든 성도의 박수와 격려를 받으며 청빙받아 가는 목회자도 많고,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해 아픔을 갖고 떠나는 목회자도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회지를 옮기는 것에 대해 하나님과 성도 앞에 신실하고 진솔한 이유를 갖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이다.

‘선한 목자는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요10:11)’고 하셨고, 예수께서는 ‘자기 사람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요13:1). 지금 한인교회에는 개척교회를 위해 목숨을 버리고 선교지를 끝까지 사랑하는 목자가 필요하다. 이런 목자가 있어야 이런 성도도 양육되고 한인교회 균형적 성장과 발전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