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웅장한 천지창조를 시작으로 믿음의 열조들, 출애굽, 사사들과 왕들의 이야기를 거쳐, 예수님과 열두제자에 이르기까지… 거룩한 신앙의 책으로만 봐왔던 성경 속에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는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거룩한 이야기들’ 사이에 간간히 양념처럼 뿌려져 있는 ‘요리’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책이 출간됐다.

책 <바이블 쿠킹>은 누군가는 한번쯤은 ‘어떤 요리일까?’라고 스쳐 지나가며 생각해 봤을법한 ‘맏아들의 권리와 맞바꾼’ 팥죽이라든지,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한’ 아브라함의 요리, ‘머리와 다리와 내장도 다 불에 구워먹어야 하는’ 유월절 음식 등 성경 속 시대의 음식들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 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성경에 등장하는 식사를 올바르게 재현하기 위해 3년의 연구 조사를 벌인 끝에 성경의 구절들에 들어있는 여러 음식들을 18가지 식사로 추려 소개했다. 성경 속에 세부적인 요리법이 나오지 않는 요리들은 저자들의 상상력을 더해 현대의 재료와 기술로 재탄생했다.

성경 속 ‘요리’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은 일반 요리책처럼 화려한 이미지나 레시피 위주의 책은 아니다. 책은 요리의 조리법을 소개하기 앞서, 성경구절을 먼저 꺼내놓고 요리법에 못지 않게 많은 지면을 할애해 관련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때문에 독자들은 성경 속 음식들을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성경의 영성과 교감할 수 있으며, 요리를 준비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성경의 말씀을 더욱 더 생동감 있게 체험할 수 있다. 성경의 번역 과정에서 의미가 잘못 전달된 내용 등에 대해서도 책은 상세하게 설명하며 오해를 풀어준다.

독특한 책인만큼 재밌는 요리들이 많다. ‘암소 퐁듀’, ‘불쌍한 젊은이의 빵’, ‘두 아들을 위한 카로브콩 케이크’ 등은 ‘돌아온 탕자’ 속 요리들이다. ‘최고의 속임수’, ‘이삭 줍는 사람의 아티초크 치즈 캐서롤’, ‘매운 벌꿀 드레싱으로 먹는 유대 사막 샐러드’, ‘메뚜기 스프’ 등은 이름만 들어도 성경 속 어떤 인물이 먹은 음식일지 대충 짐작이 간다.

하지만 한국에선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중동 요리인 만큼, 책에 소개된 요리를 시도하려면 많은 도전과 모험이 따를 듯하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라며 소개된 재료들 중에는 생소한 이름들도 많고, 사슴고기, 양고기, 민들레잎 등 한국에선 잘 먹지 않는 식재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리 소개가 끝난 맨 뒷편에는 식재료의 기원이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