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라고 하면 ‘구제’를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온두라스를 다녀온 유영준 관장(태권도서울, 안디옥교회)은 “교육 선교도 빈곤층을 위한 구제만큼의 교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돈 20불이면 100여명의 아이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줄 수 있을 정도로 온두라스의 경제는 열악하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은 교육이다. 먹을 것은 해결됐지만 교육 환경이 열악해 공부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손에는 태권도, 다른 손에는 성경

“태권도가 하나님의 선교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까?” 태권도 사범인 유 관장 스스로도 이런 의문과 기도제목을 품고 온두라스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기 전에 기도제목 두 개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태권도가 선교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시도록’ 그리고 ‘현장에서 태권도를 가르칠 수 있는 사범들이 찾아지도록’ 이었습니다.” 유 관장의 기도제목은 응답되었을까? 답은 Yes!

유 관장은 선교를 다녀온 후 마음의 감격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삶의 커다란 전기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이번 온두라스 행은 지난해 5월 단기선교를 다녀온 후 지역 학교에서 태권도 교실을 열어달라는 요청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번 선교여행에서 1학년과 6학년까지 전교생을 대상으로 크리스천가든스쿨로 불리는 까스따뇨학교와 프로그레소학교에서 태권도 교실을 열었고, 추가로 요청해 온 싼따리따학교에서도 가르쳤다. 또한 컴패션인터내셔널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170개 지역교회와 연결해 태권도 교실을 맡아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반응은 놀랄 만큼 뜨거웠다.

태권도를 통해 온두라스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가장 눈에 띌만한 것은 아이들 수업태도의 변화다. 태권도의 절도 있고 규율을 강조하는 훈련 때문. 주일학교에서 태권도는 문화활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온두라스 어린이들에게 즐거운 놀이거리로 자리잡았다.

이를 통해 자선단체 컴패션인터내셔널에서 운영하는 170개 지역교회에 태권도 클래스를 열어달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유 관장에게 맡겨졌다.

▲온두라스 크리스천스쿨 학생들의 모습.
열악한 교육환경, 더 열악한 수업태도
태권도로 변화시켰다!


온두라스의 교육환경은 생각보다 열악하다. 빈부격차가 큰 온두라스에서 한 달에 500불이 넘는 비싼 학비를 내며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지만 한 달에 30불 정도의 학비를 내고 현지 선교사가 운영하는 크리스천학교에 다니는 가난한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30불도 없으면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수업태도도 축축 늘어진다. 유 관장은 “언제 수업이 시작하고 언제 끝나야 하는지 불분명하고,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아무런 제재 없이 돌아다니며, 선생님들의 열정은 바닥을 치고 있다고 해도 그리 심한 말은 아닐 것이다”라며 “처음 수업을 참관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오랫동안 교정에 몸담았기 때문에 더 많은 문제들이 눈에 보였던 것이다.

그는 태권도장에서 실시하는 매직쉿(Magic Sheet)을 사용해 아이들의 수업태도를 바꿔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프린터를 손수 구입해, 태권도의 5대 덕목인 ‘존경심, 정직, 열심과 인내심, 자기통제력, 불굴의 의지’를 체크사항으로 나누어 매직쉿을 만들었다. 담임 선생님들에게 나눠주며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태도에 따라 점수를 매겨 달라고 부탁한 후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에게는 태권도 벨트에 검은 색 테잎을 붙여주는 식으로 상을 줬다.

특별히 3,4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수업태도 체크 방법(Magic Sheet)은 일주일 만에 큰 성과를 나타냈다. 수업 도중에도 일어나 사물함을 뒤지기도 하고 산만한 수업태도를 보이던 아이들이 일주일이 지난 후 확연히 달라졌다.

▲태권도를 배우는 온두라스 어린이들.
“태권도로 제일 많이 변한 아이들은 말썽꾸러기들이었어요. 운동량이 부족한 아이들이 주로 말썽을 부리는데, 그런 아이들이 태권도 시간에 목숨을 걸고 임하고 사범 말도 당연히 잘 듣게 되어 있죠. 불가능해 보였는데 변하더라고요. 정말 거짓말 하지 않고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말썽꾸러기들은 전부 변했습니다. 단체로 움직이고 철저하게 짜진 규율을 따라야 하는 태권도를 배우면서 산만한 성격도 차분하고 절도 있게 됐습니다.”

선생님들조차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하던 아이들의 변화에 선생님도 놀랐고 유 관장 본인도 놀랐다. 하나님이 하셨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빌립보서 2장 13절(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에서처럼 하나님께서 뜻을 두고 행하시는 태권도 선교임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태권도 5대 정신의 성경적 성격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알게 됐다.

이렇게 그의 첫 번째 기도제목(태권도가 선교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보여달라)이 응답됐다. 물론 하나님께서 준비해 두신 사범 두 사람도 구해졌다. 두번째 기도제목도 신실히 이뤄주신 셈. “할렐루야!”

▲기도하고 있는 태권도 교실 아이들.
풍토병과 대상포진으로 단련시키신 2달

이렇게 놀랄만한 성과가 있었지만 말 못할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유 관장은 예고 없이 찾아온 풍토병과 대상포진을 온두라스에 머무는 2달 내내 시달렸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날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밤이면 괴로운 피부병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도 태권도는 일주일이면 7일 내내 쉴 수 없었다. 아니 쉬지 않게 몸이 움직였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온두라스에 선교를 가있는 2달 동안 풍토병과 대상포진을 앓으면서 밤새 뜬 눈으로 지새우는 날이 많았다”는 유 관장은 “그런데 놀랍게도 아침만 되면 태권도를 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고 고백했다.

이번 선교일정에는 월요일부터 목요일에는 까스따뇨, 프로그레소 학교에서 1학년부터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쳤고, 금요일에는 싼따리따 학교에서, 토요일에는 컴패션 인터내셔널 소속 교회에서, 주일에는 까스따뇨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쳤다. 일주일 내내 쉴 틈이 없었지만, 태권도를 통한 선교의 비전을 보여주신 하나님께 그저 감사할 뿐이다.

▲컴패션인터내셔널 디렉터와 찍은 사진. 컴패션 소속 지역교회 170개에 태권도 교실을 상설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위), 2달 간의 훈련 끝에 태권도 시범을 광장에서 보인 아이들.
4/14 윈도우-태권도, 환상의 짝궁

지난 9 월 뉴욕에 있는 프로미스쳐치(담임 김남수 목사)가 주관한 4/14 윈도우 글로벌서밋에 참가하면서, 어린이 선교에 큰 비전을 받은 유영준 관장은 그 후로 어떻게 4/14윈도우를 공략할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4/14 운동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자라고 있는 어린이 세대(4세~14세)에 대한 영적인 관심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운동으로, 어린이들에게 선교의 타깃을 맞추어 세속주의에 노출되기 전에 복음을 전하자는 움직임이다.

유 관장은 “태권도가 4/14 윈도우와 연결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태권도의 5대 덕목인 예절, 정직, 인내, 자기통제력, 불굴의 의지가 어린이의 성격발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이 5대 덕목은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해석했다.

그가 제시한 성경구절에는 “그러므로 너희는 하나님의 택하신 거룩하고 사랑하신 자처럼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을 옷 입고(골 3:11-13)”, “정직하게 행하며 공의를 일삼으며 그 마음에 진실을 말하며(시 15:2)” 등 다양했다.

마지막으로 애틀랜타 교계의 많은 관심을 당부한 유 관장은 “한국 선교사님들이 운영하는 크리스천스쿨이 있지만 교사들의 급료도 적고, 학교시설도 부족해 교육에 어려움이 많다. 구제차원의 선교를 넘어서 학생들이 자라나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선교에 애틀랜타 교회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하면서 “30불이면, 한 학생의 한달 학비를 지원할 수 있고, 작은 성금이 재정이 열악한 학교에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