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 속 인물들을 중심으로 기독교 2천년 역사를 정리한 <기독교 역사 100장면(도마의길)>이 출간됐다.

저자인 역사신학자 리처드 코니시(Richard Cornish)는 기독교 역사에서 놓칠 수 없는 100장면을 골라 성경과 세계사 이야기들과 연결시켰다. 2천년 역사에 100장면을 골랐으니, 평균적으로 따지면 20년마다 하나의 사건이 채택된 모습이다. 책 제목 앞에는 ‘성경과 함께 읽는’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어, 책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저자는 기독교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먼저 생각해야 할 건 기독교는 진리이자 생명”이라며 “우리보다 앞서 이 땅에 살았던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믿는 기독교의 진리와 가치를 삶으로 실천하고자 애썼던 이들이고, 진리를 믿고 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기 기독교 역사는 그 답을 보여준다”고 역설한다.

때로는 믿음의 선조들의 실수를 통해 용기를 얻는다. 저자는 “그들의 실패를 보면 같은 길을 걷지 않을 수 있고, 최소한 피하려는 노력은 하게 된다”며 “기독교 역사에 대단히 훌륭한 사람들만 기록돼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고, 오점으로 남을만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독자들을 북돋운다. “당신과 나만이 그리스도의 실수 투성이 제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가!”

연대기 순으로 구성된 책은 예수님 승천 직후부터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4세기 초까지를 1부(A.D. 30-313),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를 2부(313-590), 교황의 세력 확장을 둘러싼 갈등으로 동방정교회와 서방 로마가톨릭으로 분열되는 기간까지를 3부(590-1054), 분열 이후 서방과 동방 교회가 각개 약진하던 시기까지를 4부(1054-1517), 루터 이후 종교개혁을 둘러싼 시기가 5부와 6부(1517-1648), 이성(理性)으로 하나님 존재를 위협하던 시대를 7부(1648-1789), 선교의 확장과 세계대전, 그 이후를 각각 8-10부(1789-)에서 다룬다.

100장면이라는 장대한 스케일답게 등장인물도 다양하다. 각 장면의 주인공들은 순교자 유스티누스와 폴리캅, 이레니우스, 터툴리안 등 초대 교부로부터 암브로시우스, 아우구스티누스, 보니파키우스, 안셀무스, 아퀴나스, 위클리프 등을 거쳐 에라스무스와 루터에 이른다.

종교개혁자들인 칼빈과 녹스, 크랜머와 청교도에 이어 존 오웬과 조나단 에드워즈, 존 웨슬리, 조지 휫필드, 윌리엄 윌버포스, 찰스 스펄전, 드와이트 무디, 허드슨 테일러 등 책과 설교를 통해 우리에게 낯익은 인물들도 각 사건들과 함께 대거 등장한다. 이후 칼 바르트와 C.S.루이스, 본회퍼, 빌리 그래함과 마더 테레사까지 만나면 마지막 100장 ‘기독교 역사는 멈추지 않는다’에 이른다. 2천년 넘게 쓰여지고 있는 사도행전 29장의 주인공은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라는 의미다.

장면마다 관련 그림을 포함해 1-2장으로 구성돼 있어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가볍게 읽기 쉽다. 장면 장면마다 등장하는 관련 명화와 유적지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