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칼럼]교회는 친정같이 그냥 좋아야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느끼고 있는 일이지만, 서로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그냥 다를 뿐입니다. 나하고 다른 것을 다 틀린 것으로 속단하는 경솔함을 조심해야합니다. 다르다는 것은 구별의 관점이지, 차별의 관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회 공동체의 특성은 다양성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하나가 되는 곳이 교회입니다. 이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줄 때 이해와 교제가 돈독해 질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는 친한 사람끼리만 친하고, 좋아하는 사람끼리만 어울리면 그런 교회나 공동체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이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설령 내 생각과 형편과 처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서로용납하고, 서로용해하고, 서로 용서하는, 용광로 같은 뜨거움이 있어야 무디고 굳은 사람들을 녹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면, 전혀 다른 새로운 아름다운 관계를 창출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도만난 자의 이웃은 내가 좋아해서 내가 선택한 이웃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도만난 자가 필요로 하는 이웃이 되어 주는 헌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거기에는 예기치 않았던 자기희생이 따릅니다.

강도만난 자에게 절실한 이웃이 되어 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나에게 맡겨진 십자가입니다. 교회의 사명은 시집 같은 세상에서 친정 같은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세상이 알아주는 빛이 되려고, 그렇게 공들이고, 영광받기위해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구태여 내가 세상의 소금이 되려고 억지로 짠맛을 내려고 입맛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성도는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는 움직이는 성전이요, 소금이고 빛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옥합을 깨트리면 예수님의 생명과 사랑이 빛이 나게 됩니다. 내가 먼저 그냥 소리 없이 녹아 스며들면 모습은 사라져도 소금은 맛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교회는 변화산과 같습니다. 변화산은 변화가 되는 곳이지 머무는 곳이 아닙니다. 변화 산에서 변화 받았으면 십자가를 지고 세상으로 죽으려 내려가야 합니다. 교회 내에서 소금이니 빛이니 할 필요가 없습니다.

교회 내에서조차 자기믿음의 잣대로만 남을 판단하고 재단을 해버리면 결국 편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혼자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남이 변해야 된다고 고집하는 만큼, 내가 먼저 변하면 그만큼 내가 좋아집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품으면 내 심령에 천국의 지경이 그만큼 확장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경직되면 안 됩니다. 교회는 밝아야 합니다. 교회가 낯설면 안 됩니다.

교회가 편해야 합니다. 교회가 그냥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지친 영혼들이 모여들고 쉽니다. 모진 시집살이에 탈진한 못난 딸이 병들어 보따리 싸들고 한밤중에 찾아와도 버선발로 반겨주고 군불 때 주고 자리 깔아주고 뜬눈으로 다독거려 멍든 가슴 쓸어내리는 친정어미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어미 젖무덤을 파헤치고 몇 날을 자고 쉬다가도 다시 기운만 차리면 주섬주섬 보따리 빵빵하게 싸들고 휑하니 시집으로 가도 어미는 한 시름을 놓습니다. 괜찮습니다. 그게 친정 같은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시집 같은 세상에서 친정 같은 교회가 필요합니다. 영광교회가 이런 교회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모든 성도들이 힘들어하는 딸을 위로해주는 어머니가 되시기 바랍니다. 어려워하는 며느리에게 사랑과 위로, 소망과 축복을 주는 어머니가 되시기 바랍니다.

Feb, 21, 2010 , 목양 실 에서 김 병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