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교회에 MK를 염려하는 소리가 종종 들린다. 무엇이 문제인지, 뭐가 그렇게 국제회의를 개최할 만큼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현장 지휘자인 필자의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선교사들의 자녀에 대한 고민은 첫째, 현지 학교에 보내자니 수준이 낮은 것 같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둘째, 외국학교에 보내자니 돈이 문제이고 가까운 곳에 학교가 없다. 후원이 풍성하면 아무런 고민 없이 외국인 학교에 보내어 영어로 교육을 시킬 수 있을 텐데……. 한 마디로 “영어를 가르칠 것인가, 현지어를 가르칠 것인가”, 선교현장 MK 교육의 고민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돈이 없어도 자녀 교육만큼은 잘 시키고 싶고, 남보다 더 조금이라도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고, 무엇인가 한 발 앞서가도록 돕고 싶은 것은 부모의 마음이다. 게다가 병적인 한국인의 교육풍토가 선교지에서까지 부모들을 안달하게 하고 있다. 부모에게 있어서 자녀교육과 장래에 대한 관심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자녀교육은 역시 부모의 교육관과 철학에 의하여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지에 와서도 죽어라 피아노, 바이올린, 트럼펫 영어 등 과외시키며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고, 영어에 한이 맺혀 혹은 국제화 운운하면서 자녀들에게만큼은 영어를 가르치려는 것도 있다. 아무튼 자식 교육은 부모의 교육 철학과 성공주의 욕심에 의하여 결정된다.

선교사를 대량으로 배출한지 20년이 채 안된 한국교회, 현재 이런저런 심각한 문제들이 도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MK교육의 문제라고 현재 중요한 이슈가 되어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문제라고 야단이다.

필자는 처음부터 현지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선교사가 자녀를 현지 학교에 보내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닌가라는 그러한 순수한 마음, 그런데 많은 동료들이 “아이들은 선교사가 아니다. 아이들은 한국인의 얼을 심어주어야 하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인 자녀로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초등과정 한국인 학교, 그리고 선교사 자녀학교인 영어 학교를 추천하였다.

필자는 한국학교나 영어학교가 멀어서 아이들을 학교 보내는 일로 스스로를 묶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 선교사의 자녀들이 영어학교 혹은 한국인 학교에 다녔지만, 나는 기꺼이 걸어서 다니는 현지 학교에 보냈다. 아예 유치원부터…….

오랜만에 MK들이 여름 수련회 때에 만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현지 학교를 다닌 우리 집 아이들은 멍하게 그저 바라만 본다. (그 바보) 어떤 아이들은 한국어를 더듬거리는 것도 보았다. 괴리감, 위화감을 느끼는 순간인 것이다.

나는 자녀들에게 너희들은 기죽지 말고 러시아 말로 힘차게 이야기하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국제화 시대에, 다른 아이들은 저렇게 유창한 영어를 말하는데……,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어떡하나! 러시아 말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유익할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의 신분과 나의 교육철학과 주어진 환경에 근거하여 나는 이 길을 고집한다. 자녀들의 인생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서 형편과 사정이 다를 것이다. 어떤 곳은 현지인 학교도 없어 Home school을 운영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어떤 곳은 그것도 안 되어 외국에서 또 유학을 보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선택하되 선교사의 신분과 교육 철학, 그리고 하나님 중심한 우선권을 분명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년병 선교사로 들어오는 후배들에게, 또는 파송하는 교회에 한 마디 충고하고 싶은 것은, 너무 영어학교를 고집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인은 영어에 한이 맺혀있다. 그래서 자식들만큼은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 부모의 애절한 소망, 내 평생 소원일 것이다. 그러나 자라나는 자녀 세대, 영어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영어를 기본적으로 가르친다. 무엇이든지 어디를 가든지 필요하면 기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러시아의 경우에, 현지인 학교에 보내어 러시아어를 익히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고 미래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어 잘한다고 출세하는 것이 아니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선교사 자녀라고 다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아이들의 장래는 하나님의 손에 맡기고, 가정과 교회와 학교가 삼위일체가 되어서 자녀를 교육하는 유대인들처럼, 오히려 가정에서 어떻게 자녀교육을 시키느냐, 이것이 더욱 큰 관건이 아니겠는가? 학교와 학원으로, 그리고 공부 공부하다가 인격이 덜 된 자식으로 커간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니겠는가?

부모가 계획적으로 영성교육, 예배교육, 인격교육, 이 땅을 살면서 안전과 평강을 누리기 위한 교육을 시키고, 또한 건강교육 그리고 영어와 한글 독서와 한문교육도 틈틈이 시키면서, 학교공부 잘 따라가도록 지도한다면, 선교 현지에서는 과히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많은 경우 선교사의 자녀들이 버릇이 없고, 형편없는 인간성, 불신자들보다 더 기본이 덜 된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그것은 원칙적인 교육은 무시하고 세상이 추구하는 출세와 성공 위주의 교육에 몰입하기 때문이 아닌가 혼자 생각해 본다. 자녀교육과 장래의 문제는 철저하게 말씀 위에 내려놓고 기회를 주시는대로 나가야 할 것이라 본다. 잠언 16장 9절에,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집에서는 계획적으로 가르치지 않고서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많은데, 심지도 않고 거두려는 공짜심리가 아닌가? 특히 목회자나 선교들에게서 말이다.

자녀문제 자랑할 것이 없다.
자녀교육에 왕도는 없다. 자녀에 관하여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어릴 때의 성품과 순종적인 태도가 커가면서 어떻게 변할지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남의 자녀 흉보는 일이나 자기 자식 자랑하는 것은 누구도 조심할 일이 아닌가!

집에서는 순종적이고 착실한 아이가 밖에서는 술 담배 다하고 다니면서 여자친구 옆에 끼고 다니는 것을 모르고 있는 부모, 목사의 자녀가 술집에 출입하면서 온갖 나쁜 짓을 다하는데도 부모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

그리고 “우리 집 아이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아주 공부를 잘하고 교회 통역도 하고…….” 등등 칭찬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아무도 모를 일이다. 자녀들의 삶의 세계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자녀문제는 장담할 수 없고 함부로 말할 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앞날이 창창한 자녀들의 세계를 어떻게 판단하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자랑할 것도 탄식할 것도 없다. 아직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정에서 부모를 떠날 때까지 얼마나 말씀에 의지하면서 교육을 하고 있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자녀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교육은 한국교육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전문성을 살려 학교를 보낸다면 놀라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경적인 방법으로 나가면 축복된 삶은 보장이 되어 있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너무 영어에 탄식하지 말라.

Sergei Lee(모스크바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