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신년을 맞이해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여덟번째 인터뷰는 포도원장로교회 양현표 목사다. 양 목사는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나 총신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1994년 도미해 미조리 세인트루이스 소재 커버넌트신학교에서 Th.M. 학위를 받고, 켄터키 루이빌 소재 남침례신학교에서 교회성장학으로 Ph.D.를 받았다. Ph.D. 과정 중인 2000년 1월 1일에, 인디아나폴리스에서 은혜한인장로교회를 개척해 크게 성장시키고 5년만에 12에이커 부지의 성전까지도 마련했다. 인디아나목회자협의회 회장도 역임했다. 교회성장학을 전공한 학문적 배경도 배경이지만, 인디아나에서의 첫번째 목회를 통해 “정직하게 목회하면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믿게 됐다”고 한다. 교회가 한참 성장할 때, 사임하고 모교인 한국 총신대에서 가르치는 새로운 사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을 잠깐 방문한 사이에,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카고 포도원장로교회로부터의 청빙이 와서, 6개월 만에 다시 이민목회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양 목사는 현재 포도원장로교회에서 3년 4개월째 목회하고 있다.

-시카고 지역 담임목회자 공석 현상은 영적으로 침체된 시카고 지역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어느 이민목회든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목회자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 현상을 목사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저는 그 이유를 세가지로 요약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어느 단체든, 어느 기관이든 겪을 수 밖에 없는 리더십 교체 과정 상의 문제라고 봅니다. 시카고 목회는 힘들다고 하시지만 근본적으로 목회 현장은 다 똑같이 어렵습니다. 보통 첫번째 목회자가 오랜 시간 목회한 교회의 두번째 목회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겪고 세 번째 목회자로 넘어 가게 되면 보통 성공합니다. 지금 시카고 지역도 첫번째에서 두번째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봅니다. 새로운 목회자가 오면 기존의 분위기가 변화되니 그것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목회자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게 되면 리더십 교체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1세대가 물러나고 2세대가 리더십을 잡을 때 어느 단체건 필연적으로 생기는 일입니다. 저는 시카고 지역의 목회자 공백 현상을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봅니다.

둘째는 목사들의 프로 의식 문제라고 봅니다. 목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명감이지만 그 사명감은 모든 목사들에게 기본입니다. 목사에게 사명감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프로 의식인데, 많은 목사들이 사명감은 넘치지만 프로 의식이 부족합니다. 누가 뭐라 해도 당당한 프로 의식이 필요한데 의사보다도 프로 의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회자가 됐다면 교회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가겠다는 프로다운 해법과 분석력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사명감만 강조하다 보니 조금 힘들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목회철학을 이유로 떠나 버립니다. 그러나 어딜 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프로 의식을 갖고 때론 양보하고 때론 밀어 붙이면서 프로답게 목회 철학과 비전을 세워야 합니다.

셋째로 교회 안의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일반 성도는 오랫동안 섬겼던 전임 목사님에 익숙해져서 신임 목사님을 비교하고 그의 단점만 봅니다. 변화를 좇아 가지 못하는 것이죠. 근본적으로 누구나 목사가 됐다는 것은 하나님이 부르셔서 된 것이기에 목회를 감당할 능력까지 주어졌다고 봅니다. 성도들이 그 능력을 발견하고 조금 더 인내하며 기다려 주면 좋겠습니다. 모든 리더십 교체는 나름대로의 과도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원로 목사님들도 “교회는 하나님이 주관하신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실천하시면 좋겠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한 교회를 개척해 30년 넘게 목회하시다 은퇴하신 원로 목사님이신데, 보통 원로 목사님들은 자신과 목회 스타일이 다른 신임 목회자의 목회 방법에 대해 염려하시고 그렇게 하면 교회가 망할 것처럼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꾸 염려 차원의 간섭을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후임 목회자들도 전임 목회자를 존중하고 전통을 이어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역사는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 계승되면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인들이 새로운 것을 신임 목회자에게 요구하더라도 너무 새롭게 가면 안됩니다. 새로움을 요구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더 적응하지 못하고 나중에 반대 세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임 목사는 먼저 그 교회 교인들에게 익숙한 것을 하는 것이 지혜롭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요구는 잠깐이고 전통은 오랜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것이 다 프로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 목회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단 말씀이십니다. 목사님은 어떤 방식으로 목회해 오셨나요?

저는 포도원교회에 부임해 새롭게 급격히 무슨 일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제 목회철학의 핵심은 제자훈련과 소그룹 사역, 선교사역입니다. 그런데 이것들을 위해 저는 나름대로 긴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처음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도들에게 도전을 주고 이러한 단어들에 익숙해지게 했을 뿐입니다. 저는 소그룹 사역을 시작하기 위해 2년을 투자했습니다. 전통적인 구역을 소그룹으로 바꾸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자훈련도 처음엔 제자훈련이란 이름조차 붙이지 않고 ‘6주간의 성경공부를 합시다’라며 시작됐습니다. 제자훈련이란 단어에 대한 반감이 오래된 교회에는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았습니다. 이 성경공부 반에 10분의 장로님 중에 8분이나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6주를 마친 후엔 “다음 교재가 또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했더니 자연스럽게 그 다음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32주를 공부하게 되었고, 비로서 ‘나욧제자학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 후엔 2학년 반도 있다고 하면서 그분들을 24주의 2학년에 등록시켰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자 훈련 프로그램이 서서히 정착되게 되었으며, 이렇게 2년의 훈련을 통해 배출된 리더들을 통해 소그룹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교회에 맞게 잘 분석하고 접근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방법이면서도 신임 목회자가 정착할 때 성도들과 신뢰관계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목회자가 가져야 할 프로 의식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선교정책도 그러했습니다. 새로이 선교 정책을 수립하고 새롭게 후원 선교사를 정하는 것도 3년의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부임한 그날 비체계적인 선교정책이나 후원 선교사에 변화를 줄 수도 있었지만, 기존의 후원 선교사 역시 현재의 성도들 중 누군가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면 그렇게 결정하도록 힘쓴 사람들로부터 바로 반대 의견이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부임한지 1년이 지난 다음에 비로서 “우리 교회의 선교 중심을 중남미로 옮깁니다”라고 처음으로 언급하고 무려 2년의 홍보와 설득 기간을 가졌고, 드디어 올해부터 중남미 지역에 집중하는 선교를 시작했습니다.

교회를 이전하기 위한 결정도 80% 이상의 지지를 얻어 냈습니다. 1년이 걸렸습니다. 80% 이상이 지지하게 되고 공동의회에서 결정이 되니 성도들이 인정했고, 지금도 교회이전 계획은 유효한 결정입니다. 교회 이름을 엘음허스트장로교회에서 포도원장로교회로 바꾸기까지 3년의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급하게 하건 시간을 두고 하건 차이는 고작 1,2년입니다. 목회를 1,2년 할 것이 아니라면 성급하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 세대가 이루어 놓은 것을 끊어 버리고 무너뜨리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당장 열매를 따려 하지 않아야 합니다. 급히 결과를 보고 싶고, 하루 빨리 교회를 이사하고 싶고, 빨리 부흥시키고 싶고, 인간적인 마음에 소위 ‘뜨고 싶고.’그렇지만 그것은 목사로서 프로다운 생각이 아닐 뿐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지극히 불손한 모습일 뿐입니다. 사실 교회 모든 일을 엄밀히 분석하면 오늘 해도 되고, 내일 해도 되고, 1년 후에 해도 되고, 결국 안 해도 되는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평신도 뜻대로 해도 되고, 집사 뜻대로 해도 되고, 장로 뜻대로 해도 되고, 목사 뜻대로 해도 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훨씬 여유있게 목회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실천신학을 공부했고 실용주의적 목회를 지향합니다. 주보를 하나 만들어도 좋은 종이를 씁니다. “한 주 쓰고 버릴 것이니 낭비하지 말자”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러나 저는 현대 사회에서 고급스럽게 만들면 그 효과가 엄청나다고 봅니다. 제가 공부한 교회성장학의 핵심 이론 중의 하나가 교회 성장을 위해 하나님이 일반은총으로 주신 모든 학문을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학문을 성경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해서 영혼을 구원하는 일입니다.

목회자인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먼저 잘 알고 목회해야 합니다. 인간은 모두 죄인이다라는 기본으로부터 시작해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하나님이 내게 주신 달란트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내가 잘하는 것에 80%의 힘을 쏟고 잘 못하는 것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목회자들은 자신이 잘 못하는 영역에 온 힘을 쏟습니다. 비효과적이죠.

성도들과 프로다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술도 개발해야 합니다. 성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목회 성공의 핵심입니다. 또한 목회하는 교회를 잘 분석해야 합니다. 전임 목사는 어떤 분이셨고, 성도들의 연령별, 직업별, 학력별 구성은 어떠한지, 각 성도들이 어떤 신앙적 배경과 경험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목회해야 합니다. 통계에 의하면, 방문자가 방문한 교회를 다닐지 안 다닐지의 결정은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하여 본당에 도착하는 10분 동안에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영혼구원, 부흥과 관련돼 있습니다.

- 시카고 교계의 문제를 아주 실용적인 관점에서 진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세 사역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저는 2세 사역의 문제를 ‘언어’에 두고 있으며 2세 교회를 살리려면, 2세 사역자들이 한국말로 설교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정반대의 저만의 독특한 견해입니다. 2세 교회가 성장이 안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50년 이상은 1세 교회에 종속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1세 교회는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이민 오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고, 무비자 시대가 열렸고, FTA 등이 1세 교회의 부흥을 가져올 것이라고 봅니다. 어쩔 수 없이 2세 교회는 1세 교회를 따라 가야 하고 1세 교회의 영향을 받고 1세의 신앙을 이어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2세 역시 한국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2세 교회가 부흥하지 못하는 이유를 2세 지도자가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도자들이 한국어를 잘해서 부모들의 신앙을 배워야 하고 1세 교회와 함께 가야 합니다. 2세 목회자들이 한국식 목회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이며 확신입니다. 2세 지도자들은 자기들이 영어를 사용하니 1세가 자기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세들 역시 그 생각에 동조해 왔습니다. 그것이 사실은 그런 관점과 접근방식이 2세 사역자와 교회를 어린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2세 사역자들이 한국말로 설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2세 교회를 부흥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물론 2세 교회가 독립해야 합니다. 한인사회뿐 아니라 미국 주류사회나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그러나 그게 1세 교회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독립해서 성공한 교회는 극소수입니다. 미 전역을 둘러봐도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2세 사역자들은 EM으로 1세 교회에 소속돼 있습니다. 백인교회나 타민족교회에서 사역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2세 사역자들이 40살이 넘으면 사역할 곳이 많지 않습니다. 요즘 신학교에 2세 사역자가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장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2세 교회는 아직까지는 1세 교회와 동역해야 하고, 독립을 하더라도 한국의 목회를 배워서 독립해 2세 목회를 이뤄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2세 사역자들의 한국어 능력이 필수입니다.

-지금까지 하신 말씀들을 정리해 보면, 다 실용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면에서 목사님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교회 연합에 관해서도 하실 말씀이 있으실텐데요.

교회연합체엔 역시 재정적으로 능력이 있는 교회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큰 교회들이 희생하고 물질적인 지원을 해 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물질적 지원이 철저히 관리되고 사용되면 사람이 모입니다. 연합사업엔 사람이 필요한데 사람은 돈이 있는 곳에 있게 마련입니다. 큰 교회들이 물질적 지원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큰 교회들이 교협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저는 잘 모르지만, 교협이 보여준 어떤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김광태 목사님이 회장이 되신 것이 획기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교회의 지역사회 봉사, 사회 참여 문제도 시카고 한인교회가 직면한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입니다. 이것이 교회의 부흥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주제입니다. 우리는 한인교회로서 미국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주류사회와 한인사회, 두가지에 모두에 주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두가지를 다 감당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저희 교회는 한인사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주류사회는 제한적이나마 EM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제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교회가 권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은 교회가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교회가 뭔가를 결정하면 그 결정이 한인사회에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바로 교회의 권위입니다. 이 권위가 회복되면 자연히 지역사회가 더욱 복음화되고 지역사회에 더욱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카고 지역 교회들이 권위를 잃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교회가 권위를 회복하려면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러나 가장 우선적으로 교회가 내부적으로 평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시카고 지역의 교회들이 분열과 반목으로 인해 평화를 잃어 버렸고, 그러한 이야기들이 불신자들의 술자리 안주거리가 되었다는 현실은 시카고 지역 교회들의 현주소를 보여 줍니다.

시카고 한인이 10만 명이라고 하는데, 250여 개의 교회 성도 수는 다 합쳐 봐야 1만 명이 안될 것 같습니다. 만약 이 계산이 맞는다면 9만명은 교회에 다니지 않습니다. 전도할 사람이 9만명이나 되는데 전도가 안됩니다.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교회들이 내부적으로 평화를 누리지 못하니 전도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시카고 지역의 유력한 교회의 소문난 싸움에 대해 화가 났습니다. 지역의 유력한 교회의 내분은 단지 그 교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카고 복음화에 큰 어려움을 가져다 줍니다. 저는 저 자신부터 교회의 권위를 떨어뜨리지 않고자 아침마다 기도하고 다짐합니다. 사단은 목사를 노리고 있습니다. 사실 교회의 평화를 깨뜨려 가면서까지 해야만 되는 목회가 있겠습니까? 교회의 권위가 회복되면 분명 연합사업도 파급력이 있게 될 것입니다.

- 교회의 권위 실추 문제는 전도 전략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단순히 권위 회복을 넘어서 어떤 전략이 교회 성장이나 부흥에 도움이 될까요?

이론적으론 전도 방법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공격적인 전도방법(Aggressive Evangelism)과 생활 전도방법(Lifestyle Evangelism)입니다. 공격적인 전도는 선포를 통한 전도방법입니다. 듣던지 안 듣던지 무조건 전하는 것입니다. 사실 초기 기독교는 공격적 전도 방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바울도 그러했습니다. 생활 전도는 삶을 통해 하는 전도입니다. 삶의 모습을 보여 주며 자연스럽게 전도하는 것입니다.

동포사회에서는 생활전도 쪽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믿는 성도들이 믿는 자로서의 삶을 보여 주면 그게 효과적입니다. 성도들이 잘 훈련 받아 참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이 전도하는 방법이며 교회의 권위도 회복하는 길입니다. 저는 교회성장학을 공부했지만, 어떤 프로그램 자체가 교회 성장의 열매를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이미 말씀하신 한인사회 복음화, 지역사회 섬김 외에 한인교회만의 독특한 사명이 있다면 뭘까요?

이민교회는 장터 기능을 해야 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장터에 가서 세상 이야기도 듣고 각종 삶의 정보와 물건들을 교환했습니다. 이민교회는 교회의 본질적인 기능 외에도 이러한 장터 기능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이민교회는 성전과 회당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한인 이민교회는 앞으로 한세기가 흐르면 사라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미주의 독일교회도 그러했습니다. 그들이 주류 사회로 흡수됐듯이 한인교회도 그때가 되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우리 이민교회는 성전과 회당으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성전은 예배 드리는 기능이며 회당은 마을회관처럼 모이고 가르치는 기능입니다. 지금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보다도 미국 소식을 잘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주류 사회로 편입되지 않는 것이죠. 따라서 교회가 이민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도 알려 주고 미국에 관해 가르쳐 주는 그런 기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우리를 미국에 보내어 교회를 세우게 하신 하나님의 목적은 우리 한인 이민교회를 하나님의 말씀을 세계에 전파하는 큰 도구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바울도 로마 시민권을 활용했듯 우리도 미국의 문화적 배경을 갖고 어디서도 복음을 전할 중차대한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자녀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2세들을 선교사로 키워서 세계를 변화시킬 하나님의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