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 가장(家長)에게 질문을 했다. 요즈음 경기가 너무 어려운데 지출을 줄인다면? 「자녀 교육비」라고 40%이상이 대답을 했단다. 물론 한국에서.

그런데,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의 여파가 자녀 교육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 한국 학교 가을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질 않았다.

대부분 혼잡한 개학일을 피해, 그 다음 주에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는데, 그 다음 주에도 오지 않아 연락을 취해 보니 「부담」 때문이란다. 가장의 수입이 줄어 주부가 파트 타임이라도 일을 하게 되니 교통편이 여의치 않고, 두 자녀 모두 보내자니 액수도 만만찮고, 또 아이도 억지로 학교를 가니 아침마다 전쟁이고…… 십분 이해가 갔지만 안타까웠다.

이번 연초(年初)가 되면서 경기는 전 세계적으로 흔들려 「쓰나미」라고 표현하며, 십년 이상 개인 사업을 해 오던 주변의 분도 정리를 운운하고, 탄탄한 기업에 다니던 분도 마음을 못 잡고, 작은 사업체에서 Benefit은 없어도 풀 타임으로 일하던 지인도 파트 타임이 되니 모두가 우울해 한다.

그러니까 가장은 자녀의 과외비를 줄이자 하고, 주부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내가 뛰더라도 교육비는 「절대 삭감 불가! 」선언을 한다.

막상 선언은 했지만, 뛴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 결국 우선 순위에서 먼 한글 교육비가 삭감 대상이 돼 교사는 사랑하는 학생을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곳에 이민자로 살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에는 한글 교육이 마지막 선택이고, 지금처럼 불투명한 경기 침체 속에서는 괄목 대상이 될 때 정말 안타깝다.

모세나 요셉 같은 성경 속 인물이 아니더라도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민족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力說)하였는데, 오늘날의 우리는 그 훌륭한 뜻을 민족성보다는 명문 대학 무조건 입학으로 계승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어려울 때 일수록 우리의 자녀는 배우기(물론 이곳의 교육과정, 학교에서 하는 제2 외국어, 여기에 우리의 글과 말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를 열심히해 유리한 조건으로 취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부모는 우리 글을 자녀가 배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기관이나 공공 단체들이 협력해 경기 침체의 여파에도 학생의 한국어 교육에 지장이 없기를 소망하며 훗날 「Yes, We do it」이라는 멋진 구호를 외칠 수 있다면 좋겠다.

/세종한국학교 교감 황희연 heeyhwang@gmail.com, 650-759-6886